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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사 속 세계공의회 2부] 2. 교황 요한 23세와 공의회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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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5동성당 [chang4] 쪽지 캡슐

2012-06-09 ㅣ No.5230

[교회사 속 세계공의회 2부] 2. 교황 요한 23세와 공의회 개막

 
새로운 시대의 문을 열다

▲ 교황 요한 23세가 1961년 12월 25일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소집을 공표하는 교회 헌장에 서명하고 있다. [CNS자료사진]


▨공의회 소집 발표와 준비

 1959년 1월 25일 로마 성 밖 성 바오로 대성전.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을 마치는 예식을 집전하고 난 교황 요한 23세는 대성전 옆 베네딕도 수도원에서 추기경들에게 뜻밖의 발언을 했습니다. 로마 교구 시노드와 세계 공의회를 소집하겠다고 공표한 것입니다. 교황은 이 공의회가 '일치 공의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리스도교 일치를 위해 갈라져 나간 그리스도교 공동체 대표들도 초대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교황직에 오른 지 3개월도 되지 않은 78살 노 교황의 발언은 교회 안팎을 깜짝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많은 이들에게는 교회가 공의회를 논할 때가 아닌 듯했습니다. 설사 공의회가 필요하다 해도 '과도기' 교황인 요한 23세 때는 아니라는 게 대다수의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공의회 소집에 대한 요한 23세의 의지는 확고했습니다. 교황은 지금이 '아조르나멘토'(aggiorna mento), 곧 쇄신의 때라고 여겼습니다. 교회는 이제 새로운 문턱에 들어섰습니다. 그래서 변치 않은 구원의 진리에 속하는 것과 시대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것을 구별하고 이 세상에서 희망의 징표들을 식별해 내야 할 때라고 보았습니다.

 요한 23세는 약 4개월 후인 1959년 5월 17일 성령 강림 대축일에 공의회를 위한 예비준비위원회를 구성합니다. 예비준비위원회는 전 세계 주교들에게서 의견을 받아 정리해 공의회에서 논의할 주제들을 분야별로 분류하는 작업을 맡았습니다.

 교황은 이어 성 베드로와 바오로 사도 대축일인 6월 29일 첫 회칙 「베드로좌(Ad Petri Cathedram)」를 통해 공의회 소집 목적이 신앙을 증진하고 전통을 쇄신하며 교회 규율을 현대에 맞게 맞추는 데 있다고 밝혔습니다.

 교황은 7월 24일 교황청 국무원장이자 공의회 예비준비위원회 위원장 타르디니 추기경에게 보낸 서한에서 새 공의회 이름을 '제2차 바티칸 공의회'라고 밝혔습니다. 공의회 소집과 관련, 일부에서는 1879년에 중단된 제1차 바티칸 공의회에 대한 연장선에서 소집되는 공의회일 것으로 억측하기도 했는데, 공의회 이름을 제2차 바티칸 공의회라고 밝힘으로써 제1차 바티칸 공의회와는 다른 새로운 공의회가 될 것임을 시사한 것입니다.

 예비준비위원회의 공의회 토의 안건 분류 작업이 끝날 때쯤인 1960년 6월 5일 성령 강림 대축일에 교황은 자의교서 「하느님의 드높으신 뜻」을 발표, 공의회 준비 체제를 본격적으로 가동합니다. 공의회에서 심의할 의안을 준비할 10개 준비위원회와 이를 총괄하는 중앙위원회를 구성한 것입니다. 이 준비위원회 위원장들은 교황청 각 부서장 추기경들이 맡았습니다. 또 교황청 부서 편제에 없는 평신도 사도직 분야를 담당할 준비위원회가 별도로 설치됐습니다. 그리스도교 일치에 관한 사안은 몇 주 전에 신설한 그리스도교 일치사무국이 담당했습니다. 교황은 이 교서에서 새 공의회 이름을 '제2차 바티칸 공의회'로 공식 발표합니다.

 중앙위원회와 분야별 준비위원회들이 의안 초안 작업을 거의 마무리할 때 쯤인 1961년 12월 25일 교황 요한 23세는 교황 헌장 「인간의 구원」을 발표, 이듬해인 1962년에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소집될 것임을 공식적으로 공표합니다. 이어 1962년 2월 2일 자의교서 「공의회」를 통해 공의회 개막일을 10월 11일로 확정, 발표합니다.

 교황 요한 23세는 1962년 8월 6일 공의회 진행 절차에 관한 지침을 담은 자의교서 「다가오는 공의회」를 발표, 공의회 준비를 사실상 완료합니다. 이에 따르면, 공의회는 전체회의(총회), 분과위원회, 장엄 공개회의로 구분됐습니다. 주교들은 준비위원회에서 작성한 초안을 개별적으로 검토하고 나서 전체회의에서 논의한 후 통과, 거부 또는 수정 결정을 내립니다. 거부 또는 수정 요청이 들어온 안은 위원회의 재작성 혹은 수정을 거쳐 다시 전체회의에 회부되고, 전체회의에서 최종 통과된 문건은 장엄 공개회의를 통해 교황이 공식 선포하도록 했습니다.
 
 ▨공의회 개막과 제1차 회기

 1962년 10월 11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개회했습니다. 전세계 2908명 교부들 가운데 2540명이 참석한 역사상 최대 규모였습니다. 유럽이 거의 과반수를 차지했지만 아프리카에서 379명, 아시아에서도 300명이 참가했습니다. 한국에서는 당시 서울대교구장 노기남 대주교를 비롯해 모두 9명 주교가 참가했습니다.

 교황 요한 23세는 개회 연설에서 공의회가 그리스도와 일치해 인류 사회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더욱 폭넓고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희망했습니다. 세상에 대해서는 단죄가 아니라 자비의 마음을, 갈라진 형제들에 대해서는 일치를 위한 노력을 당부했습니다.

 공의회는 주교들에게 소속 분과위원회를 배정한 후 10월 22일 첫 안건으로 전례에 관한 의안 심의에 들어갔습니다. 전례에 모국어 사용, 미사에서 말씀 전례의 중요성에 대한 강조 등이 핵심이었습니다. 그러나 보수와 진보 양측의 입장이 대립해 쉽사리 결론이 나지 않았습니다.

 11월 14일에는 계시에 관한 초안 '계시의 원천들'이 전체회의에 회부됐습니
다. '원천들'이라는 표현 자체가 계시의 원천으로 성경과 성전 두 가지를 명백히 제시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성경만을 계시의 유일한 원천으로 보는 개신교와의 일치를 주장하는 진보파에서는 반대의사를 표현했습니다. 이 초안으로 심의를 계속할 것인지에 관한 표결에서 반대 1368표, 찬성 822표가 나왔습니다. 반대표가 과반수를 넘었지만 3분의 2를 넘지 않았다는 이유로 초안이 그대로 본회의에 상정될 판이었습니다. 그때 교황이 개입했습니다. 과반수 이상이 반대하는 안건을 그대로 상정해서는 안 되기에 초안을 수정, 재작성하라고 지시한 것입니다.

 11월 23일에는 매스미디어에 관한 안건이 상정됐지만 핵심이 없고 너무 장황해 수정이 요청됐고, 며칠 후 동방교회와의 일치에 관한 초안이 회부됐지만 동방 교회에서 가톨릭으로 돌아온 교회들(uniate, 귀일 동방 가톨릭교회) 입장 위주이고 정교회 입장은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 논란이 계속됐습니다.

 핵심 안건으로 관심 대상이었던 교회에 관한 초안은 12월 1일 전체회의에 상정됐지만 역시 논란이 많았습니다. 교회를 법규범으로 통치하는 사회 조직처럼 이해하고 있고, 개선주의 색채가 나며, 교회와 그리스도와의 관계, 하느님 백성으로서의 교회관, 인류에 대한 교회의 사명 등이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었습니다. 초안 재작성이 요청됐습니다.

 결국 제1회기 폐회일인 12월 8일까지 전체회의에 회부된 의안 중 최종 통과된 문건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약 두 달 동안의 1차 회기가 별 소득 없이 끝난 것입니다. 교황은 폐회 기간 중에 초안들을 다시 검토하고 수정 작업을 지휘하는 역할을 담당할 조정위원회를 설치하고, 1차 회기를 폐회합니다. 다음 회기는 9개월 후로 예정됐습니다.

 교황은 폐회 연설에서 의견 일치를 보는 데는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라면서 공의회가 휴지기에 들어가는 것은 "활동의 중단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가장 적절한 것을 얻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교황 요한 23세는 제2차 회기를 개회하지 못한 채 1963년 6월 3일 위암으로 선종합니다. 82살이었습니다. 그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소집했지만 정작 자신은 아무런 결실을 보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교황은 공의회 소집을 결심했을 때부터, 자신이 교황으로 선출돼 요한 23세라는 이름을 지었을 때부터 이런 결과를 예상했을지 모릅니다. 임기 중에 공의회를 마치지는 못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쇄신의 토대를 놓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을 것입니다. 마치 주님의 길을 준비한 세례자 요한처럼 말입니다. 요한 23세 교황은 2000년에 시복됐습니다.


출처 : http://www.pbc.co.kr/CMS/newspaper/view_body.php?cid=400902&path=20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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