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십리성당 게시판

저는 지금 휴가중입니다(송오네시모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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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섭 [lgs1226] 쪽지 캡슐

2002-08-30 ㅣ No.2450

찬미 예수님

 

저는 스테파노신부입니다.

제가 이글을 올리면 읽으실 분이 분명 본당 사무장님이랑 그리고 송오네시모형제가 읽을 것이라 생각 됩니다.

오네시모 본명이 분명한지 모르겠군요. 불편한 몸으로 누워서 인터넷을 하고 있을 테고 그래도 함께 하지 못하는 형제와, 그래도 생각이 나서 제가 보고 느낀 점을 나누고 싶어서 피씨방에 와서 글을 올립니다.

 

휴가를 떠나던 첫날 저는 화진포콘도에 왔습니다. 연세가 있으신 신부님과 그리고 70정도 되신 신부님의 형님과 그 자매님 해서 4명이 콘도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화진포는 김일성별장, 이승만 별장, 이기붕별장이 있어서 유명하기도 하고 근래에는 '가을동화'를 찍어서 더 유명해졌습니다. 사람들이 별로 오지 않던 곳인데 드라마 한편을 찍는 바람에 조용히 다녀가고 싶던 이 곳이 좀 재미가 없어졌습니다.

 

김일성별장은 반공교육전시관으로 바뀌어 버렸지만 그곳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제가 본 바다가운데 최고중의 하나입니다. 바다 색깔이 하늘색인데 우리가 괌이나 사이판의 바다를 생각하는 그런 깨끗한 바다입니다. 푸른 색이 아니 하늘색 바다는 정말 또 보고 싶은 바다입니다.

 

바람이 불어서 물에 들어갈 수 없고 또 지난 토요일에 사람이 빠져 죽었다는군요.

 

저는 백사장을 거닐었습니다. 샌달을 오른손에 들고 혼자서 쭉 거닐었습니다. 그런데 갈매기 한 무리가 백사장위에 모여 바다를 바라보고 있더군요. 저도 '저 녀석들이 뭘 바라보나?' 하고 쪼그리고 앉아서 바다를 바라 보았습니다.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멀리 낚시배로 보이는 배가 한 척 지나가는데 바람이 부니 낚시를 할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갈매기들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런데 그 갈매기를 통해서 나 자신을 볼 수 있었습니다.

 

백사장에 앉아있던 갈매기떼에서 한 마리가 비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바람이 세차게 불어 바다가운데로 날아가다가 10여미터도 날지 못하고 되돌아 오고 말았습니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다른 한마리가 날았습니다. 그 바다에 무엇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는 세차게 날았습니다. 그리고 저 멀리 있는 갯바위로 날아갔습니다. 무엇이 목적이고 무엇을 이루려고하는지는 몰라도 어떤 놈은 되돌아 오고 어떤 놈은 자신의 목표를 향해 날아갔습니다.

 

갈매기에게는 그곳이 바다인지 갯바위인지는 몰라도 하여튼 힘있게 날아갔습니다. 나도 힘차게 날아야하는데 그 바람에 놀라 아직 날개짓만 하며 날지를 못합니다. 그 힘찬 갈매기를 보며 나도 그 바람의 힘을 이기고 내가 목표로 하는 곳으로 날아가야하는데 주저하고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장애물이 있겠지요? 그것이 어떤 때는 없다가도 어떤 때는 적당하게 불어서 좋기도 하고 어떤 때는 태풍과도 같아서 도저히 어쩔 수가 없을 때도 있겠지요. 그래서 더 힘차게 날아보려고 합니다. 갈매기가 나에게 알려주는 교훈이 아닐까 생각을 해 봅니다.

갈매기 그놈은 참으로 부럽습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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