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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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원 [pious] 쪽지 캡슐

2001-07-03 ㅣ No.2210

며칠 전 저녁 때 공원을 산책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쪽 잔디밭에서 "시냇물은 졸졸조올졸, 고기들은 왔다 갔다, 버들가지 한들한드을, 꾀꼬리는 꾀꼴 꾀꼴"하고 노랫소리가 들려오는 것이었습니다. 한아이가 정말 온 힘을 다해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하도 노래소리가 커서 계속 무슨 일인가 하고 쳐다보며 걷게 되었지요. 가만히 보니까 엄마, 아빠, 동생 그리고 6-7살 된 그 아이까지 4명의 가족이 바람쐬러 나온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아빠가 유치원에서 배운 노래를 한번 해보라고 했는지, 아이는 아빠에게 잘 보이려고 사력을 다해 큰 목소리로 노래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모습을 보고는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떠오르는 것이었습니다. 참 행복해 보이는 광경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어떤 남자 분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분은 요즘 낙이 없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이가 중학생인데 시험때라고 집에 들어가도 TV도 못보게 한다고 하면서 세상이 미쳐가는 것이 아니냐고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갑자기 저는 며칠 전에 봤던 행복한 가정이 떠오르면서 아마도 이분의 가정도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그렇게 행복하게 살았을텐데 이제는 그런 낙을 모두 잃어버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아이들이 크면서 가정도 변하고 가족들간에 느끼는 사랑의 형태도 달라질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요즘 세상이 그 남자분 말대로 미쳐가는 것처럼 아이들에게 우리가 주는 것은 천편일률적이고 전혀 아이들을 그리고 가족 모두를 행복하게 하고 낙을 느끼게 하는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사는 낙이 없는 분들, 지금 잃어버리고 있는 것들을 빨리 잡도록 하시지요. 아마도 엄청나게 좋은 많은 것들을 아이들이 커간다고 하면서 놓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낙이란게 뭐 특별한 것은 아니겠지요. 아이들이 어렸을 때 느꼈던 그 관심과 사랑, 그리고 따뜻한 그 분위기를 언제부터 잃고 계셨나요? 사는 낙이 풍부한 날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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