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락산성당 게시판

사랑할 가슴만 남겨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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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석 [pbs] 쪽지 캡슐

2000-04-06 ㅣ No.653

퇴원을 하고... 학교에 오자마자 책상을 다 뒤집어서  먼지가 묻은

낡은 시집을 하나 찾아냈습니다.

 

처음부터                             흔들림 없는 모습이

무모한 일이었을까                    그래도 믿음직스러워

내 몸으로 너를 한 번                 눈물 흐리며 돌아설 때에도

으스러지게 안아 보리라던 꿈이        좌절하지 않았었는데

 

수없이 부서진 몸 추슬러              이제는

다시 다가서면                        너에게 다가갈 힘이 없어

여전히 거절하는                      멀리서 하염없이

차가운 너에게 떠밀려                 바라보고만 있는데

 

온 몸이 산산조각으로                 언젠가는 네가 내게로 와서

쏟아져 내릴 때에도                   뜨겁게 껴안아 주리라는 꿈

그다지                               그건 처음부터

절망하지 않았었는데                  부질없는 일이었을까

 

             사랑할 가슴만 남겨 주소서.  ’파도가 바위에게 1’ 중에서...

 

입원해 있었을 때... 제 옆에서 정성스럽게 남편을 간호하던 이쁜 아줌마를

보면서...감각적인 외로움을 참지 못해 어설프게 생각 났던 시였습니다.

 

문득 나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게 되면서...진정한 나의 존재는 무얼까?

평소 내 모습에  걸맞지 않는 생각들이 떠올랐습니다...

 

아마도 몸이 아프다보니 쉽게 마음이 지친 것 같아...생각을 떨치려고

링겐 한손으로 들고...머리에는 붕대를 칭칭 감은 채...새가슴이 된 가슴을 안고서..병원성당을 찾아 갔습니다.

 

성당 문 옆에 공책 한 권이 눈에 띄였습니다.

환자들이,...환자가족들이 쓴 글 같았는데...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지금 자세히 기억은 나지 않은나...기억을 더듬으면....

 

"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가시다 3번이나 쓰러지신 예수님...

  저희를 위해 다시 일어나셔서...저희를 위해 돌아가셨습니다.

  전 이젠 일어설 수 없습........예수님을 사랑 합니다....  "

 

암말기 환자가 쓴 글입니다. 그 밖에 많은 안타까운 글들이 써 있었습니다.

이러한 죽음을 앞 둔 사람들의 이야기와 가족들의 이야기는....한 순간에... 절...어리석은 바보로 만들었습니다.

왜 자꾸 잊어버리고 살까?....바보.바보.

하루 하루가 왜 소중한지 아세요? ....

 

성당에서.. 새가슴이 된 제 가슴을 두고...

"사랑할 가슴만이라도 남겨 주세요"라고 했답니다.

 

내게서 내 것 아닌 것

다 버리고

 

내 것이라 여겼던 것마저

모두 내주고

 

그 다음

텅 빈 그릇 되어

 

당신으로만

채워지고 싶습니다.

  

따뜻한 봄 입니다. 너무 행복해요...왜냐구요?   들 추우니깐...^^

이젠 우리 마음에도 작은 꽃들을 피워줘야 겠지요...

들어오기는 자주 오는데....글 쓰기는 너무 힘든 것 같아요...

여러분 좋은 하루 보내세요..

청년들 화이팅...나두!                        

                                 귀 아픈 신학생이....

 

p.s  성연야...고맙다...따뜻함을 네 마음 속에서 찾아구나...

     저 번주의 건강한 네 웃음 속에...울 같이 갔던 성가대 M.T때가

     생각 나드라...그 때 참 많이 먹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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