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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과 가톨릭교회 교리서: 하느님, 성경의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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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5-03 ㅣ No.121

[신앙의 해 - 성경과 가톨릭교회 교리서] 하느님, 성경의 주인공

고성균


‘하느님’은 성경의 첫 ‘주어’입니다. “한처음에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을 창조하셨다”(창세 1,1). 성경은 참저자이신 하느님에게서 영감 받은 저자들이, 하느님에 대해 적은 글입니다. 그래서 성경의 주인공은 ‘하느님’이십니다. 우리에게 말씀을 건네시는 하느님께서는 성경을 통해 당신 자신을 우리에게 알려주셨습니다.

우리의 신앙은, 계시를 통해 우리에게 알려진 하느님을 누구라고 고백하는지요? 그리고 ‘나’의 하느님관은 어떠합니까? 우리가 믿고 고백하는 하느님에 대해서 「가톨릭교회 교리서」(이하 ‘교리서’)가 가르치는 것과 교리서가 인용하는 성경구절을 통해 이를 간략히 살펴보고자 합니다.


‘하느님’에 대한 교리서의 가르침

‘하느님’에 대해 교리서는 먼저, 하느님께서 인간을 창조하여 당신의 복된 생명에 참여하도록 하셨으며(1-3항), 그래서 인간은 하느님을 향한 갈망을 지니고 있고, 하느님을 알 수 있다는 점(27-49항)을 언급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에게 이 자비로운 계획을 ‘계시’로써 알려주시고(50-73항), 인간은 이러한 하느님께 ‘신앙’으로 응답합니다(142-184항).

이어서 교리서는 “전능하신 천주 성부, 천지의 창조주를 저는 믿나이다.”라는 사도신경의 첫 구절을 바탕으로 하느님께서 누구이신지에 대해 설명합니다.

하느님께서는 ‘한 분’이시며(200-202항), 영원히 살아계시는 ‘있는 나’이신 분으로서, 그분의 존재 자체가 ‘진리’이며 ‘사랑’입니다(205-231항). 그분께서는 성부, 성자, 성령의 세 위격이신 하느님이시자 한 분이신 하느님, 곧 삼위일체이신 분으로서(232-267항), 당신의 ‘전능’으로(268-278항)이 세상을 창조하신 ‘창조주’이십니다(279-300항).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창조해 놓고 관조만 하시는 분이 아니십니다. 그분께서는 모든 피조물을 지탱하시고, 시간 안에서 섭리하시며 다스리십니다(301-324항). 이 섭리는 특히, 하느님의 모습대로 창조되었지만 그분을 거슬러 죄를 짓고 타락에 빠진 인간을, 새로운 아담이신 그리스도를 통해 구원하시는 그분의 계획에서 절정을 이룹니다(355-421항).


‘하느님’에 대한 교리의 근거 말씀들

교리서에 언급되어 있는 하느님에 대한 가르침은, 물론 성서적인 근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성경, 성전, 그리고 신앙감각으로 우리는 이 가르침을 받아들이고 또 이해합니다.

그렇다면 ‘하느님’에 대한 교리의 근거가 되는 성경의 말씀들 가운데, 교리서는 어떠한 것을 인용하고 있을까요? 이 가운데 일부를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았습니다(96쪽 표 참조).



우리가 믿는 하느님은, 이러한 성서적 근거들 안에서 교회가 믿고 이해하며 고백해 온 분이십니다. 이 말씀들을 충분히 묵상한 다음에 교리서의 내용을 다시금 살펴본다면, 우리는 그리스도교 신앙이 가지고 있는 깊이와 정수를 맛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하느님’

이 가운데 ‘하느님, 성경의 주인공’이란 주제와 연관 있는 성경 구절은 히브 1,1-2일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예전에는 예언자들을 통하여 여러 번에 걸쳐 여러 가지 방식으로 조상들에게 말씀하셨지만, 이 마지막 때에는 아드님을 통하여 우리에게 말씀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아드님을 만물의 상속자로 삼으셨을 뿐만 아니라, 그분을 통하여 온 세상을 만들기까지 하셨습니다.”

이 본문의 주어는 ‘하느님’입니다. 그리고 주동사는 ‘말씀하셨다’입니다. 여기에서 사용된 그리스어 원문 λαλέω(랄레오 : ‘말하다’)에는 ‘재잘거리다’, ‘수다 떨다’라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습니다. 재잘거린다는 것은 말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인상을 줍니다.

그리고 수다를 떠는 것은 친근한 이들 간에 주고받는 이런저런 대화를 떠오르게 합니다. 우리는 수다 중에 중요한 이야기도, 대수롭지 않은 이야기도 나눌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이처럼 ‘친근하고 자연스럽게’ 말씀을 건네십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먼저 예언자들을 통하여 여러 번에 걸쳐 여러 가지 방식으로 조상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구약을 통해 이러한 하느님의 말씀을 만납니다.

아브라함, 모세, 그 밖의 위대한 예언자들, 다양한 문학 형태로 쓰인 구약의 경전들을 통하여 하느님께서는 우리 조상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구약의 ‘조상들’은 유다인들의 조상일 뿐만 아니라, 영적인 새 이스라엘인 우리의 조상이기도 합니다.

마지막 때에, 곧 이렇게 하느님께서 말씀을 건네오신 시간의 끝에, 하느님께서는 ‘만물의 상속자로 삼으시고 그분을 통하여 온 세상을 만들기까지 하신’ 아드님을 통하여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아드님을 통하여 듣게 된 하느님의 말씀을 신약에서 만납니다. 그리고 이 말씀은 아드님을 통하여 세상을 창조하시고, 그분을 만물의 상속자로 삼으시어 만물을 구원하신 ‘하느님’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이 구절은 교리서에 적힌 하느님에 대한 가르침을 담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창조하여 존재하게 하시고 구원하시는, 자애와 진실이 가득하신 분입니다. 그리고 아버지와 아들은 한 창조주이십니다. 그분은 우리에게 말씀을 건네시는 분이며, 인간이 세기를 거쳐 당신의 말씀을 알아들을 수 있도록 섭리하셨습니다.

교리서는 히브 1,1-2에 대해,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께서 아버지의 완전하고 결정적인 유일한 ‘말씀’이시기에 그 말씀 외에 다른 말씀이 없음을 강조하며, 십자가의 요한 성인의 글을 인용합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유일한 ‘말씀’이신 아들을 우리에게 주셨으므로 우리에게 주실 다른 말씀은 없습니다. 당신 아드님 전체를 우리에게 주심으로써, 예언자들에게는 부분적으로 말씀하셨던 것들을 당신 아드님 안에서는 전부 말씀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 유일한 말씀 안에서 모든 것을 동시에 그리고 단 한 번에 말씀하신 것입니다. 바로 이 때문에, 지금 다시 그분께 문의한다든지 또는 어떤 환시나 계시를 바란다면, 그것은 오로지 그리스도께 눈을 돌리지 않고 그분과는 다른 것이나 어떤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이므로, 어리석은 일일 뿐 아니라 하느님을 욕되게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가톨릭교회 교리서」, 65항).


하느님, ‘성경의 주인공’

사람들은 하느님을 찾습니다. 때로는 ‘하느님’이라는 한 인격적인 신을 배제하려고 ‘진리’를 찾는다는 말로 이를 대체하기도 합니다. 우리도 이러한 열망에 신앙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리스도교 신앙을 통해, 한 분이시며 전능하신 창조주이시자 구세주 하느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분은 사랑이시고 진리이십니다.

우리는 신앙 안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하느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분께서는 우리에게 자연스럽고 친근하게 말씀을 건네시는 분입니다. 이는 우리가 우리 힘만으로 온전히 알 수 없는 신적 계시의 영역이 있으며, 하느님께서는 이러한 신비까지 우리에게 드러내 보여주시고자 하시기 때문입니다(「가톨릭교회 교리서」, 50항 참조).

이 하느님의 말씀이 바로 성경에 담겨있습니다. 예언자들을 통하여 여러 가지 방식으로 말씀하신 하느님께서는 당신 아드님 안에서 ‘전부’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예언자들과 아드님과 그분을 따른 제자들의 이야기가 성경 속에 있습니다. 신약과 구약의 주인공은 바로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하느님’이십니다.

우리는 신앙생활을 통해 하느님의 말씀에 귀 기울입니다. 하지만 그 초점이 성경에서 벗어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는 기도, 식별, 체험, 또는 어떤 사건을 통해서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그분을 만나려고 합니다. 하지만 성경을 깊이 있게 읽는 일은 많지 않은 듯합니다.

성경을 통해 하느님을 만나는 것에 익숙하지 않게 되면, 하느님에 대한 이해도 ‘그리스도교 신앙’을 벗어나기 쉽습니다. 곧, 하느님을 여전히 창조주나 절대적인 신으로 여기기는 하지만, 성경에 나오는 하느님과 그 구원의 역사, 다시 말해, 아브라함, 이스라엘, 모세, 심지어 참 하느님이시자 참사람이신 예수 그리스도까지 그리 중요하지 않게 여기는 것입니다. 하느님을 그저 내 현세의 삶을 축복하시고, 내세의 삶에 영원한 생명을 주실 분으로만 여기는 등 기복신앙에 빠지기 쉽습니다.

그리스도교 신앙은 결코 성경을 포기한 적이 없습니다. 신구약 모든 책 하나하나를 하느님의 말씀이 담긴 책으로 믿고 이를 경청합니다. 하느님에 대한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이 시대와 종교를 아우르는 보편성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이는 성경에 담긴 하느님의 말씀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믿는 하느님, 세상 모든 것의 시작이자 끝이신 그 절대자는 바로 성경의 첫 주어이시자 주인공이신 그 ‘하느님’이십니다.

고성균 세례자 요한 - 도미니코수도회 수사. 단순하고 즐겁게 형제들과 어울려 살면서,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우리의 사명에 작은 도움이 되고자 노력한다. 현재 한국 도미니칸 평신도회 영적 보조자 소임을 맡고 있다.

[경향잡지, 2013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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