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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아탑]무너지는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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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jhp94] 쪽지 캡슐

1999-10-30 ㅣ No.1610

  며칠 전에 TV에서 방영된 ’무너지는 학교’를 보고 모든 분들이 충격을 받았을 것입니다.(정작 당사자인 학생들과 교사들은 이미 알고 있는 일이었지만)

  저도 또한 충격적이었습니다.(저는 중학교이고, 소문으로만 들었기 때문) 그러나 그 충격은 얼마 전 마녀 사냥식으로 ’교사’들의 ’촌지’와 심지어’무능력’을 성토했던 메스컴의 지나친 선정주의와 역효과가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불행하게도 메스컴의 지적은 그 자체의 와해까지 불러오는 파괴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후 사정과 공시적, 통시적 고찰 없이, 현상 그 자체에 빠져들기 쉬운 시청자들에게 과연 합당한 접근 방법이었는지.(물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취재였을 것으로 믿고 싶습니다.)

  지적은 분명한 사실임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허나 진정 고뇌하고, 의논하고, 각성하고, 반성하지 않는 문제 해결 방법은 허구이거나 극약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아직은 우리 사회가 개방되어 모든 일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없는 분위기가 상존하는 이상은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아이들은 논리적이지 못하게 어른들의 부도덕과 무관심, 무책임을 성토합니다. 스스로들 자신이 왜 그러는지 모르지만 ’느낌’과 ’감성’으로 어른에게 ’무언의 질타’를 합니다. 그러나 그 방법이나 정도가 예전과 달리 직설적이거나, 극단적으로 변화된 것입니다. 그들의 화법대로 ’그냥 짜증나요.’라는 말로 그들은 개선이나 진정한 개혁이 없는 우리 사회를 무시하기로 한 겁니다. 특별히 단체로 거부할려는 움직임이나 계획된 행동 방식이 아닙니다.

  그들에게 마음을 열게 하는 것은 실로 어려운 일입니다. 더구나 제삼자라고 인식하고 있는, 심지어 사회의 변화에 더딘, 그래서 말이 통하지 않는 교사들에게 그들은 무표정이나 헤픈 웃음으로 자신의 마음을 열지 않습니다.

  아니 마음을 여는 방법을 모르는지도 모릅니다. 어느 순간부터 부모님들은 그저 바쁘고, 자신들은 학교, 학원 등에 얽매인 일정 앞에 편안하고 솔직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는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어렵사리 마음을 열면 그들은 실로 ’가련한 주님의 양’이 되어 금방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관심을 가진 것에 감동합니다.

  얼마 전 메스컴을 보니, 신세대(X세대, N세대)는 감성을 담당하는 오른쪽 뇌가 발달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작 어른들은 계산적이고 지나치게 논리적인 때로는 ’무대포’의 인간형을 그들에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너희들이 도대체 무얼 했는데?’라는 질문 때문에,

  ’너희 때는 다 그렇게 사는거야’라는 강요 때문에,

  ’우리 때 비하면 너희들은 천국에 사는 거야’라는 선심 때문에,

  너희 때는 이래야 돼’라는 당위 명제 때문에,

  그리고 안 그런 척하지만, 성적의 중압감 때문에,

  더구나 어지럽고, 가치 기준이 사라지고, 선정적이고,지나치게 흥미롭고, 무엇보다 마음 둘 곳이 없어서 그들은 ’지쳤습니다.’

  그들이 편안해질 가정, 마음으로 인정할 학교, 배울 것 많은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주님, 저를 용서하소서."

 

  * 추신 : 두서없이 썼습니다. 저도 또한 고루하고 따분한 교사임을 고백해야 하는 부끄러움을 인정하면서. 그저 하소연하듯.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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