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흥동성당 게시판

고해성사를 보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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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경 [bkkim] 쪽지 캡슐

2000-09-22 ㅣ No.482

비가 온다더니 아직은 구름 사이로 햇살이 비춰지고 있다. 혼자 남은 사무실에서 나른함이나 즐겨볼까 하는데 저만치서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열려진 창문을 통해 들어온다. 사이렌의 여운을 이어 받고 또 이어 받고 하는 것이 서너대쯤 이어달리기를 하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앰뷸런스가 한 대쯤 낀 소방차의 행렬인 모양이다. 그런 대열에 낀 앰뷸런스라면 어느 시사프로그램에서 고발하던 빨래 실은 차는 아니겠지... 이 시각에 누군가는 그 강력한 물줄기가 자신의 가족을 혹은 재산을 어쩌면 자신을 구해 주기를 바라며 고통 속에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잠깐 그 긴박한 구조대를 기다릴 사람들을 위해 화살기도를 바친다. 야속하게도 장난전화를 걸었을 뿐인 헤프닝에 불과하다면 그 어리석은 영혼을 위해서도... 난 이번 주일에 전대사를 받으러 가기에 앞서 그 물줄기를 받으러 고해소에 가야한다. 굳이 주임신부님을 피해 손님신부님께서 계실 시간에 맞출 필요가 없다는 것은 몇번의 경험에 비추어 볼때 알고 있지만 (우리 신부님은 매번 나를 안심시키시는 질문을 던지시곤 했다... 더 이상은 말하면 안되고...) 귀가시간에 비추어 볼때 그렇게 되겠지... 고해성사를 보고 전대사를 받는 일을 앞둔 마음이 무겁다. 어찌나 막막하던지 고해성사를 위한 성찰의 예제를 찾아 읽어보았지만 '삶 자체가 죄'라는 고백이 절로 나온다. 자주 고해성사를 보라는 사제들의 말씀을 지키지않아 매번 언제 성사를 보았는지를 달력을 넘기며 되짚어야 하는 이 우매함부터 내 생활의 반성을 시작해본다. 그리고 다시 죄의 사함을 구할 자신이 있는지 반성한다. 아직도 이렇게 미운 사람이 많고 얄미워 가자미 눈을 뜨는 일이 많고 길에서 맞딱드리면 옆길로 돌아가고 싶은 사람이 많은데... 지금도 이렇게 욕심이 많은데 말이다. 오늘 오후는 이렇게 수 많은 생각에 머리를 싸매고 지내게 될런지도 모르겠다. 이런 근무 태만도 죄 아닌가? 그러니 내 삶이 곧 죄라는 탄식 섞인 반성외에는 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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