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기동성당 게시판

우리들의 아버지, 우리들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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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환 [bernard] 쪽지 캡슐

2002-05-07 ㅣ No.3578

+ 그리스도 우리의 길

 

 

앞으로 20분 후면 바야흐로 어버이날입니다.

 

요즘 혼배미사 때마다 신랑 신부에게 똑같은 질문을 합니다.

 

 

"신랑은 신부에게, 신부는 신랑에게

 

서로가 10년 후, 20년 후, 30년 후에 무슨 말을 해주고 싶습니까...?"

 

 

조금 황당한 질문이긴 하겠지만,

 

나름대로 준비한 대답을 하객들 앞에서 마치 사랑의 선포를 하듯이

 

정성을 다해 하는 모습을 보면서 항상 눈이 가는 곳은 그들의 부모님의 표정이었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제가 그들의 결혼을 축하하는 말로 마감하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지금 신랑, 신부는 서로가 서로에 대한 사랑을 만인 앞에 선포하였습니다.

 

하지만 10년후 자녀들이 자라가는 모습을 보면서 흐뭇해 할 것입니다.

 

20년 후, 어느덧 훌쩍 어른이 되어버린 자녀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름대로의 일을 계획하고 있을 것입니다.

 

30년 후, 지금 신랑, 신부의 부모님들처럼 자녀들이 새로이 출발하는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며

 

눈물을 하염없이 훔치고 있을 것입니다... 부모에게 효도하십시오. 그것이 사랑의 완성입니다.

 

신랑은 신부의 부모에게, 신부는 신랑의 부모에게..."

 

요즘 처럼 혼배미사가 많은 날, 다시 어머니의 손길을 더듬어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몇년전엔가 이멜로 받았던 글을 다시 올려봅니다..

 

어버이날, 쑥쓰러울지도 모를 사랑의 말 한 마디를 부모님에게 선물로 드려야겠죠...^^*

 

그리고 기도합니다..."건강하세요..."

 

- 가람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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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당신을 아버지라 부릅니다..."

 

 

스물 아홉 … 열 네 시간을 기다려서야 자식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당신은 신을 믿지 않았지만 당신도 모르게 기도를 올렸습니다.

 

 

서른 일곱 … 자식이 국민학교를 들어가 우등상을 탔습니다.

 

                 당신은 액자를 만들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걸어 두었습니다.

 

                 아직도 당신의 방에는 누렇게 바랜 액자가 걸려 있습니다.

 

마흔 셋 … 일요일 아침, 모처럼 자식과 약수터로 올라갔습니다.

 

              이웃 사람들이 자식이 아버지를 닮았다며 인사를 건넸습니다.

 

              당신은 괜히 기분이 좋았습니다.

 

마흔 여덟 … 자식이 대학 입학시험을 보러 갔습니다.

 

                당신은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했지만,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쉰 셋 … 자식이 첫 월급을 타서 내의를 사 왔습니다.

 

            당신은 쓸데없이 돈을 쓴다고 나무랐지만,

 

            밤이 늦도록 내의를 입어보고 또 입어 봤습니다.

 

예순 하나 … 딸이 시집을 가는 날이었습니다.

 

                 딸은 도둑 같은 사위 얼굴을 쳐다보며 함박 웃음을 피웠습니다.

 

                 당신은 나이 들고서 처음으로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오직 하나 자식 잘되기만을 바라며 살아온 한평생

 

하지만, 이제는 희끗희끗한 머리로 남으신 당신….

 

우리는 당신을 "아버지"라 부릅니다......

 

 

 

"우리는 당신을 어머니라 부릅니다..."

 

 

스물 하나 … 당신은 고개를 두 개 넘어

      

                 얼굴도 본 적 없는 김씨 댁의 큰아들에게 시집을 왔습니다.

 

스물 여섯 … 시집 온 지 오 년만에 자식을 낳았습니다.

 

                 당신은 그제서야 시댁 어른들한테 며느리 대접을 받았습니다.

 

서른 둘 … 자식 밤늦게 급체를 앓았습니다.

 

              당신은 자식을 업고 읍내 병원까지 밤길 이십 리를 달렸습니다.

 

마흔 … 그해 겨울은 유난히 추웠습니다.

 

           당신은 자식이 학교에서 돌아올 무렵이면

 

           자식의 외투를 입고 동구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리고..., 자식에게 당신의 체온으로 덥혀진 외투를 입혀 주었습니다.

 

쉰 둘 … 자식이 결혼할 여자라고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당신은..., 분칠한 얼굴이 싫었지만 자식이 좋다니까 당신도 좋다고 하였습니다.

 

예순 … 환갑이라고 자식이 모처럼 돈을 보냈습니다.

 

          당신은 그 돈으로 자식의 보약을 지었습니다.

 

예순 다섯 … 자식 내외가 바쁘다며 명절에 고향에 못 내려온다고 했습니다.

 

                당신은 동네 사람들에게 아들이 바빠서 아침 일찍 올라갔다며

 

                당신 평생 처음으로 거짓말을 했습니다.

 

 

오직 하나 자식 잘되기만을 바라며 살아온 한평생,

 

하지만, 이제는 깊게 주름진 얼굴로 남으신 당신…

 

우리는 당신을 "어머니"라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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