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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원 [pious] 쪽지 캡슐

2001-06-29 ㅣ No.2207

비가 옵니다. 그것도 무지 많이.....

조금전에 밖에 나갔다가 학교 앞에 엄청 많은 엄마들이 우산을 들고 자기 아이들을 기다리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아마 아침에는 비가 안왔기 때문에 아이들이 우산을 많이 가지고 가지 않았던가 봅니다.

그리고 일을 보고 들어오는데 이제 아이들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엄마들이 많은데도 비를 맞으며 그냥 집으로 가는 아이들이 꽤 많았습니다.

 

어릴 때의 기억이 났습니다.

오늘처럼 그렇게 비가 내릴 때, 다른 친구들은 엄마를 기다리고 또 우산을 가지고 온 사람들 중에 엄마를 찾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전 항상 비를 맞으며 털래털래 집으로 왔습니다. 당연히 엄마가 나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지요.

설마 한번도 우산을 가져다준 적이 없겠을까마는 저는 기억이 없습니다.

 

버림받은(?) 자식이었던 저는 언제나 비를 맞으며 집으로 돌아왔지요. 뭐 그래도 그렇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비가 많이 오면 거리에 고인 물들을 발로 차고, 나무에 떨어지는 물방울들을 바라보고, 비를 막기위해 비닐을 처놓은 시장상인들의 아슬아슬한 포장에 신기함을 느끼면서 이런저런 장난과 구경거리들로 심심치않게 집으로 왔으니까요.

 

그래서 그런가.... 비가 오는 날이면 아무것도 하지않아도 별로 심심하지가 않습니다. 그냥 비를 구경하는 것 만으로도 시간이 빨리 갑니다.(지금 비때문에 고생하는 많은 분들! 저의 값싼 감상을 용서해 주세요)

 

하지만

그래서 그런가.... 비가오는 날이면 조금 외롭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하고 우산을 안가져다 주던 엄마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엄마! 왜 우산 안가져다 주셨어요?(저는 아직까지도 이 질문을 엄마에게 해본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오늘 우산을 안가져다 주어서 비를 맞고 가는 아이들 중에 저처럼 물장난을 하고, 나무를 바라보고, 시장상인들에게 눈길을 주는 아이들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아마도 빨리 집에가서 엄마가 없는 틈을 타서 컴퓨터오락을 하려고 하는 것일까요? 땅만 보고 걸음을 재촉하는 아이들이 안쓰럽게 여겨졌습니다.

저를 강하게 했던 경험이 다른 아이들에게는 서글픔이 될까봐 안타까왔습니다.

비는 참 많은 사람들에게 참 많은 감정을 느끼게 하나 봅니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전화가 많이 오는거야. 비오니까 비오가 생각나나?)

장마철 잘 보냅시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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