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릉동성당 게시판

놔요 놔! 내꺼라구요

인쇄

곽일수 [paulk] 쪽지 캡슐

1999-03-31 ㅣ No.1180

다들 안녕들하세요. 욕심많은 바오로가 정릉가족 그리며 퍼온글 올립니다.

뜻깊은 성삼일 맞이하세요...

 

한  노부인이 죽자 천사들이 그 부인을 심판석으로 데리고 갔다. 부인의

기록을 조사해본 심판관은 그 부인이 자비를 베푼 사례를 하나도 찾아 낼

수가 없었다.

- 단 한 번, 굶주린 거지에게 사과 하나를 준 것 이외에는.

그러나 한 번 베푼 사랑의 행위가 지닌 힘이란 큰 것이기에, 그 부인은

그 사과에 힘입어 하늘로 올려지도록 결정되었다. 심판관은 그 사과를

법정에 가져오게 해서 부인에게 주었다.  부인이 사과를 손으로 잡는 순간,

사과는 마치 어떤 보이지 않는 줄이 잡아당기는 듯이 위로 올라가면서

부인를 하늘로 들어올렸다.

 

그때 거지 한 사람이 나타났다. 그는 그 부인의 옷자락을 꽉 붙잡고서 함께

따라 올라갔다. 셋째 사람이 그 거지의 발을 잡았고 그도 올라갔다.

이내 그 사과 때문에 하늘로 올려지는 사람들이 긴 줄을 이루게 되었다.

그리고 이상하게 생각될 지 모르나, 그 부인은 자기를 붙들고 있는 저 모든

사람들의 무게를 조금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사실 그 부인은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기에 그들을 못보았던 것이다.

그들은 점점 높이 올려져 드디어 거의 하늘의 문 앞에까지 이르렀다.

마지막으로 한 번 땅의 모습을 보기 위해 뒤를 돌아본 바로 그때, 그 부인은

자기 뒤에 줄지어 달려있는 이 모든 사람들을 보게 되었다.

노부인은 화가 났다. 그리고 오만하게 손을 내저으며 외쳤다.

"놔요. 놔, 당신들 모두! 이 사과는 내꺼라고요!"

노부인은 오만한 손짓을 하느라고 잠시 사과에서 손을 놓아버렸고, 그리고

그 모든 사람들과 함께 아래로 떨어졌다.

 

지상의 모든 악에는 단 한 가지 원인이 있을 뿐이다.

"내 것이다!"라는

 

 

앤소니 드 멜로 <개구리의 기도> - 분도출판사

 



58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