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신앙생활 Q&A 코너

올해 병신년 오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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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24 ㅣ No.1733

 

오늘은

할매가 미역국 끓여주던 날.

 

한 살 반 터울 갖난 동생 업은 엄마 따라

뒤뜰배기 연꽃 연못 가는 논두렁 길에서

머리에 빨래대야 인 엄마

치맛자락 붙잡은 고사리 손이

한겨울 칼날 삭풍에 시리고 아파 울면서 징징대었던

아주 아주 오래된 그시절

오늘은 

할매가 미역국 끓여주던 날.

 

연꽃대들 삐쭉삐쭉 내민 얼음 깨어

모락 김 피어나는 찬물에

이고 온 무명 한복 담구어 비누칠하고

돌판에 방망이질하여 하얗토록 헹구고 또 행구던 엄마의 벌건 손

바라보며 추워 울면서 징징대었던

아주 아주 오래된 그시절

오늘은

할매가 미역국 끓여주던 날.

 

저 멀리 들판에 내려앉은 기러기 떼 울음 소리

찬바람 타고 귓가를 때리던

선산 아래 제방 남쪽 연꽃 연못 가는 논두렁 길에서

손발 귀 온 몸 시리고 아파 

엄마 치맛자락 붙잡고 징징거리며 울었던

아주 아주 오래된 그시절

오늘은

할매가 미역국 끓여주던 날.

 

엄마 보고싶어 밤늦도록 울면서 칭얼거리면 

팔베개로 껴안고 등 토닥이며 젖 물려 달래셨던 할매

엄마 보고싶어 떼쓰고 울면서 칭얼거리면

제삿상에 올리려고 감추어두었던 홍시 한 개 건네주셨던 할매

아!

아주 아주 오래된 그시절

오늘은

할매가 갖은 나물 찰팥밥에 미역국 끓여주던 날.

 

하루 세끼 어려웠던 호롱불 켰던 그시절에

입 짧은 손자 밥그릇

할배 밥상에 올려 언제나 겸상 차려주셨던 할매

암탉 울면 따뜻한 생계란 곧바로 찾아내 건네주셨던 할매

아!

아주 아주 오래된 그시절

오늘은

할매가 장손에게 갖은 나물 찰팥밥에 미역국 끓여주던 날.

 

육십갑자 다시 시작한 병신년 시월

오늘은

나 어릴 적에 그리운 할매가 미역국 끓여주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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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수 소순태 마태오 (Ph.D.)

작문에 소요된 시간: 약1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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