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부활 제7주간 수요일 '24/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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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4-04-30 ㅣ No.5755

부활 제7주간 수요일 '24/05/15

 

예전에 신학생 시절에, 고 마태오 신부님께서 쓰신 이 세상의 이방인이란 자서전적 소설을 읽었습니다. 세상에 살면서도, ‘더 높이, 더 많이, 더 빨리얻어 누리려는 세상 사람들처럼 살지 않고, 주 예수님의 사랑에 힘입어 그 사랑에 보답하는 의미로 현세에서 더 낮게, 더 적게, 더 늦게살면서도 만족하고 감사하며, 잉여분을 어려운 이웃과 나누면서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의 삶을 이야기하신 것으로 기억합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기도하십니다. “저는 이들에게 아버지의 말씀을 주었는데, 세상은 이들을 미워하였습니다. 제가 세상에 속하지 않은 것처럼 이들도 세상에 속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들을 세상에서 데려가시라고 비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악에서 지켜 주십사고 빕니다.“(요한 17,14-15) 주님은 그렇게 세상이 원하는 것과 다르게 살아갈 때 온갖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그 어려움 자체가 안 생기기를 원하시는 것이 아니라, 그 어려움에 흐트러지거나 굴복하여 포기하지 않기를 기도하십니다.

 

그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은 바로 주 하느님의 말씀, 곧 진리라고 하십니다. “이들을 진리로 거룩하게 해 주십시오. 아버지의 말씀이 진리입니다. 아버지께서 저를 세상에 보내신 것처럼 저도 이들을 세상에 보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들을 위하여 저 자신을 거룩하게 합니다. 이들도 진리로 거룩해지게 하려는 것입니다.”(17-19) 그리고 그 진리를 따라 살 때, 비로소 우리가 거룩해진다고도 일러주십니다.

 

부활하신 주 예수님과 그분이 일러주시는 진리이신 말씀 안에서 우리 인생의 길과 생명을 얻어 누리시기를 빕니다. 아멘.

   

  아울러 오늘 스승의 날을 맞아, 우리 모두에게 선한 영향을 끼치셨던 스승님들을 기억합니다그리고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은 불자들도 기억합니다.

 

 

 

 

 교황청 종교간대화부

2024년 부처님 오신 날에 불자들에게 보내는 경축 메시지

(2024년 5월 15일)

화해와 회복을 통하여 평화를 이룩하고자

함께 노력하는 불자들과 그리스도인들

 

 친애하는 벗들인 불자 여러분,

부처님의 탄생과 깨달음과 열반을 기념하는 이 거룩한 때인 부처님 오신 날을 봉축하며, 불자 여러분께 진심 어린 인사를 전합니다. 부처님 오신 날은, 우리 각자의 종교 전통에 깊이 뿌리내려 있는 가치들인 평화와 화해와 회복의 증진을 위하여 불자와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책임에 대하여 불자 여러분과 함께 성찰해 볼 수 있는 적절한 기회입니다.

 

“더 이상 전쟁은 안 됩니다! 더 이상 전쟁은 안 됩니다! 평화, 바로 평화가 온 인류 국가들의 운명을 이끌어야 합니다!” 성 바오로 6세 교황께서 1965년 10월 4일 국제 연합 연설에서 외치신 이 강력한 호소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전 세계적으로 전쟁들이 빚어낸 파괴를 규탄하기 위한 수많은 종교 간 모임들에서 거듭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주제를 여러 차례 다루었지만, 전 세계적으로 계속 갈등이 고조되고 있기에, 평화라는 중대 사안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새롭게 주의를 기울이고, 평화 증진의 길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한 우리의 역할에 대하여 더 깊이 성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 상황은 우리에게 항구한 기도와 희망뿐만 아니라 더욱 힘찬 노력을 요구합니다. 전쟁으로 이어지는 증오와 복수심을 잠재우고 전쟁이 인류와 우리 공동의 집인 지구에 입힌 상처를 치유하는 데에서 우리의 역할을 다하려면, 화해와 회복을 위하여 노력하겠다는 더욱 굳은 다짐이 필요합니다.

 

갈등과 폭력의 근본 원인을 올바로 해결하지 않는 한, 지속적인 평화가 동트기를 바라는 것은 환상에 불과합니다. 정치, 경제, 문화 생활에서 공평과 정의 없이는 그 어떤 평화도 화해도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용서하고 화해하는 것은 어떤 일들을 있는 그대로의 사실과 다르게 가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서로의 등을 토닥여 주고 잘못을 눈감아 주는 것이 아닙니다. 진정한 화해는 공포, 학대, 고통, 타락, 진실을 드러내는 것입니다”(데스몬드 투투, 「용서 없이는 미래도 없습니다」[No Future Without Forgiveness], 218).

 

우리 각자의 전통이 전하는 숭고한 가르침과 우리가 존경하는 사람들의 모범적인 삶은 화해와 회복이 가져다주는 풍부한 혜택을 증언합니다. 용서를 청하고 단절된 관계가 치유될 때, 소원해진 사람들이 화해하고 다시 화합을 이루게 됩니다. 회복은 개인과 공동체가 역경과 충격적인 경험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합니다. 회복은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를 변화시키고 새로운 삶으로 이끌어 줌으로써 더 밝은 미래에 대한 용기와 희망을 북돋워 줍니다. 화해와 회복이 결합될 때 강력한 동반 상승 효과가 발휘되어,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강한 유대감을 형성하며 굳건하고 낙관적으로 삶의 도전들을 마주할 수 있게 합니다.

 

우리 각자의 종교 전통에 고유한 예식과 예배에서 가르치는 대로, 화해와 회복은, 공격적인 군사 행동이나 테러 행위에 대한 유감스럽지만 필수적인 대응이라고 정당화되곤 하는 폭력의 문화를 바로잡는 데에 필요한 치유책입니다. 화해와 회복은 우리가 용서하고 용서를 청할 수 있게 하고, 우리 자신과 다른 사람들, 심지어 우리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과도 서로 사랑하고 평화롭게 지낼 수 있는 힘을 줍니다.

 

부처님께서는 다음과 같은 영원한 지혜를 전해 주셨습니다. “이 세상에서 증오는 결코 증오로 가라앉지 않는다. 증오는 오직 자비로만 가라앉는다”(「법구경」, 제1장 제5계). 또한 바오로 사도는 한없이 용서하라 당부하신 예수님 말씀(마태 6,14 참조)을 일깨우면서 그리스도인들에게 하느님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시작하신 화해의 직무를 받아들일 것을 권고합니다(2코린 5,11-21 참조).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하여 불자 여러분께 마음에서 우러난 인사를 전하며, 캄보디아 대학살의 참상을 목격하였고 ‘담마 야트라 평화 순례’(Dhamma Yatra Peace Pilgrimage)의 영감을 북돋운 존경하는 마하 고사난다(Maha Ghosananda) 스님께서 권고하신 시대를 초월하는 지혜를 되새겨 보고자 합니다. “우리 마음에서 증오의 지뢰들을 제거하십시오”(‘평화를 위한 기도’ 참조).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도 다음과 같이 확언하십니다. “배상과 화해는 우리에게 새 삶을 주고 모든 두려움을 극복하게 해 줄 것입니다”(회칙 「모든 형제들」[Fratelli Tutti], 78항). 또한 교황께서는 격한 대립에 놓여 있는 사람들에게 “과거 기억에 대하여 참회하는 법을 배울” 것을 조언하십니다. “이러한 기억의 참회는 자신의 후회스럽고 혼란스러웠던 기억이 미래를 어둡게 하지 않도록 과거를 받아들일 수 있게 해 줍니다”(「모든 형제들」, 226항). 우리는 모두 각자의 전통이 담고 있는 이러한 가치들을 재발견하고 소중히 여기며, 이를 구체적으로 보여 준 영적 인물들을 더욱 잘 알리고, 평화를 위하여 함께 걸어가도록 부름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도의 마음으로, 부처님 오신 날의 거행이 풍성한 열매를 맺기를 기원합니다!

 

 

바티칸에서

2024년 5월 6일

교황청 종교간대화부

장관 미겔 앙헬 아유소 기소 추기경

차관 인두닐 자나카라타나 코디투와꾸 칸카남라게 몬시뇰

 

https://www.cbck.or.kr/Notice/20242182?gb=K1200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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