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明洞聖堂) 농성 관련 게시판

4월 27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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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환 [franco2] 쪽지 캡슐

1999-04-28 ㅣ No.47

10:00 - 오랜만에 깊은 잠에 취했다. 꿈 속에서 조차 아른 거렸던 어제의 모습.

      지하철 노조가 아름다운 것은 자신들이 했던 약속을 지켰다는데도 있다. 천막을

      정리하며 장소를 지정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오고, 서서히 천막을 걷는 그들의 모습이,

      그러나 워낙 대규모의 천막이라 정리하는데도 괘 많은 시간과 땀을 흘려야 할 것같다.

      함께 도와야 하겠다.

11:00 - 지하철 노조의 요청에 의해 천막을 지정하러 갔다가......   으아!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는 동안 이상한 일들이 벌어졌다.

      6개월 이상을 천막에서 농성을 해오던 조폐 공사 노조 집행부와 만도 기계 노조

      집행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알아보니 조폐 공사 노조 집행부는 자수를,

      만도 기계 노조 집행부는 아직 행방을 모르겠다. 6개월 이상을 이곳에서 머물렀는데..

        천막의 주인이 그사이 바뀌어 있는 것이다. 비어 있는 줄 알고 지하철 노조원들에게

      그 천막을 쓰라고 하자, 새로 들어온 사람들(공공 금속연맹 노조 소속 병역 특례자

      5명)이 곤란하다는 것이다. 만도 기계가 공공연맹 소속이기 때문에 천막도 자신들의

      소유라는 것이다.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할지 난감하다.

        그 5명은 방위 산업체 근로자로 5년을 일하게 되면 병역을 면제 받게 되어있다.

      그러나 2-3년을 근무하던 중 본의 아니게 일터를 잃게 되었고, 군대도 다녀오게 생겨

      농성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당연 병역 기피자로 수배를 받게 되었고

      갈 곳이 없어 이곳 명동성당 만도 기계 천막으로 들어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바로 옆에 또 다른 천막이 새로 처졌다. 그곳은 현대 중기 근로자 20여명이 있다고

      한다. 현대 중기는 지난 98년 5월에 회사의 문제로 근로자들이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되었고,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들은 1년 가까이 조계사(지난 조계사 사태로 그곳을

      떠났고), 어느 교회(그곳에서 오래 있었기 때문에 철수했다.)에서 천막 농성을 계속

      해 오다, 이번 기회에 이곳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현대 중기 노조

      위원장도 사전 구속영장이 발부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걸 어쩐담.......

        그 아래로는 한총련 학생들이 3동의 천막을 설치하고 무기한 투쟁에 들어간지 벌써

      9일째나 된다. 150-200여명의 학생들이 모여 구호를 외친다. "명동성당 사수"

      "명동성당 사수라?" 이건 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그 아래 맨 아랬쪽에서는 바닥을 고르는 작업과 함께 또 다른 천막이 들어서 있다.

      아직 정확한 이름도 내용도 모른다. 누가 있는지 조차, 몇 명이고 왜 왔는지 조차.

      아무런 말도 없이 또 천막이 들어섰다.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한다.

        언제까지, 또 어떻게 해결이 날지 아무도 모르는...............

        먼저 성당의 입장을 정리해 보자.(아래의 글은 이곳의 관리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저의 바램이며 생각입니다. 더 좋은 방법들이 있으면 조언 부탁합니다.)

      1.명동성당이 정말 실정법적으로 도피성(옛 소도처럼)인가?

        국민 모두가 실정법으로 명동성당을 그렇게 만들어 줄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뭔가 오해를 하고 있지는 않은가?

      2.명동성당을 왜 "사수"하나?

        지난번 '99년도 한총련 비상시국 사업계획서에 이렇게 썼다.

        '여론의 최대 중심지인 명동성당을 사수하여야 한다.'

        '7기 한총련의 투쟁 전체거점으로 한다'

        '학교간부 일꾼 수련회 및 L.T 등을 명동성당 농성으로 계획한다'는 목표로

        명동성당을 사수해야 한다는 기본을 세웠었다.

        당시에 한총련 학생 대표들(매 기수의 대표가 다르기 때문에)에게 말했었다.

       1)여기는 학습장소가 아니다. = 분명 그렇게 활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2)천막을 잘 관리하라. = 그러겠다고 했다.

         그런데 어떻게 했나? 방학 내내 학습장으로 활용했다. 매 기수들이 10일씩, 혹은 그

       이상의 기일을 잡고, 7기의 학습을 마쳤다. 그후 음식 찌꺼기는 썩어 냄새가

       진동하고, 천막은 다 쓰러져 가고, 아무도 돌보지 않고 사라져 갔다. 그후 천막은

       노숙자들의 차지가 되었고, 성당내에서는 끊이지 않고 노숙자들의 싸움 때문에

       경찰들이 오가고, 미사참례 온 신자들이 보는 앞에서 피투성이가 되고, 병을 깨

       온통 난장판이 되어 버리고, 급기야는 성당내의 지하 직원 사무실에 방화가 발생하고,

       하는 수 없이 사흘간의 공고문을 통해 어떻게 할 것인지 물었다. 만일 그 안에 아무도

       오지 않으면 불가피 하게 천막을 치우겠다고 했다. 그것도 모자라 만도 기계를 통해

       (당시 만도 기계 노조원 중 한 명이 연락처를 알고 있다고 했고, 꼭 연락하라고 해서

       연락도 됐다고 했고, 오기로 되어 있다고까지 했다.) 연라도 취했지만, 철거를 끝내고

       한참 후에(이번 대규모 민노총 파업 시위가 있던 4월 17일에 300여명의 학생들이

       들어오면서)야 천막을 돌려 달라고, 지금 천막을 쳐야 한다고 했다. 그때도 학생들이

       주장하고자 하는 바를 주장하고 떠나라고 말했다. 그런데 또 명동성당 사수라니....

         한총련은 약속한 바를 지키지도, 성당 측에 대한 어떠한 양보도 하지 않았었다.

       한총련을 이해하려 애써왔고, 아주 위급한 상황 속에서는 신부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위급한 상황들을 도왔었다. 그런데 그 때마다 한총련은 아무런 대책이나 아무런

       이유 없이 약속을 어겨 신부들을 난처하게 해왔었다. 더러는 질서도 지키려고

       스스로 애쓰는 모습도 있었다. 또 개인적으로는 신부들의 노력에 고맙다는 편지를

       쓰는 학생들도 있었다. 고맙다는 말을 듣자고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들의 전체적

       행위가 늘 허무하게 만들고, 늘 믿음을 꺽어 버리고, 늘 지치게 하기 때문이다.

         지난 4월 25일(주일) 투석전이 있은 후, 상황을 모르는 사람들이 어떻게 성당

       계단을 이렇게 부술 수가 있느냐?는 오해가 생기자 큼지막한 대자보를 섰다. "이것은

       우리 한총련이 부순것이 아닙니다. 성당측에서 노약자와 장애인들을 위해 계단을

       개.보수하기 위해 한 공사입니다. 제발 오해 하지 말아주십시오"라고 말이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어찌해서 노약자와 장애인들을 위한 공사 조차 못하게 막고,

       사고날까 쳤던 바리게이트와 안내문 마저 자신들의 목적 달성을 위해 치워버려 놓고,

       이제서야 안내문을 찾아 내 걸었단 말인가? 안내문이 지금 또 무슨 소용이 있는가?

       흉하게 파헤쳐진체로 방치되어 있는 계단을 어떻게 하란 말인가?

       3)오랜 동안 그렇게 이곳을 활용하면 정말 이곳이 필요한 사람들이 왔을 때, 그들의

         소리는 들리지도 않을 뿐더러 여론도 등을 돌리고 말것이라 했다. 사실 그랬다.

       그 동안에도 많은 이들이 이곳에 와 자신들의 억울한 일들을 호소했지만 여론은

       무관심 했다. 가장 안타까운 일은 4.3 제주항쟁 진상규명 위원회가 이곳에서 5일간

       있었다. 제주도에서 연로하신 어른들이 추위도 무릎쓰고 진상규명을 외쳤지만 누구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러면서도 질서 정연하게 자신들의 주장을 외치고 약속한 5일

       후에는 성당 측에 감사하다는 말씀과 함께 돌아갔다. 힘겹게 돌아서 가시는 노인들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었다. 비극적인 민족의 역사가, 그 아픔이 가슴을............

       이것이 진정 약자들의 피난처이고, 성지란 말인가? 여기서 조차 소외되는 아니 어쩌면

       소외시키는 지도 모르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정말 힘없고 정말 이곳이 필요한 사람들은 늘 그랬다.

       찾아와 협조를 구하고, 질서를 지키며, 서로 양보하고, 약속을 지키고, 감사할 줄

       알았다. 그들은 진정 이곳을 지키고 이곳 아끼고, 이곳을 신뢰했지만, 누가 그들의

       마음을 알아 주었나? 누가 그들의 상처를 어루만저 준 적이나 있나? 그들은 단 한번도

       "이곳을 사수해야 한다느니, 폭파해야 한다느니, 성지니까 당연히 우리가 차지해야

       한다느니" 외치지도 않았다. 어느 누가 찾아주지 않았어도 그들은 섭섭해 하지

       않았다. 묵묵히 자신들이 할 일만을 하고 돌아섰다.

     3. 한동안 천막들이 오늘처럼 물림되어 내려 오면서 이상한 소리들이 들렸다.

       물려 주면서 권리금을 받는다는 것이다. 확인된 바도 없다. 만에 하나 정말 그런 일이

       있다면..생각만 해도 끔직하다. 무엇보다도 걱정인 것은 성전을 더럽히는 것이고,

       순수하게 외치는 모든 이들의 얼굴에 침을 뱃는 것이다. 따라서 이곳에도 질서는

       있어야 한다.

      1)천막을 친 사람이 천막을 거두어 가야 한다. 필요한 사람에 주어서 그 사람이 직접

       새로 천막을 쳐야 한다. 그래야 그런 오해의 소지가 없어질 것이다.

      2)불행이도 아직도 외쳐야 할 사람들이 많다. 그들을 위해 자리를 내어 주어야 한다.

       따라서 아무리 농성이 길어도 10일이면 족하다고 본다. 왜냐하면 실정법이 있기

       때문이다. 억울함을 소호하고, 정정당당히 법 앞에서 해결해야 한다.

       이런 면에서 지하철 노조원들은 사실 당당했고, 정신적 승리를 거두었다고 감히               생각한다.

      3)천막 농성을 하는 동안에는 의연한 모습이 있어야 한다. 어디라고는 밝히지 않겠지만

       단식 농성을 선포하고는 밤에는 음주에다 과음으로 취중 싸움을 벌이는 경우도

       목격했다. 3월 31일 4동의 천막을 철거하면서 아연실색했다. 맥주병에 소주병, 그

       안에 들어 있던 물(?), 냉장고며, TV, 바닥에는 말라비틀어진 음식찌꺼기, 썩어

       가는 옷가지, 뭐 하나 정리되어 있는 것이 없었다. 무엇을 위해 이곳에 천막을 쳤나?

     4.천주교의 사제이기 때문에 성당을 지켜야함은 당연하다. 그러나 성당을 지키기 위한

       것만으로 이곳을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 이상의 것을 지키려 함이다. 그러려면 모두

       동참해야 하고, 함께 가꾸어야 한다.

12:00 - 지하철 노조원들은 하는 수 없이 다시 천막을 쳤다.

      비지땀을 흘려가며, 앞으로 3-5일 후면 자진출두하여 천막을 거두어야 하는데도.....

      이제 검찰, 경찰, 노조원들, 성당 측, 모두가 긴장해야 하고,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15:00 - 한총련의 구호소리가 들린다.

      계단 공사에 대해서도 어떤 조취가 있어야 하는데 걱정이다.

      계단 공사와 함께 수도관 교체도 해야 한다. 30년이 넘은 수도관은 늘 말성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머리가 아프다. 잠깐 바람이나...........

00:05 - 한총련의 정리집회가 끝났다.

      현대 중기 근로자들도 잠을 청한다.

      병역 특례자 문제 5명의 천막은 컴컴하다.

      맨 아래 누군지도 모르는 천막에는 아직 주인이 들어오지는 않은 모양이다.

00:20 - 성모동산은 여전히 어지럽다. 천막은 모두 치워졌으나 워낙 대규모여서.........

      컴컴한 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지하철 입니다. 내일 말끔하게 정리하겠습니다."

      "쉬면서 하세요. 피곤하실텐데 편히 주무십시오."

      벌써 오늘이다. 오늘은 천막의 대표들과 상의를 해야 하는데..........

 

      "하느님! 믿음의 힘이 필요합니다. 왜 또...... 암튼 믿음의 힘을 더 주세요.

      힘을 안주시면 저도 파업에 돌입합니다. 그럼 저와의 협상에 응하시겠습니까?

      강짜를 부려 봤습니다.      에구-----죄송......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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