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동성당 게시판

★[신앙의 대화][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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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열 [c.y.kim] 쪽지 캡슐

2000-01-11 ㅣ No.2955

† 찬 미 예 수 님 !

 

애기 엄마의 참 신앙

 

40 여명의 예비신자가 영세를 앞두고 마지막 찰고를 신부님께 받고

있었다. 6개월을 한 주에 두 번씩 교리를 배웠으니 알 만큼은 안

셈인데도 모두들 벌벌 떨면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백발이 성성한 신부님은 근엄한 표정으로 몇 가지씩을 물으시면서

어딘지 허전한 감을 느끼신다. 신부님의 질문은 "당신은 하느님을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로 시작했다. 그들은 아는 지식을 늘어놓

았다.

 

하느님은 자비하시고 인자하시고 무량하시고 전지, 전능하시며 공의,

지선하십니다. 모두가 일관성이 있는 대답이다. 당연한 대답이건만

신부님은 무언가 좀 부족하신 듯 고개를 갸우뚱하신다.

 

차례를 기다리던 사람 중에는 노인도 학생도 부인도 있었다. 해가

서산에 기울기 시작한 것은 오후 4시 반쯤이었다. 동지가 가까우니

오후 시간은 볼품없는 찌꺼기였다.

 

신부님은 시계를 힐끔 보신다. 빨리 끝내야겠다고 생각하셨던지 대

여섯 개나 물으시던 교리를 세 개로 고정시켰다. 맨 마지막 사람은

애기 엄마였다. 시집온 지 2, 3년 됐을까 해보이는 앳된 엄마였다.

애기는 지쳐서인지 엄마등에서 쌕쌕거리며 자고 있었다.

 

"당신은 하느님을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 하는 신부님의 질문을

받은 애기 엄마는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신부님 ! 저는 하느님이

적어도 우리 시아버지만한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며 신부님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신부님은 빙그레 웃으시며 "됐어요. 합격입니다.

당신에겐 더 이상 물을 게 없소." 백발이 성성한 노인 신부님은

장시간의 피로가 이 마지막 애기 엄마의 대답으로 확 풀리신 듯 백발을

날리시며 획하니 사제관으로 들어가셨다. 잠시 후 사제관에선 ’환희의 노래’

가 스테레오 스피카를 타고 우렁차게 울려퍼졌다.

 

<신앙의 대화>

 

왜 신부님은 ’환희의 노래’를 크게 틀어 놓으실 정도로 애기 엄마의

대답에 기뻐하셨을까 ?

 

많은 이들은 하느님을 지식으로만 알고 있었다. 머리 좋은 사람은 더

정확하게 말할 수 있었다. 반면 애기 엄마는 참 신앙을 갖고 하느님을

아버지로 모시며 생활하고 있었던 것이다.

 

가정에서 노인이신 시아버지의 자애롭고 후덕하신 모습을 볼 때마다

하느님을 생각하며 하느님을 생활에 연결시켰던 것이다. 그는 하느님을

아버지로 생각했다. 우리가 신앙생활을 함에 있어서 ’하느님’은 지식 학문

에서 얘기되어야 한다.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을 때에 참 신앙이 되는

것이다.

 

애기 엄마가 그런 대답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가정 생활이 얼마나 사랑과

화목에 넘치고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시아버지는 며느리를 사랑하고

며느리는 아버님을 극진히 모시는 화목한 가정의 분위기가 눈에 선하다.

우리 모두가 진실한 신앙인으로 하느님을 아버지라 부르며 살아야겠다.

 

---<최기산 신부 지음>[등잔불]중에서---

 

사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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