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明洞聖堂) 농성 관련 게시판

4월 28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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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환 [franco2] 쪽지 캡슐

1999-04-28 ㅣ No.50

07:30 - 성당 언덕 초입에 MBC 라디오 중계방송 차량이 눈에 들어 온다.

      민노총이 입장을 발표하는 것 같다. 한숨도 못자 부시시한 눈을 하고 민노총

      대외협력 국장이 그 옆에 서 있다. 잠시 성당으로 올라오며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특별한 이야기는 없었다. 다만 오늘 있을 공공연맹의 시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성당 마당에는 중부 경찰서 소속 형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어제의 사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며 성당측의 협조를 구한다. 알겠다고 대답했다.   

      어제는 민감한 사안이라 판단이 되어 글을 올릴까 하다 그만 두었다.

        어제 17:30경 한총련 학생들이 깃발을 들고 로얄 호텔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더 나아가 에스콰이어 매장이 있는 곳까지 진출을 꽤하였다. 급기야는 롯데 백화점

      앞에까지 나가자, 교통방송에서 그곳에 시위가 있다고 방송이 되었고(나는 방송을

      듣지는 못했다.) 경찰쪽에서는 가두 시위가 우려되 제지하며 검거하려 했다. 양쪽간의

      치열한 몸싸움이 시작되고 한총련 소속 여학생이 잡혀가면서 몸싸움은 급기야

      투석전으로 발전했다. 학생들은 기동대 소속 전경 한 명을 잡아왔다. 전경은.........

      오늘 알아보니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라하니 안도가 된다. 다행이 경찰측에서 여학생을

      돌려 보내고, 학생들도 전경을 돌려 보내자 겨우 수습되었다.

        물론 전경들과 학생들도 피해를 입었지만 정작 피해를 본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이다.

      돌들이 날아들자 혼비한 사람들이 몸을 피했고, 주변의 상인들의 거센 항의가

      시작되었다. "성당측 뭘하느냐? 우리의 생명권과 생존권이 심하게 위협받고 있는데, 왜

      학생들을 그냥 있게 하느냐? 경찰을 불러서라도 막아야 하지 않느냐?"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지나가던 택시의 유리가 박살 났다. 누구한데 손해 배상을 받아야 하느냐는

      기사의 넉두리와 하소연에는 얼굴이 달아 올랐었다.

        이런 일이 생길 것을 방지하기 위해 어제 아침에 한 신부가 한총련 학생들에게 언덕

      초입을 벗어나면 우리의 힘이 미치지도 못하고 여러가지 불상사가 있게 되니 자제해

      달라고 말했건만..... 주일과 월요일 연속해서 투석전이라니....... 아!

        한총련 학생 대표에게 다시 당부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투석전 만은 않된다.

      이곳에서는 평화적 시위와 농성을 해야 한다. 다들 그렇게 하고 있기 때문에 경찰들도

      이곳에서의 평화적 시위와 농성에 대해서 막지 않는 것이다. 성당초입을 벗어나 생기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성당측에서도 어떻게 할 수 없다. 또 다시 투석전을 벌인다면

      한총련은 이곳을 떠나라. 이곳이 결국 폭력적인 시위와 농성장으로 변질되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의 생명권과 생존권에 대한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 어제 밤 한 숨도

      못잤다. 항의 전화를 받느라고....... 한총련 학생 대표는 머뭇 거리다. 알겠다고

      했다. 정말 지켜지려나??

11:00 - 지하철 노조 법규부장과 만나 향후 대책을 논의 했다. 어떤 형태로 언제 자진 출두할

      것인가에 대해. 조만간 그렇게 하겠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집행부 회를 통해야 한다고

      말하며 한숨 짓는다. 서울시의 강압적 자세가 부담 된다는 것이다. 그러다 제2의 파업

      이 일어날가 걱정이라 했다.

        옆에서는 예쁜 여자 아이 하나가 법규부장의 손을 잡고 맑게 웃는다.

      '몇 살?'

      '일곱 살'

      천진 난만하다. 아빠가 왜 여기 있는지, 지금 어떤 상황인지, 또 무슨 일이 생길지?

      그런 걱정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아빠와 함게 있는 이 시간이 그저 기쁜 모양이다.

      저 멀리서는 엄마의 근심어린 얼굴이 보인다. 사뭇 대조적이다. 가족들이 학교에간

      아들을 제외 하고는 모두 모인 모양이다. 급히 사제관으로 달려가 사탕과 빵을 한봉지

      아이에게 선물로 주었다.

      '이렇게 많이? 고맙습니다.'

      아이는 참으로 기뻐했다. 오늘 여기에 온 것이, 아빠를 만난 것이, 한 아름 선물을

      받아서.... 돌아서는 마음이 착찹하다.

15:00 - 중부 경찰서 소속 형사와 차를 한잔 하며 잠시 대화를 나누었다.

      어제 근무했던 김 형사가 투석전을 말리다 옆구리에 돌을 맞아 쑤신다고 한다. 저런.

      김 형사는 어제 투석전을 온 몸으로 저지 했었다. 사태를 진정시키는 김 형사의 모습을

      보고 의아해 했지만 여기 담당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곳이 평화적인 장소가 되기를

      바란다고 항상 말해 왔었다. 지금 앞에 앉아 있는 김 형사도 마찬가지 생각이다.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진정 이들의 안전을 생각하는 두 형사의 마음은

      진정 아름답다. 또한 지하철 노조원 집행부원들이 비록 사전영장이 발부 되었다고는

      하나 같은 가정을 가진 사람으로써 걱정이 앞선다는 말을 들을 때, 고맙다는 생각도

      든다. 한총련 학생들에 대해서도 늘 걱정이다. 형으로서, 선배로서, 삼촌으로서 참으로

      걱정해 주기에 그들도 이들 두 형사에 대해서는 우호적이다. 지난 애기지만 여기에

      근무하면서 농성자들로부터 집단으로 두들겨 맞기도 했단다. 맞아서 아픈 것이 아니라

      동생들 한테서 맞은 것이, 또 같은 국민한테 맞은 것이 더 가슴 아프다고 말을 잊는다.

      그러니 학생들이 명동성당 언덕에서 농성해 주기를 간절히 부탁한다는 것이다.

      다른 모든 사람들도 집회 허가를 내고 일정한 장소에서 시위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총련 학생들도 집회 허가서를 내면 되는데...... 지금은 집회 허가도 모두

      내어주지 않느냐는 것이다. 집회 허가는 어느 한 쪽으로 몰아 넣고 감시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불편을 최소화 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그런 취지 이기에

      가두시위도 여경들을 전담시켜 자극하지 않으려고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17:30 - 한총련은 성당 초입에서 성조기를 불태우고 또 다시 거리로 나선다.

      로얄 호텔 앞 주차장에서 구호를 외친다. 또 투석전이 날까 걱정이다. 아침에 분명히

      약속 했는데..... 또 다시 에스콰이어 매장까지 나간다. 김 형사의 다급한 모습이

      보인다. 또 투석전이 날까 걱정하는 모습이다. 내가 투석전 만은 막겠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고 성당 초입까지 내려가 투석전을 사전에 막으려 지켜서 있었다. 다행히   

      투석전은 없었다.

        한총련 대표를 만났다. 아침에 그렇게 알아 듣게 말하지 않았나! 왜 그 약속을

      어기나? 왜 자꾸 나가서 경찰을 자극하는가? 시민들은 어떻게 할 건가? 오늘까지만

      이야기 하겠다. 투석전을 하던 마음대로 하라.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자네들이 자꾸

      경찰을 자극하니까 그 이후의 일들은 자네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 내가 다 지켜보고

      이야기도 알아 듣게 했다. 만일 문제가 발생하면 진위를 밝히겠다.

        한총련이 말한데로 모든 거리가 평화의 거리고 자유의 거리라면, 그래서 아무

      곳에서나 시위를 할 권리가 있다면, 왜 굳이 이곳을 선택했나? 이곳이 경찰권의

      무풍지대라서? 그런데 어찌해서 자유주의를 표방하는 모든 나라에서도 집회 허가서를

      내고 또 정해진 자리에서만 시위를 하는가?

19:00 - 시위를 알리는 음악 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울려 덴다.

      공공노조 연맹 소속 노조원 약 1,000여명이 집결했다. 혜화동 마로니에 공원에서

      시위를 마치고 이곳에서 정리 집회를 한다는 것이다. 얼마든지................

23:00 - 밖은 조용하다. 투석전으로 활용되고 있는 계단 공사의 돌들을 치워야 한다.

      또 어떤 사태가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문제는 농성자들의 천막이 그 위에

      세워저 있다는데 있다. 어떻게 할까?

      내일은 각 천막의 대표들을 만나 물어 보아야 하겠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고...

 

        하느님! 다행히 투석전은 없었습니다. 다 알고 계시겠지만요.

      한총련을 어떻게 이해 시켜야 하나요? 어떻게 말을 해야 할까요? 에구 답답해라!

      시민들의 안전이 우려되요. 또 근처 상인들이 우려되요. 또 이곳이 경찰들이 치안을

      이유로 막아서면, 그래서 이곳이 화염병과 투석과 최류탄의 가스로 뒤 덮여 자유로이

      왕래할 수 없게 되면 어찌해야 하나요?

        너무 많은 것을 한꺼번에 질문해서 머리가 아프시나요?

      제가 워낙 머리가 나뻐서 그만....... 채워 주셔야죠?----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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