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明洞聖堂) 농성 관련 게시판

4월 30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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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환 [franco2] 쪽지 캡슐

1999-04-30 ㅣ No.55

11:00 - 서울 경찰청으로부터 지하철 노조원 대의원 117명의 조사가 끝났다는 연락을 받았다.

      다행히 큰 문제는 없었다는 것이다. 고맙다. 이곳에 남아 있는 사람들이 궁금해 하고

      걱정하고 있던 문제였는데, 먼저 알려 준 배려가 진정 고마울 뿐이다.

12:00 - 어제부터 범민련 나이드신 분들의 시위가 시작됐었다. 오늘도 계속되는 모양이다.

      스피커 소리가 들려온다. 한총련은 으래 하듯이 자신들의 일정에 따라 진행해 나간다.  

      성모동산에서는 혼인식이 끝난 사람들의 사진 촬영이 있었다. 그 둘래로 지하철

      노조원들이 구경하고 있다. 성모동산은 제의방(미사를 준비하는 방)과 붙어 있다.

      날씨가 더워 창문을 모두 열어 놓고 있다. 또한 제의방은 성당 제단에 붙어 있다.

      이럴 때 성모동산에서 떠드는 소리는 곧바로 성당안으로 들어오게 되어 있다. 13:00

      혼인미사가 이어질 무렵 한총련 학생들이 성모동산으로 들어와 유행가를 부르며 춤을

      춘다. 미사를 집전 하려던 신부가 창 밖으로 항의를 했다. 그것도 잠시 또 다시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자 소리를 지른다. "언덕에서 해야지 왜 이곳까지 와서 소란을

      피우느냐? 다 나가라"고. 그러자 한총련 학생들은 언덕을 향해 내려갔다.

        한총련 학생들은 이곳이 어떤 곳인지를 알지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알면서 무시하는

      것인지, 마치 학교로 생각하는 것처럼 행동한다. 시위와 농성은 언덕에서 하도록 한다.

      언덕 위 성당마당은 성당에서 또 여러 건물에서 기도와 미사 등이 행해지고 교육들과

      각 단체들의 모임들이 행해지기 때문이다. 이번에 들어온 학생들은 언덕 위 성당마당의

      곳곳에서 구호를 외친다. 여러번 주위를 주었는데도.... 안에서 누구를 대상으로

      외치는 것인지? 언덕에서 성당으로 오는 사람들에게 또 세상에 대고 외쳐야 할텐데..

      기회를 내서 다시 한번 이해를 시켜야 할 모양이다.

        그것 말고는 조용하다.

15:00 - 성당을 한바귀 돌아 보았다. 계성 초등학교 운동장까지

      어제 함께한 탓일까? 지하철 노조원들이 이곳 저곳에서 알아보고 인사를 한다. 반갑다.

      그래도 이제는 안면이 생겨 웃으며 인사할 수 있게까지 되다니, 기쁘다. 이런 상태로

      일이 잘 해결되어야 할텐데... 자진출두 약속한 날짜가 임박해 지는데, 아직 별

      움직임이 없다. 내일까지 기다려 보아야 한다. 내일 노동절을 맞아 대규모 시위가

      있고 나면 어떤 조처가 내려 지리라 믿는다.

17:50 - 법규부장이 혼자서 고민을 한다. 함께 이야기 해 보자.

      법규부장은 자진출두 하겠다고 성당에 약속한 기일(3-5일)을 지키지 못하게 될까봐

      고민이라 했다. 서울시 지하철 공사측의 강압적 태도에 불만을 토로하는 집행부원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강성으로 변해가기 때문이란다. "이래 저래 마찬가지 아닌가! 감옥에

      가나, 직장을 잃고 길거로 나 앉거나, 어차피 마찬가지인데 직권면직된 사람들을 불러

      모아 다시 투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 나도 고민에 빠진다. 그렇게 나오면 두 가지의 문제가 발생하기 쉽기 때문이다.

        첫째는 노조원들의 피해가 더 가중되는 문제다. 훨신 더 무거운 법의 처벌이

      내려지기 때문이다. 또 그렇게 되면 장기화 천막 농성으로 들어가게 된다.

        둘째는 성당의 신자들이다. 지금까지는 서로 대화를 통해 약속했던 바들을

      지켜줌으로써 신뢰를 가진 신자들이 불편을 감수하면서 인내롭게 지켜보고 있었는데..

      어제는 신자들의 대표들이 찾아와 한총련에게 항의를 하겠다고 했다. 도저히 견디기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러한 신자들의 입장을 지하철 노조원들의 문제를 일단 해결

      하고 해도 늦지 않다고 말렸었다. 그런데 지하철 마저 그렇게 된다면..............

        한총련에게는 어른들의 입장으로 가르쳐야 할 것은 가르쳐야 한다는 이야기다.

      질서도 무시하고, 생명권과 생존권 마저 위협하는 투석전, 다른 이들에 대한 배려도

      전혀 없이 자신들만 옳다고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19:30 - 계단 공사 업자측에 내일 아침 돌들을 치워달라고 했다. 난색을 표명한다.

      얼마되지 않은 돌들(업자측에서 보면)을 치우자고 중장비를 동원하면 그 비용을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 계속 공사를 해야 중장비들을 동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게

      가능하냐고 묻는다. 일리 있는 말이다. 그렇다고 위험한 요소를 그냥 둘 수는 없다.

      내일 하여간 어떤 수를 써보라고 말했지만 난감하다.

23:45 - 일지를 작성하면서 조금은 불안하다.

      마치 폭풍 전야를 지내는 기분이다. 사방은 조용한데....

      눈을 부릎뜨고 뉴스를 들어봐도 도통 내일 어떤 상황이 전개될 것인지를 파악할 수

      없어 답답하기 때문이다. 홍익대에서는 한총련의 대의원 대회가 오늘 열릴 것이라는

      소식은 들어서 알고 있는데... 성균관대에서는 노동문화제가 오늘 열린다는 소식은

      들어서 알고 있는데... 도데체 어떻게 되었는지를 알 수가 없다. 민노총 지도부도

      보이지 않는다. 내일은 성당일도 만만치 않다. 행사가 꽉 차있기 때문이다. 꽉찬

      행사를 진행해야 할지, 아니면 어느 부분은 취소를 해야 할지? 도저히 가늠할 길이

      없다.

        하느님! 할 수 없습니다. 당신의 든든한 빽을 믿고 모든 행사를 강행하렵니다.

      지켜주십시오. 꼭요. 지켜주시지 않는다고 파업도 시위도 농성도 하지 않을께요.

      속 보이죠? 죄송합니다................히!!!!!!(^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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