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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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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우 [apw] 쪽지 캡슐

2001-01-23 ㅣ No.49

누구나 어린 시절이 있고 그 추억은 오래토록 남아있기 마련이다. 으례것 설명절이 오면 연날리기, 팽이치기, 제기차기, 자치기, 씨름, 숨기장난 등등 여러가지 놀이를 하며 뛰어 놀았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연날리기는 빼놓을 수 없는 추억거리 이다.

 나는 서천과 한산 사이의 들이 넓은 시골 두북리라는 동래에서 살았다. 농사를 지을 뿐 아니라 여인들은 모시를 많이 해서 가용돈을 쓰고 있었다. 그래서 어려서 부터 배틀 밑에서 자장가로 배짜는 소리를 들으며 잠이들곤 하였다.

 모시를 삼으면서 나오는 찌꺼기를 꼬아 만드는 줄을 노끈이라고 하는데 이는 돗자리를 엮는데 쓰여지고 또 하나는 연을 날리는데 없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것이다. 겨우내내 꼬아 만든 이 노끈에 달린 연을 바라보느라면 내 마음도 저 푸른 창공을 한없이 나른다. 그래서 설이 다가오면 아버지께 졸라댄다. 연을 만들어 주세요.....

연은 대나무와 창호지가 필요하고 대나무를 잘 깍아야 하고 알맞게 균형잡아 창호지에 발라야 한다. 기술에 따라서 연이 날기를 잘 한다. 그리고 연에는 각가지 특색의 무늬를 놓아 멋지게 장식한다. 다된 연은 적당히 불어주는 겨울 바람을 타고 저멀리 날게된다.

 연은 재주도 부린다. 옆으로 아래로 위로 여러가지 모양으로 춤춘다. 때로는 다른 연과 엉켜서 싸움을 하기도 한다. 그때는 노끈에 풀을 먹이고 사금팔이를 갈거나 유리 가루를 내어 발라서 상대방의 연을 날려버린다. 그러면 이기게 된다.

 날아라. 지금도 내 마음은 날고 있다. 그때의 연처럼 말이다. 세상에서 저 하늘을 보며 꿈을 안고 있다. 저 먼곳의 이상을 향해 날고 있다. 이렇게 우리는 꿈을 갖고 살았다.

 부질없는 세상의 욕망을 날려버리고 나면 어느새 또 찾아들고, 쓸데없는 걱정거리도 날려버리고 나면 어느새 또 찾아들곤 한다. 그래도 저 연에 실어 저 멀리 날려버린다.

 행복의 날게를 달고 저 산너머로 가 본다, 잡힐듯 잡히지 않는 그 무엇을 향해 오늘도 찾아 나선다.

 그러다 주님 앞에서면 모든 것이 새로워 진다. 찬란한 당신의 영광에로 나를 부르시기 때문이다.

 술에 취해 정신없이 발음도 안되는 말로 무엇인가 중얼거리며 손을 내미는 아저씨가 찾아왔다. 단돈 오백원이면 돌아간다. 욕을 하며 세상을 원망하고는 어디론가 사라진다. 누가 이분에게 저 연 처럼 희망의 날개를 달아줄 것인가?  사람들은 피해서 가 버린다. 다시는 오지말고 피해를 주지 않았으면 좋겠단다. 멀정한 사지에 왜 일을 안하고 그렇게 사느냐고 비난한다. 누가 그들의 마음을 병들게 했을까?

 저 연을 다시한번 처다본다. 주님 저희 마음을 회게하게 하여주시고 진정으로 사랑하게 하여주십시요. 말로가 아니라 진심으로 사랑하게 하여주십시요.

 맑고 깨끗한 저 창공을 향해 날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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