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성당 게시판

나를 반기는 고향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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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종 [sjjbernardo] 쪽지 캡슐

2002-02-06 ㅣ No.1520

 

 

2002, 2, 6 성 바오로 미키와 동료 순교자 기념일 복음 묵상

 

 

마르코 6,1-6 (나자렛에서 배척당하시다)

 

예수께서 거기를 떠나 당신 고향으로 가셨는데 제자들도 따라갔다. 그리고 안식일이 되자 그분은 회당에서 가르치기 시작하셨다. 많은 사람들이 듣고는 놀라 이렇게 말하였다. "이 사람이 어디서 (힘을 얻어) 이런 일을 하는가? 이 사람한테 내린 지혜는 어떤 것일까? 그의 손으로 이런 기적들이 이루어지다니? 이 사람은 고작 장인이며, 마리아의 아들로서 야고보, 요셉, 유다, 시몬과 형제간이 아닌가? 또한 그의 누이들도 여기서 우리와 함께 지내고 있지 않은가?" 그러면서 그들은 예수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예언자는 (어디서도) 모욕을 당하지 않는데 다만 자기 고향에서, 친척들 사이에서, 바로 자기 집안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하여 예수께서는 거기서 아무런 기적도 행하실 수 없었고, 단지 병자 몇 사람에게 손을 얹어 고쳐 주셨을 뿐이다. 그분은 그들의 불신에 대해서 놀라워하셨다.

 

 

<묵상>

 

지난 며칠 동안 참으로 오랫만에 출신 본당의 식구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젊은 나이에 주님의 품으로 먼저 떠난 후배의 장례 때문이었지요. 슬픔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시간이었지만, 오랫만에 만난 우리는 예전처럼 자연스럽게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동안 함께 하지 못했던 아쉬움이 한꺼번에 무너지면서 옛 시간 속으로 들어가는듯 했습니다.

 

세상을 먼저 떠난 후배를 납골당에 안치하면서, 지난 시절 함께 했던 고향 식구 같은 이들과 헤어지면서, 주님께서 맺어 주신 아름답고 소중한 인연을 생각했습니다. 언제 다시 만나게 될 지 알 수 없지만, 그들은 저를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며, 힘과 용기를 주는 벗들임에 틀림없습니다.

 

출신 본당을 잊고 지내던 저를 참으로 반갑게 맞아주셨던 분들, 열심히 사목하느라 바쁘겠지만 그래도 가끔씩은 고향에 들려 기쁜 시간을 갖자고 말씀하시는 분들, 열심히 생활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있다며 앞으로도 변치 않고 사제의 길에 충실하기를 부탁하는 분들... 아버지, 어머니 같은 분들에서부터 청년활동을 함께 하던 선배 동료 후배들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소중한 이들입니다.

 

지난 며칠 동안, 비록 같은 시간, 같은 공간 안에 함께 하지는 못하지만, 마음으로 사랑하고 격려하며 서로의 아름다운 삶을 일구어가는 형제 자매 친구들에게서 가슴 시린 추억을 하나 더 간직하게 되었습니다. 열심했던 후배를 보내는 마음은 말할 수 없이 착찹하고, 며칠 잠을 설친 까닭에 몸은 무척 지쳐 있었지만, 어느 때보다 따뜻하고 정겨운 시간을 뒤로 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누군가 같은 마음으로 함께 한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얼마나 커다란 삶의 힘이 되는지 모릅니다. 나의 허물을 알기에 오히려 누가 알세라 따뜻하게 보듬어 안아주는 이들, 나의 부족함을 오히려 인간적인 모습으로 너그럽게 받아주는 이들이 있기에 힘차게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습니다.

 

"예언자는 고향에서 환영받지 못한다"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적어도 제게는 해당되지 않는 듯 합니다. 그러기에 더 큰 책임감, 사명감을 느낍니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저를 기억하며 기도하는 고마운 이들, 언제 어디에서라도 반갑게 맞아주는 고마운 이들을 생각하며, 그들의 믿음을 저버리지는 않는 충실한 사제로 살고 싶은 마음 간절합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 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가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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