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사동성당 게시판

수산나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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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자 [somi] 쪽지 캡슐

2002-12-18 ㅣ No.10583

수산나님..

아직도 마르지 않는 눈물을 닦고 있습니다.

오늘 새벽에 님의 장례미사를 다녀왔어요.

예쁜 두딸과 남편분... 님 없이 묵묵히 미사하시고 계시더군요.

 

수산나님..

무슨 급한 일이 있어..그리 서둘러 가셨어요?

한창 일할 나이에..

돌아가신 달이 생일 달이라..명이 그것 밖에 안됐는가보다 하고..

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을 하시는 분도 계셨어요.

그것 말고...뭐라고 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을 할수 있었겠어요.

 

님이 모든 이들의 모범으로 살아오시는 동안..

님을 존경하신다는 분도 계시고..

저 또한 님을 생각나게 하는 마른 버섯을 가지고 있어요.

늘 우리 주머니 사정을 생각하는 품목으로...

요맘땐 이 채소 사서 말리고....

이즘엔 이 나물이 맛있다고 늘 권하던 님...

구역모임땐..힘든 일 급히 마치고 배추 겉절이를 맛있게 무쳐서..

우리들 입을 즐겁게 해 주고...

시장 길목에서 큰 키와 검게 그을린 얼굴과 씩~ 웃는 웃음으로 늘..

우리들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었는데..

시장을 들어서면 님이 늘 계시던 자리..이젠 우릴 돌아보게 만들죠.

 

사진속의 님처럼 이제는 고통없이 환히 웃으면서 잘 지내시리라 여깁니다.

 

왜? 좀더 일찍 몸을 돌보지 않으셨어요?

자신도 아껴가며 살았어야죠...

최근까지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는 집에서 사시다가..

이해 봄에 마지막으로 님의 집을 장만해놓고..

뜨거운 물을 마음껏 써보지도 못하고..그렇게 가시다니..

 

시댁 식구들 한사람 한사람 모두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주었고

치매걸린 시어머니 수년동안 수발 다하시고..

그런 집에서 두 딸을 키우면서도 하나도 이즈러지지 않은 딸들을 만들어내시다니..

두 따님 씩씩하고 기도 열심히 하면서..우리엄마..좋은 곳에 가셨다고..

스스럼 없이 말할 정도로 어머니에 대해서 신뢰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너무 수산나님이 자랑스러워요.

 

이어져서 끊일줄 모르는 연도..

님이 닦아놓은 길..하늘에 쌓은 보화때문이라 여깁니다.

 

환자로 계실때 찾아가서 만져본 님의 손..

천사의 손은 결코 보드랍고 연한 살성이 아니라는 것..알게 해 주었어요.

오늘 입관때 커다랗고 시커먼 님의 발을 ..아니 발만 보였어요.

20년 넘게 한 장소에서 장사하시느라..

추운 겨울..더운 날..소나기가 억수처럼 내리는 날도..시장을 지켰고...

이리저리 달리고 묵묵히 서 있었을 그 발...

어두워질때까지 물건을 다 팔지 못하는 날은 지나가는 우리들에게..

싸게나.. 그저 주기까지 했었는데..

그런 귀한 물건 날름 거리고 받아 먹기만 했던 날이..

자꾸 생각나서 더 눈물이 나는 지도 모릅니다.

님을 위해서 기도해 달라고 외상으로 준 것이라는 것..

이제서야 깨달으면서..

 

주님!

수산나 자매..잘 부탁드립니다.

감히 부탁드릴 만큼 잘 살지도..곱지도 못한 제가 청해봅니다.

수산나의 삶은 주님께서 더 잘아실거예요..그쵸?

살아서 우리모두에게 모범이었고..

가정에서나 주위신자분들은 말할 것도 없었으며..

시장사람들에게도 늘 충실했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 15구역을 똘똘 뭉쳐놓으시기까지 했어요.....

 

주님!..

고향 낙원으로 수산나를 인도해 주실 것이라는 것..

턱 마음 놓고 믿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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