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관동성당 자유게시판

한낮의 데이트 + 알파...

인쇄

하윤철 [hayoon2] 쪽지 캡슐

2001-03-29 ㅣ No.928

 

  어제의 때아닌 눈.. 비로 오늘의 나들이가 심히 걱정이 되었지만 따뜻한 햇살과 적당한 바람을 주심에 감사드리며 가슴속에서 싹텄던.. 가기 싫다!라는 마음을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저는 사회복지를 전공했습니다.  비교적 늦은 나이에 공부를 했던 관계로 제가 좋아하면서도 저의 심성(?)에 맞고 사회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공부를 하고 싶었습니다.  

 

  4월부터 정신지체장애인들이 생활하는 ’애덕의 집’에서 근무를 하게 되었습니다.  좌충우돌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람들과의 생활이 많이 걱정 되었던 제게 오늘 ’잘자람교실’아이들과의 만남은 앞으로 일하면서 제가 겪게될 ’식구들’의 소중함을 미리 일깨워주신 기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저의 파트너였던 ’광열’인 발달장애를 보이면서도 자폐 성향이 있는 아이입니다.  한손으로는 연신 코를 후비면서도 제 옷에 묻은 먼지를 떼어내 주는.. 아주 깔끔(?)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아이입니다.  낯선 사람인 제손을 잡은 것이 어색해 놓으려고 하면서도 손가락 하나는 꼭 잡고 있는..  그런 아이입니다.  지하철을 타고 오면서 자리에 앉은 아이와 눈을 맞추기 위해 저도 바닥에 쪼그리고 앉았습니다.  아이의 눈을 보면서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눈이 참 맑다’..  ’이 아이의 머릿속을 잠시나마 헤엄쳐 다니고 나면 내 머리.. 내 눈도 이처럼 맑아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이와 헤어져 오늘 하루를 돌아보면서 많이 속상하기도 했지만, 한강고수부지에서 힘차게 날던 연처럼 우리 아이들의 꿈과 건강도 훨~훨~ 날아 올랐으면 좋겠습니다.  

 

  저 역시 기꺼이 응해 준 노마리와 파트너에게 물리기(영광의 상처?)까지 한 용훈이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54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