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동성당 게시판

***[신앙의 대화]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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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열 [c.y.kim] 쪽지 캡슐

1999-12-30 ㅣ No.2813

† 찬 미 예 수 님 !

 

산새와 뻐꾸기

 

엄동 설한이 지나고 할미꽃이 산에 펼쳐지면 종달새가 높이

날고 산새들이 얼어 붙었던 몸을 활짝 펴고 님을 찾아 신방

을 꾸민다.

 

시골엔 산새가 굉장히 많다. 새중에 멋이 없는 것이 산새다.

그런데 멋이 없어서 그런지 미련하기도 하다. 그래서 뻐꾸기란

놈은 미련한 산새를 택해서 자기 종족을 보존시킨다.

 

약삭빠른 뻐꾸기는 잽싸게 잔솔 밭을 누비면서 산란기에 산새의

집을 찾는다. 산새가 알을 낳고 잠시 집을 비우면 얼른 가서

자기 알을 낳아 놓고 쏜살같이 도망친다.

 

먹는 게 무언지 먹이를 싫컷 주어먹고, 쪼아 먹고 잡아 먹은 산새는

알을 품는다. 눈치도 없어서 제 알이 몇 개인지도 모르고 그냥 품는다.

 

때가 다 되어 부화가 될 때쯤이면 뻐꾸기가 먼저 알을 까고 나와서는

심술궂게 버리적거려서 다 집 밖으로 밀쳐 버린다. 새카만 놈이 쭈그

리고 앉아서 저보다 작은 산새의 먹이를 받아 먹는다. 그놈은 참

염치도 좋다.

 

산새란 놈은 미련해서 제 새끼는 다 죽었는데도 그걸 모른다. 그걸

모르는 것뿐 아니라 제 새끼 죽인 놈을 마냥 좋다며 아침 저녁 두끼가

아니라 시시 때때로 맛있는 것을 잡아다가 산 채로 꿀꺽꿀꺽 침을

삼키도록 맛있게 먹인다.

 

아가페 사랑치고는 산새만큼 하는 것도 드믈다. 그 고얀 뻐꾸기 놈은

먹성도 좋아서 마냥 입을 딱 벌리고 있다. 기를 쓰고 벌레를 잡아다

먹이고 보면 얼마  지나서 도망갈 준비를 한다.

 

슬그머니 집을 나와서 조금씩 날아 다니는데 그래도 약기는 도둑 고

양이 모양으로 약은 뻐꾸기인지라 소리만은 삑삑거리며 새소리를 낸다.

조그만 산새란 놈은 쫓아 다니면서 그냥 먹여 주느라고 야단이다.

 

그러나 훌쩍 혼자 떠나서는 뻐꾹 뻐꾹 한다. 난 지금부터 뻐꾸기 소리만

들으면 고얀 놈이란 생각을 할 것이다. 배신자. 사기꾼 뻐꾸기란 천하에

나쁜 새이다.

 

<신앙의 대화>

 

산새가 미련하다고 누구나 말할 것이다. 그런데 산새 같은 신앙인이

혹시 있는지 모른다. 자기가 하고 있는 말이나 행동이 무엇을 위한 것

인지 생각조차 안 하고 힘들여 수고했으나 결국 아무 소용이 없어

질 때 수고의 대가는 무엇인가 !

 

재물애 속고 명예에 속으면서 기를 쓰고 온 힘을 다 기울이다가 뻐꾸기가

훌쩍 날아가서 뻐꾹 ! 뻐꾹 ! 하면서 울어버리면 무슨 소용인가 !

 

산새처럼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주님을 밀쳐내고 재물을 품고 명예와 권세와 쾌락을 품고 허둥대는,

좋아라 으스대는 사람이 있으면 하루 속히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자세히 보라.

 

산새의 우를 범치 말라.

신앙인은 산새와 같이 미련해서는 안된다.

 

--<최기산 신부 지음> [등잔불]중에서-

 

사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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