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북한관련

당신들 사는 세상이 저 세상보다 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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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선 [peterpan65] 쪽지 캡슐

2009-07-13 ㅣ No.9998

 

 자살을 했기에 교회법으로 보더라도 일고의 가치가 없는 죽음이라는 이야기들을 속 시원히 하고 싶은데, 돌아가는 추세가 그래도 사람이 죽은 일인데 사석이라면 모를까 대놓고 ‘잘 뒈졌다’고 여러 사람에게 말하긴 머쓱하고 그래서 자꾸 빙빙 돌려 자살이 이러쿵저러쿵 말들을 꺼냅니다.

참으로 사실을 호도하려 애들 쓰십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정치보복 살인입니다. 말꼬리 잡고 늘어져서 본질을 희석하여 관심을 바꿔보려는 것이 취미인 사람은 이 단어에서 목소리 높일 수 있습니다.

“살인?......누가 떠밀었냐?”

 전 그 사람을 한 번도 만난 적도 없고 노사모도 아니고 또 이라크 파병 때는 사석에서 ‘개새끼’라고 욕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그 사람의 죽음에 굉장한 분노와 슬픔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정말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한 석벽과도 같은 세력, 헌법위에 군림하고 돈이 최고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 자본으로 사람을 길들이고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하며 국민을 우롱하는 그 세력들. 일제치하에서 친일이라는 절묘한 기류를 타고 광복 뒤에 이젠 죽을 줄 알았던 그 세력들, 그러나 미군의 보살핌으로 화려하게 부활하여 대한민국의 헌법보다도 더 위에 있으며 자칭 기둥들이라 자처하는 그 세력들.

 그 세력들과 깨어있는 민중의 싸움에서 다시 또 한 번 깨어있는 민중의 패배로 끝나버린 허무함 때문입니다.

 그가 대통령이 된 그날부터 줄곧 그 세력들의 야유와 지탄 속에서 갖은 정신적 탄압을 받으면서도 민주주의라는 원칙을 답답하리만치 고수하려던 그 바보.

 까짓것 누구는‘화려한 휴가’라는 작전명으로 제 나라 국민들 벌레 잡듯 쓸어버렸는데, 그랬더니 수고했다고 그 사람 호를 따서 고향 땅에 공원도 조성해 주던데 그 바보는 그런 묘수도 없었습니다.

 80년대에 해 먹은 돈이 얼마이기에 추징금만 삼천 억이라는 거금인지......당시에 삼천 억이면 지금 돈으로 환산하면 몇 십조라는 이야기인데, 까짓것 통장에 29만 원이라고 우겨도 그에게 충성을 다하겠다고 머리 조아리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인데 그 바보는 그런 꼼수도 몰랐습니다.

 저는 그 바보가 죽든 살든 관심 없습니다. 하지만 재임기간 내내 그 바보를 우롱하고 ‘할 테면 해 봐라’식의 막가파식의 대응이 거기서 끝나지 않고 감히 우리에게 맞선 죄를 끝까지 쫓아가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보복행위에 스러지고 말았다는 자체가 분하고 원통한 것입니다.

“대들지 마라!”

 서민들이 자칫 그 바보 흉내 낸답시고 우리에게 대들면 너희들 처리하는 건 일도 아니다. 용산 못 봤냐? 깡패를 동원한 경찰과 그 경찰들을 비호하는 검찰, 수사 기록 3,000쪽이 어디론가 사라져도 검찰의 손을 들어주는 사법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렇지 않게 법과 원칙을 지켜야한다는 청와대.

 어디서 노리갯감에 불과한 연예인 하나가 유서 따위에 쓸데없이 낙서를 하고 뒈지는 바람에 고명하신 분들의 성함이 사회 곳곳에서 돌아다니느뇨? 걱정하지마라. 힘없는 몇 놈만 집어넣고 검찰 발표하면 사태는 끝난다. 우리가 남이가?

 본질을 보십시오. 그가 자살을 했든 피살을 했든 제사상을 받았든 잔칫상을 받았든 그래서 교회법에 그가 지옥에 가든 천국에 가든 그건 지금 우리하고 상관없는 일입니다.

 만일 그 바보가 천국에라도 갔으면 내일 당장 쫓아 올라가서 하느님께 따지고 지옥으로 돌려보내시렵니까?

당신들 사는 세상이나 바로 보고 걱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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