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동성당 게시판

언제나 그 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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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자 [rea75] 쪽지 캡슐

2000-01-10 ㅣ No.896

너무나 오랜만이라 조금 어색하고 낯설고 쪼금 그러네요. 전 레지오 '바다의 별'소속이고 작년 8월에 세례받은 레아라고 합니다. 모든 분들께 인사를... 안녕하세요? 전 요즘 상태가 그리 좋지가 못합니다. 저의 가족중의 한명이 하느님곁으로 갔거든요. 사실 아직 현실로 와닿지는 않아요. 이제 정말로 볼 수도 말할 수도 없다는게.... 이렇게 빨리 헤어질 줄 알았다면 좀 더 잘해줬을텐데라는 후회를 해도 다 소용없는 일이죠. 화장해서 한강에 뿌리는데 참 허탈하데요. 고작 이것밖에 안되는데 왜그렇게 아둥바둥.... 넓은 시야를 가지고 열린 마음으로 조금은 비어있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제 손에서 제 가족의 몸이 떨어질때마다 새록새록 다짐을 하게해요. 사실 너무 견디기 힘든일이 겹쳐서 일어나서 하느님을 원망했어요. 왜 매일 기도하고 당신께 간구하는데... 어떻게 이러실 수가 있습니까? 이제는 당신을 찾지않을꺼라고 저 혼자 떠들면서 하느님 맛 좀 봐라(감히?) 하는 아주 못된 맘으로 미사도 드리지 않았습니다.(이 큰 죄를 어찌할꼬?!) 그런데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묵주 만지면서 "하느님, 안녕히 주무셨어요?"인사하는 제 자신을 보고 혼자 마구 웃었어요. 눈물이 나도록.... 언제나 그 자리에 그대로 계시는데 저 혼자 이리저리 난리를 핀꼴이에요. 보시기에 얼마나 우스웠을까요? 그래도 다행이에요. 마구마구 화내고 짜증내고 모른척하고 외면했는데도 제 곁을 떠나지 않으시고 제 옆에 있어주셔서... 전 하느님앞에서는 항상 부메랑인거 같아요. 떠나긴 하지만 결국에 원점 그 자리로 다시 돌아오는 걸 보면. 감사합니다.!!! 여러분들은 저처럼 멍청하게 돌아가지 마시고 곧바로 가는 직진코스로 가시기 바랍니다. 또, 도망가고 싶어도 워낙 강력한 접착제로 꼭 붇들고 계셔서 빼도박도 못합니다. 정말로 정말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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