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흥동성당 게시판

우울한 봄날의 괜한 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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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경 [bkkim] 쪽지 캡슐

2000-03-10 ㅣ No.210

오늘 날씨는 짱인데 내 기분은 쩍이다. 유리창으로 보이는 저 하늘은 저렇게 맑고 푸르기만한데 한숨만 들이쉬는 내 마음은 가보지 못한 런던의 비오는 회색 하늘을 닮아있다. 며칠째의 우울에 대해 반항해 보려고 어제 밤의 맨손체조를 여느때보다 강도높게 했건만 여지없이 불쾌한 꿈으로 잠을 설쳤다. 새벽녘에 잠깐 동안의 꿈만 기억되는데 내 엄살은 그 꿈에 내 모든 수면의 자리를 내어준 듯 억울하고 오후가 힘겹다. 봄인데... 우아한 봄이 샘이 나서일까... 해마다 봄이 그렇게 썩 마음에 들었던 기억이 없다. 봄은 예쁘지만 새침하기 이를데 없는 젊은 처자들을 닮았다. 말할 수 없이 온화하고 아름다운 햇살에 넋을 잃고 따라갔다가는 그 매서운 바람에 한방 먹기 쉽다. 물론 모든 예쁜 여자들이 못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예쁜 여자가 자신이 예쁘다는 것을 자각하는 시점에서 악녀기질이 발동한다. 예쁜 여자의 다소 못되게 구는 행동은 적당히 도도함과 자기애로 포장되어 넘어가지만 안생긴 여자들의 비슷한 그것은 단숨에 '성격까지 나쁜'이 된다. <솔직히 그건 반대의 성의 경우에도 비슷하다.> 거기에 더 보기 괴로운 것은 안생긴 여자가 자신이 예쁜줄 알고 벌이는 기행에 가까운 행동이고, 최악은 안생긴 여자의 심통이다. 감사하게도 적어도 나는 내 심통을 충분히 자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도 나는 괜한 심통을 부리며 난데없이 봄과 영원한 질투의 대상인 예쁜 애들을 싸잡아서 다리 걸어 넘기는 중이다. 오늘밤 내가 잠이 들면 하늘거리는 멋진 날개를 단 봄의 요정이 나타나서 '너두 만만치 않아. 너만 나 싫어하는 줄 아니? 못생긴게 웃기고 있어, 흥!' 하고 퍼부을 지도 모르겠다. 연거푸 마셔댄 커피의 카페인도 어쩌지 못하는 이 난데없슴과 두서없슴이 오늘도 용서되기를 염치없이 바라며.. 오늘쯤 게시판 운영자님으로부터 경고의 메세지를 받게되지는 않을까... '자네, 여기다 일기 쓰나?' 행복하세요! *^-^* P.S : 현배님! 만약 이 글을 읽으셨다면 좀 참신한 유머로 찾아봐 주실 수 없으실런지... 내가 어제 정 때문에 한표 찍기는 했는데 허탈해서 잠이 달아나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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