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2동성당 게시판

안나자매님! 용기를...[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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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준 [yjyoo] 쪽지 캡슐

2002-05-07 ㅣ No.1719

한 이틀만에 열어본 우리본당 게시판이 불과 몇 일만에 이렇게 달라졌는지 몰랐습니다.

처음 대 잇기를 시작 할 때만해도 이렇게 큰 파장을 몰고 올 줄은 사실 몰랐었지요.

내심 기대는 했었습니다만...

작은 일 하나의 파장이 얼마나 크게 다가오는지를 새삼 일깨워주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대를 이은 글들을 읽다보니 다시 저를 지목해주신 분도 있고...(나래야 고맙다!)

저희와 같은 쓰라린 가슴을 쓸어안고 사시는 분이 있어서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몇 자 적어 봅니다.

 

김윤희 안나 자매님.

사실 자매님의 얼굴은 잘 기억이 안 나는군요. 보면 알지도 모르겠지만...

자매님의 글을 읽으며 지난 6년간 살아온 나날들이 기억나는군요.

아마도 그 아픔은 무덤까지 지고 가야겠지요.

언제, 어디서든 아이와 관계되는 것을 보고, 느끼면 모든 것을 아이와 연관시킬 수밖에 없고, 하다 못해 또래의 아이들만 봐도 근처 어디선가 우리 아이가 뛰어 나올 것만 같은 막연함에 잠시 두리번 거리기도하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우리와 함께 하면서 남기고 간 아이의 자취들이 행여 없어지지나 않을까 수시로 확인하는 버릇이 언제부터인가 생겼고, 너무 가슴 아파하면 아이가 편히 쉬지 못할까 걱정이 되고, 일부러 잊으려하면 그 또한 아이에 대한 기억이 지워질까 두려워 한 없이 그리워하기도 하고...

누구랄 것도 없이 서로의 아픔을 건드리지 않겠다고 부부 사이에 먼저 아이에 대한 말을 끄집어 내지 않으려 노력하면서도 결국엔 아이에 대한 그리움에 몰래 눈물적시는 나날들이었지요.

길을 걷다가도 아이의 이름만 생각해도 눈시울이 뜨거워져 감정이 북받쳐 올라오는 것을 어떻게 숨길 수 있을까요.

하늘에 부치는 편지를 써 놓고 아직도 보내질 못하고 간직하고 있지만, 저희는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신비를 믿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주님의 뜻이었고, 주님께서 이루신 역사이기에 따르고 있습니다.

지금 저희는 주님께서 주신 행복 안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고통받는 요셉피나를 천사로 만드시고 천사와 다름없는 엘리사벳을 우리 곁에 보내 주셨기 때문입니다.

저희 부부가 살아가는 모습입니다.

그렇습니다.

주님께서는 저희에게 절대로 고통을 주시질 않습니다.

우리가 고통스러워하는 것은 세속적인 삶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자체일 것입니다.

 

안나 자매님,

용기를 잃지 마십시오.  이제 그 큰 고통을 과감하게 떨쳐 버리십시오.

그리고 기도하십시오. 천사가 되었을 쌍둥이들은 언제나 엄마 곁에 있다는 것을 아시고...

주위의 모든 분들은 자매님과 자매님의 가족을 사랑합니다.

주님께선 너무나 공평하시기 때문에 지금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 주실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시고 우리에게 당신의 아드님 예수님을 보내시어 우리를 위해 고통을 받게 하신 그 크신 사랑처럼 우리의 아이들을 우리는 사랑하였고, 그 사랑은 우리 가슴에 영원히 아로새겨 질 것입니다.

 

안나 자매님의 쌍둥이를 위하여 기도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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