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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사 속 세계 공의회 2부] (6) 공의회 이후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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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5동성당 [chang4] 쪽지 캡슐

2012-06-09 ㅣ No.5233

[교회사 속 세계 공의회 2부] (6) 공의회 이후 변화

 
위계 중심 교회에서 친교 공동체로

▨교회에 대한 새로운 이해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가져다 준 획기적 변화 가운데 하나는 교회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해주었다는 것입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의 교회는 한 마디로 엄격한 위계 중심의 교계제도로 이뤄진 교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피라미드의 맨 꼭대기에는 교황이 있고, 그 아래에는 주교들이 있습니다. 주교들 아래에는 신부들이 있고 그 아래에는 하급 성직자인 부제가 있습니다. 평신도들은 이 위계 중심의 교계제도의 지시를 받는 수동적 존재에 불과했습니다. 물론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 교회가 모두 이런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트리엔트 공의회 이후, 특히 제1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교회 모습은 일반적으로 이와 같이 이해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이런 교회관에 큰 변화를 일으켰습니다. 공의회 문헌 「교회헌장」이 제시하고 있는 것처럼 공의회는 교회를 무엇보다도 하느님 백성으로 이해했습니다. 세례로 하느님 자녀가 된 신자들은 비록 교회 안에서 수행하는 직무에 있어서는 성직자들과 본질적 차이가 있지만(평신도의 보편 사제직과 성직자의 직무 사제직) 하느님 백성으로서 똑같은 품위와 존엄을 지닌다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교회를 친교 공동체로 보는 '친교의 교회관'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위계 중심의 제도 교회에서 친교 공동체로 전환이 이뤄지게 된 것입니다. 오늘날 한국 교회에서 대단히 크게 강조되는 소공동체 운동은 바로 공의회가 제시하는 친교 공동체로서의 교회 모습을 구현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위계 중심의 제도 교회가 틀렸다거나 잘못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교회헌장」은 제1장 교회의 신비와 제2장 하느님의 백성에 이어 제3장에서 교회의 위계 조직에 대해 상세히 밝히면서 위계 조직이 그리스도에게서 받은 것임을 분명히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도 중요한 것은 위계 조직이 하느님 백성을 위한 봉사 조직이라는 점입니다.

 하느님 백성인 교회, 친교 공동체인 교회라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새로운 교회관은 교회 통치 혹은 운영 면에서도 변화를 가져다 줬습니다. 우선 주교단 단체성 혹은 주교단성(主敎團性)을 들 수 있습니다. 주교단성이란 주교들이 교황을 단장으로 하나의 주교단을 이뤄 보편 교회(전 세계 교회)에 대해 최고 권력을 행사한다는 것입니다. 주교단 단체성을 통한 최고 권력은 세계 공의회에서 장엄하게 행사됩니다.

 이 주교단 단체성은 별로 새로운 것이 아닌 듯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교회사 속 세계 공의회' 제1부에서 살펴보았듯이, 제1천년기 이후 교회에서는 공의회 결정이 우선하느냐 아니면 교황 권한이 우위에 있느냐를 두고 많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역대 교황들은 공의회 우위설을 단죄했지만 교황과 주교단 관계는 계속해서 껄끄러운 주제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1870년에 끝난 제1차 바티칸 공의회는 교황 수위권과 무류성 교리를 확정했고, 이에 따라 주교단은 교황에게 예속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초대 교회에서 사도단이 보여준 것과 같은 친교 모습과 맞지 않았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제1차 바티칸 공의회 결정을 존중하면서도 친교 교회관에 입각해 교황을 단장으로 하는 주교단 단체성 교리를 통해 주교단이 이루는 단체적 일치와 합의체적 (통치) 행위에 대한 교리적 근거를 확립한 것입니다.

 친교 교회관에 바탕을 둔 주교단 단체성을 보여주는 또 한 가지는 교회와 사회의 주요 현안과 관련해 교황을 자문하는 상설기구인 주교시노드(주교대의원회의)입니다. 주교시노드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부터 있었지만 보편 교회의 교회법적 기구로서 상설화된 것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결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교들이 의결 투표권을 갖는 공의회와 달리 주교시노드에 참가하는 대의원 주교들은 건의 투표권만 갖습니다. 건의 투표권만 갖는다고 해서 주교시노드의 결정을 교황이 함부로 무시해도 좋다는 것이 아닙니다. 자문기구 성격을 지니지만 주교시노드가 교회법적 기구로 존재하게 된 것은 친교 교회관에 바탕을 둔 주교단 단체성을 반영하는 것이어서 교황은 주교들 의견을 더욱 존중해서 결정을 내리게 되는 것입니다.

 친교 교회관을 반영하는 교회법적 기구로 오래 전부터 지역 교회 차원에서 지역 주교회의와 관구 공의회 등이 있었지만 특별히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개별 교회인 교구 차원에서 이를 반영하는 교회법적 기구들이 마련됐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교구 사제평의회와 교구 사목평의회입니다.



 개별 교회인 교구의 최고 목자인 교구장 주교는 교구 사제들을 대표하는 사제평의회와, 사제뿐 아니라 수도자와 평신도 등 교구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교구 사목에 반영토록 하기 위한 사목평의회를 의무적으로 두게 돼 있습니다. 사제평의회와 사목평의회는 물론 교구장 자문기구입니다. 따라서 교구장은 자신이 원하면 굳이 사제평의회와 사목평의회 의견을 들을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만 생각한다면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쇄신 정신 특히 친교 교회관을 왜곡하는 것에 다름 아닐 것입니다.

 오늘날 각 본당마다 설치돼 있는 본당 사목협의회(사목평의회) 역시 친교 공동체로서의 교회라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회관을 반영하는 교회법적 기구입니다. 교구장 주교가 합당하다고 판단하면, 본당마다 설치해야 한다고 현행 「교회법전」이 규정하는 본당 사목평의회는 본당 주임신부의 자문기구이지만 본당 신자들의 의견을 잘 수렴해 더욱 효과적으로 사목하도록 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단지 자문기구라는 법적 이유만으로 주임신부가 사목협의회 의견을 외면한다면 역시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을 외면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또 한 가지는 교구 사목평의회나 본당 사목평의회가 평신도들이 참여하는 기구라는 사실입니다. 평신도들이 교회 운영 또는 사목에 참여할 길을 열어놓은 것 또한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가져다준 획기적 변화입니다. 친교 교회관을 바탕으로 교회를 하느님 백성으로 본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평신도를 사목 대상으로 여긴 이전과는 달리 사목 협력자로, 교회 사명에 함께 참여하는 주체로 이해했습니다. 신학자들이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평신도를 위한 공의회'라고 부른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입니다.

 하느님 백성인 교회, 친교 공동체인 교회. 여기에는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깊은 의미가 들어 있습니다. 목자인 주교와 그 협조자인 신부들과 마찬가지로 세례와 견진성사로 하느님 자녀가 되고 성령의 은총 속에 살아가는 신자들에게도 하느님의 영인 성령께서 작용하신다는 것을 공의회는 다시 확인한 것입니다. 서로 역할은 다르지만 같은 성령을 받아 그리스도를 머리로 한 몸을 이루고 있는 공동체가 바로 사제와 수도자와 평신도로 이뤄진 하느님 백성인 교회입니다. 신자들은 목자를 존경하며 따르고, 목자는 신자 공동체 안에서 부는 성령의 바람을 존중하는 것, 이것이 친교 공동체인 교회 모습입니다. 이창훈 기자 changhl@pbc.co.kr


출처 : http://www.pbc.co.kr/CMS/newspaper/view_body.php?cid=404481&path=20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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