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2001년 2월 주일 어린이 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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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신부 [jpatrick] 쪽지 캡슐

2001-01-23 ㅣ No.224

연중 제 5주일(루가 5,1-11)

 

미국 어느 동네에 아주 많은 비가 와서 기차가 지나가는 다리가 무너졌어요. 그런데 기차는 그것도 모르고 그 다리를 향해 달려 가고 있었어요. 요즘처럼 휴대폰이 있으면 얼른 기차를 세우겠지만 그럴 수도 없고…. 그 때 한 소년이 역장 아저씨한테 그 기차에 자기 누나가 타고 있는데 누나가 모스 부호를 안다며 큰 기적소리를 내는 차를 불러 달라고 했어요. 그리고 기차를 쫓아가서 계속 "빵~ 빵~ 빵~" 하고 같은 신호를 보냈어요. 그 신호는 "다리 - 고장 - 정지"란 뜻이었어요.

 

사람들은 왜 옆에서 계속 시끄럽게 빵빵거리나 하며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어요. 그 때 소년의 누나가 그 신호를 알아들었어요. 그리고 큰 소리로 기차를 세워야 한다고 했지만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았어요. 오히려 장난하지 말라고 야단쳤어요. 그 때 한 할아버지가 "정말 확실해?" 하며 물어보시고, 소녀의 말을 믿고 비상정지 손잡이를 잡아 당겼어요. 사람들은 모두 비웃었지만, 기차는 끊어진 다리 몇 십 미터 앞에서 간신히 멈췄고, 모두 무사히 목숨을 구했답니다.

 

바다처럼 넓은 갈릴래아 호수에서 고기를 잡던 시몬과 그 친구들은 밤새 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했어요. 그런데 예수님께서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쳐 고기를 잡아라" 하시자 시몬은 짜증이 났어요. '고기잡는 일은 내가 선수인데….' 하지만 시몬은 예수님의 말씀대로 그물을 쳤고 그 결과 그물이 찢어질 정도로 많은 고기를 잡았어요. 그리고 시몬과 친구들은 예수님의 제자가 되었어요.

 

우리도 모두 예수님의 제자예요. 예수님의 제자라면 먼저 예수님의 말씀을 굳게 믿고 따라야 해요. "에, 그게 아닌데…" 하며 불평하기에 앞서 먼저 겸손하게 믿고 따르는 마음이 있어야 진짜 제자가 되는 거예요.

 

 

연중 제 6주일(루가 6,17. 20-26)

 

오래 전 어느 개그맨이 "불행 끝 행복 시작"이란 유행어를 만든 적이 있어요. 혹시 기억나세요? 우리는 누구나 행복하길 원해요. 불행하길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행복할 수 있을까요?

 

예수님께서는 "가난한 사람, 굶주리는 사람, 우는 사람, 미움받고 욕먹는 사람은 행복하다"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리고 "부자, 배불리 먹는 사람, 웃는 사람, 칭찬받는 사람은 불행하다"라고 하셨어요. 참 이상한 말씀이죠? 왜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행복과 정 반대되는 것을 참된 행복이라고 하셨을까요?

 

예전에 어느 할머니가 250만원을 어느 대학에 기증했어요. 신문이나 텔레비전을 보면 가끔 몇 억, 몇 천씩 기증하는 사람들도 있어서 '별로 큰돈도 아닌데 신문에 났네' 하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하지만 할머니는 평생 동안 돈을 모으면 바로 더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셨고, 그 250만원은 나중에 돌아가시면 사용하려고 미리 사 둔 묘지 값이었어요. 할머니는 그 묘지마저 팔아 가난한 학생들에게 주신 거예요. 그리고 돌아가신 다음 시신까지 의대에 기증하기로 약속하셨어요. 할머니는 참 행복했어요.

 

행복은 돈이 많고 적음에 있지 않아요. 어려워도 서로 돕고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면 그 사람은 하느님과 함께 사는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어요. 하지만 아무리 부자라도 자기 욕심만 채우고 이웃을 사랑하지 않으면 하느님과도 함께 살 수 없어요. 그래서 예수님께서 참된 행복은 욕심이 아니라 사랑에 있다고 가르쳐 주셨어요.

 

 

연중 제 7주일(루가 6,27-38)

 

서울 서초구에서 조그만 보석상을 하던 아저씨가 있었어요. 어느 날 3명의 강도가 들어와서 보석을 모두 훔쳐가고, 뒤쫓아가는 아저씨를 차에 매달고 달리다 떨어뜨려 아저씨는 크게 다쳤어요. 한 달 동안 의식도 없이 죽음과 싸우다가 겨우 의식을 되찾고, 무려 7개월 동안 병원에서 반신불수와 언어장애를 이겨내기 위해 노력했어요.

 

10개월 후 아저씨는 범인들이 다른 금은방을 털다가 잡혔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아저씨는 자신과 가족의 미래를 송두리째 빼앗아간 범인들을 생각하며 분노로 몸을 떨었어요. 그 범인들은 아저씨가 다친 일과 관련해 살인미수죄가 추가되어 검찰에서 사형이 구형되었어요. 그러자 천주교를 믿던 아저씨는 갈등했어요. 또 가난으로 어린 나이에 집을 나와 범죄의 길로 빠진 범인이 불쌍하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래서 고민하던 아저씨는 열심히 기도하고 나서 미움과 분노를 털어 버리고 범인을 살려달라는 탄원서를 법원에 냈어요. 아저씨 덕분에 범인은 무기형을 선고받았고, 아저씨는 계속 교도소를 찾아가 범인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알려주었고, 마침내 그 범인은 세례를 받았어요. 물론 아저씨는 그 범인의 대부(아버지)가 되었어요.

 

예수님께서는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셨어요. 자기에게 잘 해 주는 사람만 사랑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자기에게 잘못한 사람까지도 용서하고 사랑하는 일은 아무나 할 수는 없어요.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하느님의 사랑받는 자녀이기 때문이지요. 하느님 아버지는 은혜를 모르는 사람과 악한 사람에게도 인자하시기 때문에, 우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라고 예수님께서 가르쳐 주셨어요. 원수까지도 사랑한 아저씨처럼 우리도 예수님께서 가르쳐주신 사랑을 실천해 보아요.

 

 

연중 제 8주일(루가 6,39-45)

 

우리는 누구나 자기 잘못은 조그맣게 보고 남의 잘못은 크게 생각하는 습관이 있어요. 내가 한 잘못은 "뭐, 그럴 수도 있지" 하며 핑계를 대고, 남이 한 잘못은 "어떻게 그럴 수 있어" 하며 크게 화를 내요.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너는 형제의 눈 속에 든 티는 보면서도 어째서 제 눈 속에 들어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하고 가르쳐 주셨어요. 먼저 자기 잘못을 깨달은 사람만이 다른 사람의 잘못된 점을 고쳐줄 수 있다는 말씀입니다.

 

어떤 스님이 큰 잘못을 저질렀어요. 그래서 그 스님의 잘못을 심판하기 위해 스승님을 모시러 갔어요. 그런데 스승님은 "그를 심판하기 전에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줄 수는 없느냐?" 하며 제자들을 타일렀어요. 하지만 제자들은 포기하지 않고 몇 번씩 스승님께 사람을 보내 그 스님의 잘못을 심판하는 자리에 참석해 주시도록 청했어요.

 

다음날 스승님은 제자들이 있는 곳으로 오셨어요. 그런데 스승님은 금이 간 항아리에 물을 가득 채운 뒤 직접 머리에 이고 오셨어요. 제자들은 항아리에서 줄줄 새어나온 물 때문에 흠뻑 젖은 스승님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그 때 스승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내가 저지른 잘못들이 내 뒤에서 떨어지고 있는데 나는 그것들을 보지 못한 채, 오늘 다른 사람의 실수를 심판하러 온 것이네." 제자들은 스승님의 말씀에 크게 깨닫고 잘못을 저지른 스님을 용서했어요.

 

예수님께서는 십자가 위에서 아주 고통스럽게 매달려 돌아가실 때에도 다른 사람들을 용서하며 그들을 위해 하느님 아버지께 기도하셨어요. "아버지, 저 사람들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그들은 자기가 하는 일을 모르고 있습니다." 우리도 함께 기도해 보아요. "아버지, 제 친구들을 용서해 주시고, 제 잘못을 먼저 깨닫게 해 주세요."

 

<이 글은 소년 2001년 2월호에 "주일마다 기쁜 소식"이란 주제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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