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유골 자유 게시판

[펌 평화신문] 우리성당이 신문에 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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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경 [sookyung] 쪽지 캡슐

2001-02-02 ㅣ No.1627

모든 신자가 ’새 양’ 찾아 삼만리 - 서울 수유동본당 선교운동 현장   

 

 

벌써 5분째다. 정창영(64·안셀모)씨는 음식점 앞에서 한참을 망설이며 서있었다.

 

’서울대교구 수유동 천주교회로 초대합니다’라고 적힌 어깨 띠를 두른 정씨의 손에는 선교 전단 뭉치가 들려있었다. 음식점에 들어가 식사를 하는 손님들에게 선교 전단을 나눠주려고 하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이윽고 마음을 굳게 먹은 정씨는 심호흡을 크게 하고 음식점의 문을 열었다. 사람들이 고개를 들어 모두 정씨를 쳐다보았다.

 

“성당에서 나왔습니다.”

 

음식점 주인은 예상과 달리 별 제재를 하지 않았다. 정씨는 먼저 주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사람들에게 전단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전단을 모두 돌리고 음식점을 나서는 정씨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이 피어났다.

 

“과거에는 생각도 못했던 일을 지금 하고 있습니다. 용기있게 신앙을 전하는 변화된 모습에 저 자신도 놀랄 정도입니다.”

 

서울대교구 수유동본당 ’치명자의 모후’ 꾸리아 단장인 정씨는 선교운동이 시작되면서 본당 공동체의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길거리에 나서기를 망설이던 신자들도 차츰 대담해지기 시작했으며 이제는 20대에서 80대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본당 신자들이 거의 매일 거리로 나서고 있다.

 

또 선교에는 남녀가 없다. 남성 신자들은 매주 토요일마다 인근 전철역까지 나가 선교 전단을 나눠주었으며 여성 신자들은 음식점과 상점 등을 다니며 복음을 전했다. 관할지역에 있는 가정과 상점을 대부분 방문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다.

 

수유동본당 선교운동에는 방문선교, 거리선교, 우편선교, 포스터선교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이 동원됐다. 여기에 신자들의 선교 열의가 더해지자 그 효과는 금방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450여명에게 선교해 총 319명에게 세례를 베풀었으며 하반기에는 거리선교로만 200여명의 입교자를 모았다. 이들은 현재 30여명의 평신도 교리교사로부터 예비신자 교리교육을 받고 있다.

 

“처음에는 거리선교와 방문선교 활동이 쑥스럽게 느껴졌지만 차츰 신앙 안에서는 불가능한 것이 없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습니다.”

 

지광삼(54·마태오) 선교분과장은 선교운동이 신자들을 바꿔놓았다고 말했다. 그는 “선교를 하면서 본당 공동체가 활발히 살아나는 것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며 “선교운동은 곧 신앙운동”이라고 말했다.

 

선교운동을 제안하고 기획한 조신형 부주임 신부는 “처음에는 신자들이 과연 선교에 적극적으로 나서줄까 의심했으나 막상 선교운동을 시작하자 엄청난 호응이 뒤따랐다”고 말했다.

 

수유동본당 신자들의 요즘 선교 목표는 ’쉬는 신자 인도하기’이다. 수유동본당은 올해 초부터 기존 선교운동과 함께 쉬는 신자 인도하기 운동을 병행하고 있다.

 

본당 신자들은 이 운동의 성공을 낙관하고 있다. 신앙이 없는 사람에게도 자신 있게 복음을 선포했는데 쉬는 신자를 되돌리는 것쯤은 쉬운 일이라는 것이다. 【우광호 기자】

 

 

수유동본당 선교운동 평가   

 

’삼위일체 선교’

 

선교운동 관계자들은 수유동본당의 모범적인 선교운동을 가리켜 “어느 한편에 치우치지 않고 조화를 이룬 사례”라고 평가한다. △사제의 적극성 △신자들의 열의 △효율적인 선교 조직이 어우러진 이상적인 선교운동이라는 것이다.

 

선교운동 관계자들은 현재 많은 본당에서 선교운동이 ’반짝’하고 그치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세가지 요소가 조화를 이루지 못한 채 추진됐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수유동본당 선교운동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모든 신자들이 동참했다는 점이다. ’주력부대’를 자청하는 600여명의 레지오 단원들이 거의 매일 거리선교에 나섰으며 다른 신자들은 집 앞에 선교 포스터를 붙이고 친지와 이웃을 대상으로 선교하는 등 측면 지원에 힘썼다.

 

본당측은 예비신자가 급격히 증가할 것에 대비해 30여명의 평신도 교리교사를 양성했다. 또 예비신자에게는 담당 봉사자를 한 명씩 정해주었다. 몇몇 신자의 열성에만 의지한 것이 아니라 본당 전체의 운동으로 이끌고 나가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선교운동은 자연히 공동체의 활성화로 이어졌다, 지광삼 선교분과장은 “선교운동을 통해 신자들간의 친교가 강화됐고 형제 자매라는 일체감도 커졌다”고 말했다.

 

독특한 선교조직도 눈길을 끈다. 수유동본당 선교분과위원회 회의에는 본당내 3개 꾸리아와 연령회, 성모회, 성가정회, 선교분과 등 총 6개 단체가 참석한다. 별도의 선교 조직을 만든 것이 아니라 기존 단체들을 참여시킨 것이다. 특히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선교운동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인 평가와는 달리 수유동본당 신자들은 스스로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다”고 자평한다. 선교에 대한 경험이 적다보니 시행 착오가 많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어떤 신자는 “성당에 나올만한 사람이었는데 사소한 실수로 등을 돌리게 한 일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이와 함께 선교운동 관계자들은 “선교운동이 단순히 붐 조성 차원에만 그쳐서는 안된다”고 조언한다. 선교운동이 일회성 행사로 그칠 경우 사제 이동 등 환경에 변화가 생기면 금방 사그러들기 때문이다. 약 1년간 꾸준히 선교운동을 벌이기는 했으나 아직까지 신자들의 생활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 점도 앞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서울대교구 평신도사목국 송우석 선교담당 신부는 “선교운동은 시작하는 것보다 지속하는 것이 더 어렵다”며 “수유동본당의 선교운동이 앞으로 신자들의 ’신앙생활’이 되기 위해서는 본당 차원에서 지속적인 교육과 이벤트를 자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우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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