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문2동성당 게시판

선덕학교에서

인쇄

방기숙 [mam] 쪽지 캡슐

2000-11-09 ㅣ No.829

고3교실

 

수능 시험을 며칠 앞둔 3학년 교실의 아이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두려움과 걱정을 모른척하며 열심히들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나는 이 짧은 시간 기도를 하며 여러 가지 생각을 합니다. 이 아이들의 미래를 위하여 아이들의 힘겨운 삶을 위하여, 아름다운 삶을 위하여 기도합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합니다.

 

 

 

 겨울이 오는 길목에서 온통 들리는 이야기는 정말 추운 겨울이 되리라는 걱정이 앞서게 합니다. 대우 자동차, 현대 건설, 하위직 공무원들의 면직. 대우 자동차만으로도 관련되는 사람들이 35만명이라고 합니다. 그 사람들 그 가족들 그들이 얼마나 추운 겨울을 ,얼마나 긴 겨울을 걱정하고 두려워하고 있을지를 생각합니다. 문득 묵주를 힘있게 꾹 쥐게 됩니다. 그리고 주님께 말씀드립니다.  

 

주님, 우리 주님. 우리들의 겨울을 돌보아 주십시오. 모든 것을 아시는 당신께서 우리 모두를 이 몹시도 모질어질 겨울을 다함께, 춥지만 따듯하게 지낼 수 있도록 이끌어주십시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합니다. 내가 할 일은 무엇인가. 단지 마음 아파하고 걱정하는 것만으로 내 몫을 다한 것인지,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생각합니다. 오늘부터라도 정말 좌절할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갖고 살아갈 수 있는 나라가 되기를, 합리적이고 성실한 사람들이 소외되지 않고 기쁘게 살아갈 수 있는 나라가 되기를 기도해야겠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기 위하여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들부터 찾아서 실천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제 주변에는 좋은 신앙의 표양이 되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그러나 저 같이 단지 자신의 일에서만 기도거리를 찾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서 읽는 시간 동안에는 마음의 화살기도를 바치시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이 글을 올립니다. 그리고 게으른 제 성품에 계속 저 자신을 기도하는데 분발하도록 하기 위하여 이글을 올립니다.

 

 

 

 아이들은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 아이들을 바라보며 우리 나라가 그들이 노력하는 만큼 보상받을 수 있다는 확신에 넘치는 나라가 되기를, 적어도 그것이 이루어지리라는 희망 속에서 기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기원해봅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이 길고 추울 것 같은 겨울을 여기저기에서 피우는 작고 큰 사랑의 불씨를 모아 이겨나가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수능 시험을 앞둔 이 아이들에게 이 시험이 그들의 삶의 올바른 방향을 찾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어려움에 처한 분들께 언제나 주님의 사랑이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 저는 선덕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교사입니다.

   정릉 성당 교우입니다.

 

 

 

 

 

 



48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