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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도록 날씨가 좋은 날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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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국 [skpaul] 쪽지 캡슐

2003-08-31 ㅣ No.348

 

슬프도록 날씨가 좋은 날이면 생각나는 얼굴이 되고 싶다

 

볼만한 연극이 나왔다는 말을 들으면 같이 가서 보고픈 사람으로

 

좋은 음악 감상실의 개업화환 앞에서 공중전화를 하여

 

불러낼 수 있는 그런 이름으로 간직되고 싶다

 

늦은 비가 땅을 파고 있는 새벽에도

 

선뜻 다이얼을 돌릴 수 있는 전화번호의 주인이 되고 싶다

 

교양이 있는 사람이라고 특별히 무얼 하는 사람이라고

 

나를 아는 이들에게 기억되기보다는

 

무던하고 포근한 솜이불 같은 평범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같이 다니면 창피하지 않을 정도의 걸음걸이로

 

같이 걸으면 앞서거나 뒤로 처지지 않을 보폭을 갖고

 

누구에게나 잘 어울릴 수 있는 무난한 색상을 가진 아이라고

 

이름 지워 불리우고 싶다

 

그런 색을 가지고도 가진 것을 모르는 아름다움 또한 지니고 싶다

 

내가 알만한 분들의 결혼식이나 회갑연에 초대받아

 

축복의 서열에 서 있는 영광을 얻는 것도 좋으나

 

산동네에 사는 나를 아는 어느 사람의 갑작스런 부고 소식을 받고

 

서슴없이 달려가 슬픔을 같이하며 밤새 앉아 있을 수 있는

 

나눗셈의 인생을 살고 싶다

 

똑바르고 경우를 갖춘 말들만을 담는 빛나는 그릇이 되기보다는

 

도덕적으로 잘못된 마음이라도

 

서슴치 않고 털어놓고 조언을 구할 수 있는

 

붉은 리트머스 종이 같은 친구가 되고 싶다

 

발전을 향하여 과속으로 질주하는 나라 뒤에서

 

아직도 흙먼지를 쏘이며 썩은 나무뿌리처럼 남아있고

 

군데군데 돌멩이가 박혀있는 길에 연탄을 싣고 달려가는

 

손수레의 바퀴 같은 역할을 맡은 배우가 되고 싶다

 

때로는 엄지손가락의 손톱 밑을 파고 들어가 체증을 뚫는 바늘처럼

 

피같은 땀 피같은 눈물에

 

흠뻑 나를 적시울 수 있는

 

날카롭고 곧은 친구 몇 명을 지닌 행복한 내가 되고 싶다

 

아니 단 한 명이라도 좋겠다

 

그가 나보다 나이가 많아도 좋고 훨씬 어리다고 해도 좋다

 

엘리후 같은 지혜로 나이는 비록 어리지만

 

올바른 사상과 가치관을 갖고 충언할 수 있는

 

성숙한 이성을 지녔다면

 

그 보다 더 좋은 벗이 어디에 또 있을까

 

변화하는 세상에 조금씩 채색되어 가는 스케치북 위에서

 

쉬지 않고 계속 굴러가는

 

손수레의 바퀴를 닮은 삶으로 그려지기 위해 노력하며

 

바퀴의 가장 안쪽에서 어떠한 속도에도 움직일 줄 모르고

 

결코 부동의 자세로 있는

 

바퀴의 축을 닮은 믿음 하나 가슴에 간직하고서

 

열심히 살아가는 내가 되고 싶다

 

 

 

인생의 진정한 기쁨은

 

스스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목적을 위해 자신이 쓰이는 것이다.

 

세상이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지 않는다고

 

불평하며 배아파 하고,

 

열병을 앓는 이기적인 고깃덩어리는진정한 기쁨을 얻을 수 없다.

 

나는 나의 인생이 전체 사회에 속해 있으며,

 

내가 살아 있는 동안

 

사회를 위해 무엇인가 할 수 있다는 것이

 

나의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죽을 때 내 자신이 완전하게 소진된 상태이기를 원한다.

 

내가 더 열심히 봉사할수록 나는 더 오래 살아 남기 때문이다.

 

나는 이러한 목적을 가지고 인생을 즐긴다.

 

나에게 인생은 곧 꺼져 버릴 촛불이 아니라

 

일종의 찬란한 횃불이다.

 

이 횃불을 다음 세대에 넘겨주기 앞서

 

내가 들고 있는 동안은 되도록 환히 타오르게 만들고 싶다.

 

 

          - 스티븐 코비·로저 메릴·레베카 메릴의

           

          《제 4세대 시간 경영-소중한 것을 먼저 하라》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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