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성당 게시판

예수님이냐 그렇지 않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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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종 [sjjbernardo] 쪽지 캡슐

2002-03-07 ㅣ No.1596

 

 

2002, 3, 7 사순 제3주간 목요일 복음 묵상

 

 

루가 11,14-23 (반대자들이 모함하다)

 

예수께서 귀신을 쫓아내셨는데 그것은 벙어리 귀신이었다. 귀신이 나가자 벙어리는 말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군중은 놀랐다. 그러나 그들 가운데 몇 사람은 말하기를 "그는 귀신 두목 베엘제불의 (힘을) 빌려 귀신들을 쫓아낸다"고 했다. 또 다른 사람들은 (예수를) 시험하여 당신에게서 하늘로부터 (오는) 표징을 요구하였다.

 

그러자 예수께서는 그들의 생각을 알아채시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느 나라든지 스스로 갈라지면 망하고 집이란 집은 다 무너집니다. 사탄도 스스로 갈라지면 어떻게 그 나라가 지탱하겠습니까? 그런데 여러분은 내가 베엘제불의 (힘을) 빌려 귀신들을 쫓아낸다고 합니다. 만일 내가 베엘제불의 (힘을) 빌려 귀신들을 쫓아낸다면 여러분의 아들들은 누구의 (힘을) 빌려 (귀신들을) 쫓아낸단 말입니까? 그런즉 바로 그들이 여러분의 재판관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내가 하느님의 손가락으로 귀신들을 쫓아내고 있으니 그렇다면 하느님의 나라는 여러분에게 왔습니다.

 

힘센 자가 무장하고 자기 저택을 지키는 동안 그의 재산은 안전합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힘센 이가 덮쳐 와서 그를 이기면 그가 의지했던 무기를 모조리 빼앗고 그의 전리품을 나누어 줍니다.

 

나와 함께 있지 않는 사람은 나를 반대하는 것이며, 나와 함께 모아들이지 않는 사람은 흩어 버리는 것입니다."

 

 

<묵상>

 

오늘도 십자가를 향한 예수님의 여정은 계속됩니다. 수난을 향한 한 걸음 한 걸음이 몹시 힘들게 다가옵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우리 역시 이 힘겨움에 함께 합니다.

 

힘이 들수록 여기에서 벗어나고픈 유혹에 시달리는 것이 인간의 나약한 심성입니다. 예수님을 따르고 싶지만, 예수님의 수난의 길을 함께 걸어가기는 싫습니다.

 

그러기에 때로는 "예수님을 차라리 몰랐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아니 "예수님이 강생하신 하느님의 아들이 아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마음 한 구석에는 갈등을 느끼면서도 벗어날 수만 있다면 예수님의 십자가 길에서 벗어나고픈 마음이 듭니다. 그래서 예수님에 대한 모함을 늘어놓을 수도 있습니다.

 

'예수님은 별 대단한 분이 아니야, 십자가를 지고 죽으면 살 것이라고 말씀하시는 분이 어떻게 전능하신 주님이 될 수 있는가?'라는 의심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그는 귀신 두목 베엘제불의 힘을 빌려 귀신들을 쫓아낸다'는 군중의 목소리에 함께 하기도 합니다.

 

차라리 십자가의 예수님이 우리의 주님이 아니라, 귀신 두목이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귀신 두목이면 아무 미련 없이 쉽게 떠날 수 있을테니까 말입니다.

 

십자가의 길이 험할수록, 예수님을 따르는 삶의 길이 힘겨울수록 우리는 더 많은 유혹에 사로잡힙니다.

 

이런 우리에게 예수님께서는 결단을 촉구하는 한 말씀을 던지십니다.

 

"나와 함께 있지 않는 사람은 나를 반대하는 것이며, 나와 함께 모아들이지 않는 사람은 흩어 버리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길에 '대충'이란 없습니다.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은 어정쩡한 입장을 취할 수도 없습니다. 단 하나의 선택만이 있을 뿐입니다. "예수님이냐 그렇지 않느냐?"라는 결단만이 있을 뿐입니다.

 

이제 사순 시기의 절반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예수님의 십자가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게 됩니다. 단지 예수님의 십자가를 바라보고 묵상하는 것만이 아니라, 우리의 삶 안에서 십자가를 지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더욱 생생하게 듣게 될 것입니다.

 

고통이 클수록 벗어나고 싶고 예수님 편에 선다는 것이 쉽지 않음을 체험하게 되겠지만, 바로 그 순간에 오늘 예수님의 간절한 말씀을 떠올려야 합니다. 굳은 마음으로 삶의 십자가를 기쁘게 짊어지는 오늘이 되기를, 그리하여 진정 기쁨 가득한 부활을 맞기를 기도합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 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가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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