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촌동성당 게시판

성주간과 성삼일: 또 알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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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만 [pachira] 쪽지 캡슐

2000-04-14 ㅣ No.932

궁금한 것이 많은 아녜스와 얘기하기 좋아하는 꾸쒸가 한 달 여 만에 다시 만났어요. 오늘은 무슨 얘기가 오고 갈까요...

 

*일시: 2000년 4월 14일

*장소: sokchon syber-station

 

아녜스: 꾸쒸, 그 동안 잘 지냈어요? ^^*

꾸쒸: 넘 반갑네요. 그 동안 연락도 없구. 참, 어제 투표는 했나요?

아녜스: 투표요..? --;  전 아직 투표권이 엄써요. 그렇지만, 다음에는 투표권이 생기니깐 꼭 할꺼여요.. ^.~

꾸쒸: 그래요. ^^  근데 오늘은 무엇이 궁금한가요?

아녜스: 실은요, 지난 번에 사순시기에 대해서는 잘 알았는데요, (아직 안 본 분들은 635번 게시물을 보세요.. ^^ )

사순시기를 보내다 보니깐.. 남들이 이번 주일이 성지주일이라 그러면서 다른 주일하고는 많이 틀리다고 하데요. 글쿠 모라 그러더라.. 마자.. 성주간 이라고 하면서 막 얘기하던데.. 무신 얘기를 하는지 잘 몰라서요, 혹시 물어 볼까봐 가슴 졸이며 조용히 있었거든요. --; 그래서 남들이 물어보기 전에 먼저 알아 둘려구요..

꾸쒸, 성주간하구 성지 주일 등에 대해서 쫌 알려주셔요..

꾸쒸: 아녜스, 참 당황스러웠겠군요.. 괜찮아요. 이제부터 알면 되지요..

사실 성주간은 어렵지 않아요. 성주간은 말 그대로 ’거룩한 한 주간’을 지칭하는 말이예요. 그런데, 다른 주간에는 쓰지 않는 용어인 聖(거룩하다)을 쓰는 것은 바로 그 주간이 예수님과 뭔가 특별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지요.

아녜스,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서 고통받으시고 돌아가시구, 3일 만에 부활하신 것 알구 있죠..?

아녜스: --; 꾸쉬, 사람을 어떻게 보는 거예요. 제가 그 정도도 모를까봐요..? 저는 예수님께서 돌아가실 때 함께 계셨던 분들이 성모님과 요한 성인이라는 것두 안다구요..

꾸쒸: 미안.. 미안.. 아녜스가 알구 있는거 알아요.. 그냥 확인해 본거여요.. ^^;

아녜스가 아는 것처럼 예수님께서는 고통받으시구 십자가를 지고 골고타 언덕으로 오르신 후 돌아가셨지요. 그리구 부활하셨는데, 그 사건을 우리 가톨릭 신자들은 1년 중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구 기억하지요. 바로 그 사건을 기억하며 동참하며 지내는 주간이 성주간이예요.

아녜스: 아! 그러쿠나..

꾸쒸: 그럼, 성주간의 기원과 역사에 대해서 한 번 알아 볼까요..?

성주간은의 기원은 고대 니체아 교회가 기념하던 파스카 축제에서 찾아 볼 수 있어요. 그 당시 파스카 축제는 성주간의 금요일에서 시작하여 부활 주일 아침에 끝나는 3일을 지냈어요. 그런데, 4세기에 와서 성목요일이 추가되고, 1주일로 연장되어서 5-6세기부터 성주간이 일주일로 완성되었던 것이지요.

아녜스: 아, 초대 교회 때부터 성주간을 일주일로 지냈던 것이 아니었군요.. @.@ <-- 모르는 것이 나오면 눈이 커지는 아녜

꾸쒸: 그럼요, 사순시기 설명드릴 때도 말씀 드렸지만, 초세기 초대 교회에서는 부활 축일만을 지냈지요. 그러다가 부활과 함께 예수님께서 돌아가신 날과 제자들과 고별만찬(최후의 만찬)을 함께 지낸 날도 크게 기념하기 시작했는데, 이 3일이 지금의 성주간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3일인 성삼일이예요. 즉, 성주간이 1년 전례에서 가장 중요한데, 그 중에서도 성삼일은 전례의 꽃 중의 꽃이랄 수 있죠.

아녜스: 그럼, 성주간의 요일은 모두 聖을 붙여서 성주일, 성월요일, 성화요일, 성수요일, 성목요일, 성금요일, 성토요일 이라고 부르나여..??

꾸쒸: 하하.. 아니여요. 성삼일에 해당되는 성목요일, 성금요일, 성토요일 에만 聖을 바로 붙여서 사용하구요, 나머지 월, 화, 수요일에는 성주간에 속하는 요일이란 의미로 성주간 월요일, 성주간 화요일, 성주간 수요일 이라고 부르죠. 글쿠 성주간의 시작인 주일은 성지주일이라고 불러요.

아녜스: ^^;; (에고..쑥스럽당..)

꾸쒸: 자, 아녜스 그럼 하루 하루 나눠서 설명을 드릴께요..

우선 성지주일을 설명 드릴께요. 성지주일은 성주간이 시작되는 주일로써, 예수님께서 십자가상에서 돌아가시기 위해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사실을 기념하는 주일이예요. 혹시 작년에 어느 주일에 성당에 오니 나뭇가지를 하나씩 나누어줘서 그걸 받아다가 집에 가져가서 십자가 뒤에 걸어 두었던 것 생각나요?

아녜스: 흠.. 아! 그 나무가지요?

꾸쒸: 그래요, 바로 그런 나뭇가지를 하나씩 받은 기억이 있을 거예요. 그 나뭇가지를 하나씩 받아 갔던 날이 바로 성지주일이예요.

아녜스: 아~~

꾸쒸: 그 나뭇가지는 종려나무 가지라고 하는데요, 그 가지는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입성 하실 때 백성들이 승리의 상징으로 예수님께서 가시는 길에 깔아 드렸던 것에서 연유한 것이지요.

2000년 전에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들어가실 때, 예수님은 굉장히 유명한 분이셨어요. 지금의 HOT는 예수님에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지요. 그러한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오신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예루살렘에 살고 있던 사람들 뿐만 아니라 다른 지방에서까지도 예루살렘으로 몰려와서는 예수님을 맞이하기 위해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들은 어떻게 하면 예수님을 잘 맞이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예수님께서 흙바닥을 밟지 않고 들어가실 수 있도록 나뭇가지들을 하나씩 들고 왔어요. 어떤 유명한 스타를 만나러 갈 때 꽃을 들고 가듯이 그렇게 그 당시 사람들은 나뭇가지를 들고 갔던 것이예요.

그 나뭇가지를 거룩한 나뭇가지라는 의미로 성지가지 라고 부르는 데요, 그것은 그 나뭇가지가 다른 나뭇가지와는 달리 예수님께서 밟고 가셨기 때문에 거룩하다고 하여 성지가지라고 부르는 것이지요.

그리구, 성지가지를 들고 예수님의 입성을 기억하는 주일이라고 해서 성지주일이라고 부르는 것이구요. 그래서 미사 때에 잘 보면, 신부님도 성지가지를 들고 입당하시고, 필요에 따라서는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것처럼 행렬을 하기도 해요.

성지주일에 축성한 성지가지는 집에 가져가서 십자가 뒤에 걸어 두었다가 다음해 사순시기가 시작되는 재의 수요일에 머리에 재를 얹을 때 사용하게 되지요..

아녜스: 우와! 정말 놀랍군요.. 그렇게 되는 거구나.. 전례가 모두 연결이 되네요..??

꾸쒸: 그럼요, 다음으로 성주간 내에 있는 요일들을 살펴 볼 텐데요. 이것은 아녜스가 물어 볼 줄 알고 제가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도표로 미리 만들어 놨어요. 이걸 보면, 이해하기가 훨씬 쉬울 거예요.. 엄청난 배려죠..??

^^v <-- 겸손한 브이

이 도표의 사건은 마르코 복음의 순서를 따른 것이예요.

①주님 수난 성지주일

·사건: 예루살렘 입성

·관련성서구절: 마르 11,1-11; 마태 21,1-11; 루가 19,28-40; 요한 12,12-19

②성주간 월요일

·사건: 무화과 나무 저주, 성전정화

·관련성서구절: 마르 11,12-19; 마태 21,12-19; 루가 19,45-48

③성주간 화요일

·사건: 포도원 소작인 비유,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부활에 대한 토론, 첫째가는 계명, 과부의 헌금, 성전파괴예언, 그날과 그 시간, 무화과 나무 교훈

·관련성서구절: 마르 11,20-13,37; 마태 21,28-25,44; 루가 20,1-21,38

④성주간 수요일

·사건: 대사제들과 율사들의 음모, 머리에 향유 부음 받으심, 유다의 배반 약속

·관련성서구절: 마르 14,3-11; 마태 26,6-16; 루가 22,3-6

⑤주님 만찬 성목요일

·사건: 최후의 만찬(신품성사, 성체성사 제정), 게세마니 동산의 기도, 병사들에게 붙잡힘

·관련성서구절: 마르 14,12-50; 마태 26,17-56; 루가 22,14-53

⑥주님 수난 성금요일

·사건: 베드로의 부인, 대사제와 빌라도의 심문, 모욕당하심, 사형판결, 십자가의 길 걸으심,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심(3시경), 무덤에 묻히심

·관련성서구절: 마르 14,53-15,47; 마태 26,57-27,61; 루가 22,54-23,56

⑦성토요일 부활성야

⑧주님 부활 대축일

·사건: 부활하심(성토요일 밤부터 주일 새벽 사이)

·관련성서구절: 마르 16,1-11; 마태 28,1-10; 루가 24,1-12

 

어때요? 예수님께서 성주간 동안 무슨 활동을 하셨는지 쉽게 알겠죠?

사실 성주간은 굉장히 중요해요. 그 중에서도 성삼일은 정말 중요하죠. 바로 우리의 구원과 신앙이 이루어진 날이니까요. 그래서 복음을 봐도 그 분량에 있어서도 예수님 생애의 마지막 한 주간에 대한 내용이 복음서의 거의 1/3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예요.

아녜스: 정말 성주간은 중요한 주간이군요. 그럼, 성주간의 미사는 다른 때와는 많이 다르겠네요.

꾸쒸: 역시 아녜스는 눈치가 빠르군요. ^^

마자요. 성주간의 전례를 다른 때와는 많이 다르죠. 아까 말씀드렸듯이 주님 수난 성지주일의 경우에는 행렬과 함께 수난복음을 듣게 되죠.

그리구, 성주간의 월, 화, 수요일 삼일은 특별한 전례를 없어요. 특별히 성삼일을 준비하는 날이라고 할 수 있죠.

그 후 성삼일이 되면, 전례는 장엄해지고, 성대해지게 되는데, 성목요일의 경우에는 예수님께서 신품성사와 성체성사를 제정하신 날이기 때문에 이날 특별한 미사를 두 대 봉헌 합답니다. 한 대는 성유축성미사 라고 하는데요, 그 미사는 보통 성목요일 오전에 교구의 주교좌 본당에서 봉헌된답니다. 우리 서울교구의 경우에는 명동 성당에서 있는데요, 그날 교구의 모든 신부님들과 신자들이 모여서 함께 미사를 봉헌하는데요, 이날은 신부님들의 생일과도 같은 날로써 신부님들의 서약 갱신식이 있는 날이여요. 미사 후에는 성유를 축성하는데, 이때 축성하는 성유가 성사 때 사용하는 예비신자 성유, 축성(크리스마) 성유, 병자 성유예요.

그리구, 저녁 때가 되면 주님 만찬 저녁미사가 있어요. 이때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그 유명한 세족례가 거행되지요. 이 미사는 주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고별만찬(최후의 만찬)을 거행하신 것을 기념하는 미사예요.

주님께서 고별만찬 후에 게세마니 동산에 가서 기도하시고, 체포되셔서 이곳 저곳을 끌려 다니시며 밤새도록 고통받으셨잖아요? 그래서 우리도 그 수난의 시간에 동참하는 시간을 갖게 되는 데요, 그 시간이 바로 주님 만찬 저녁미사가 끝난 후 밤새도록 계속되는 성체조배예요. 이때 성체를 성당의 감실에서 임시적으로 다른 곳으로 옮기게 되는 데요, 그 때 감실을 수난감실이라고 하지요.

성목요일을 이렇게 보내고 난 후에 성금요일을 맞게 되는데요, 성 금요일에는 두 가지의 커다란 예식이 있어요. 하나는 예수님께서 돌아가신 시간에 거행하는 십자가의 길 기도이구요, 또 한 가지는 저녁 때 이루어지는 십자가 경배 예식이예요. 이 예식은 주님께서 십자가에서 높이 들어 올려져서 구원을 이룩하신 역설적인 사건을 기억하면서 그분께 지극한 경배를 드리는 예식이지요.

아녜스: 잠깐요....... 그럼 성 금요일에는 미사를 안해요? @.@

꾸쒸: 역시 아녜스의 눈치는~

마자요. 성 금요일에는 미사가 없어요. 그날은 성사집행을 하지 않는 유일한 날이예요. 그래서 전날 만찬미사에서 성체를 충분히 축성해 두었다가 성금요일날 영하게 되지요.

이 십자가 경배 예식을 끝으로 성토요일에는 조용한 날을 보내게 됩니다. 그것은 주님께서 묻히셨던 사건을 기억하며 보내는 것이지요. 그러다가 성토요일 밤에 부활성야 미사를 지내는 것이예요. 부활 성야 미사는 일년 전례 중에서 가장 장엄하고, 성대하게 지내는 전례랍니다.

아녜스: 와~~ 오늘 넘 많이 들어서 머리가 꽉 찬 것 같아요. 그렇지만 기분은 넘 좋아요. 제가 그동안 이런 것도 잘 모르고 성당을 다녔다니 쪼끔 창피해요. --;;  하지만, 이제부터는 누가 물어보더라도 자신있게 대답해 줄 수 있을 거 같아요. 다 꾸쒸 덕이예요.. *^^*

꾸쒸: 아녜스가 많이 알았다니 저두 기분이 조아요. 그런데, 아녜스 중요한 것은 단지 내용을 아는 것이 아니예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성주간에 주님의 고통과 죽음에 동참하고, 그래서 주님과 함께 부활하는 것이예요. 저두 아녜스도 다음 주에 주님과 함께 부활한 새로운 모습으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럼 다음에 다른 얘기로 또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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