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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휴식을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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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종 [sjjbernardo] 쪽지 캡슐

2001-08-08 ㅣ No.7275

 

 

안녕하세요.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입니다.

 

어제는 명동성당에서 고해성사를 보았습니다.

그동안에 이런 저런 여름 행사 때문에

조금은 흐뜨러진 몸과 마음을 추스리기 위해서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 아니 하고 싶었던 일이

주님 안에 조용히 홀로 머무는 것이었답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주님께 말씀드리고

주님께서 주시는 힘과 용기를 듬뿍 받고 싶었습니다.

 

어제 하루의 진한 휴식으로

이제 어느 정도 제 자리로 돌아온 느낌입니다.

 

게시판에 글을 마지막으로 올린 날이 지난 7월 13일이니까...

거의 한달동안 쉬었네요.

 

제목에 '긴 휴식을 마치고...' 라고 쓰기는 했지만,

나름대로 무척 바쁘고 긴장된 시간을 보냈습니다.

 

초등부 어린이, 중고등부 청소년들, 그리고 청년들과 함께

몸을 맞대고 서로를 나누었던 따뜻했던 시간이었지요.

 

비록 아직 끝나지는 않았지만

올 여름을 돌아보면서 떠오르는 것은

'만남' 그리고 '헤어짐' 입니다.

 

매일 매일의 삶이 만남과 헤어짐이지만,

이번 여름 행사들을 통해서 만남과 헤어짐에 대해서

더욱 진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올해에는

초등부, 중고등부, 청년 행사 모두가

우리 본당만이 아니라

이웃 본당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낯선 이들과의 만남,

그러나 주님 안에 함께 하기에 이내 서로의 벽은 허물어지고

함께 웃고 함께 부대끼면서 함께 있음만으로 넉넉했던 그 시간들,

오랜 친구들처럼 서로를 나눌 수 있었던 그러한 만남이

너무나도 아름답고 소중하게 다가옵니다.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는 헤어짐,

그러나 주님 안에 함께 했던 벗들과의 소중한 시간은

삶의 아름다운 기억 속에 남아 먼훗날 지치고 힘들고 외로울 때

작은 웃음 지으며 기쁨과 희망으로 다시 일어설 거름이 될 것이기에

오늘의 헤어짐은 내일의 또다른 만남으로 이어지겠지요.

 

사랑하는 벗들의 마음 안에

올 여름의 뜨거웠던 그 모든 만남과 그만큼 애뜻한 헤어짐이

알알이 맺히기를 바랍니다.

 

이제 긴 휴식을 마치고...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와 뜨겁게 사랑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언젠가는 헤어져야 할 우리의 만남이지만,

당신의 길을 떠나기 앞서

더욱 애절한 사랑을 나누셨던 예수님을 생각하면서

그렇게 뜨겁게 뜨겁게 사랑하고 싶습니다.

 

예전에는 삶의 마지막 순간에 함께 하는 이가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벗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올 여름을 보내면서 이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삶의 매 순간 순간에 함께 하는 모든 이가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벗이라고 말이지요.

삶의 매 순간이 모이고 모여

삶의 마지막 순간에 다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지금 함께 하는 님들 한분 한분이

제게는 가장 소중한 아름다운 벗들입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하고 싶습니다. 사랑받고 싶습니다.

지금의 이 사랑 곱게 담아

다음에 만나게 될 누군가에게 기쁜 마음으로 나누고 싶습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까닭은

그것을 움켜 쥐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누기 위한 것이니까요.

나눌 때 그것이 진정 사랑이니까요.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 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가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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