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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199] 성령강림 대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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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신부 [jpatrick] 쪽지 캡슐

2000-12-03 ㅣ No.200

교회, 하느님의 백성, 신약의 새로운 백성 공동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날을 교회의 창립일 또는 설립일이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 날은 바로 성령강림 대축일입니다. 이 축일은 한국 교회의 창립일이라기보다는 전체 교회의 설립일로 보아야겠지요. 그래서 초등부 주일학교 교재에 보면 교회의 생일날 같은 표현으로 이날 대축일을 설명하기도 합니다.

 

성령강림 대축일의 의미에 대해서는 예전에 쓴 강론의 한 부분을 아래 인용합니다. 수고하세요.

 

 

형제 자매 여러분, 한 주일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오늘은 성령강림 대축일입니다. 예수님께서 오늘 복음에서 약속하신 대로 제자들에게 성령을 보내 주시고, 성령의 이끄심으로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고 고백하는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날입니다. 그래서 보통 성령강림 대축일을 교회의 탄생일로 부르기도 합니다.

 

오늘 제 1독서는 역사적인 성령강림 사건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오순절날 제자들이 한 곳에 모여 있을 때 하늘에서 세찬 바람이 부는듯한 소리가 나더니 그들이 앉아 있던 온 집안을 가득 채웠습니다. 그리고 혀같은 것들이 나타나 불길처럼 갈라지며 각 사람 위에 내렸습니다. 그러자 그들의 마음은 성령으로 가득차서 성령이 시키시는 대로 여러 가지 외국어로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오순절 축제를 지내기 위해 예루살렘에 모인 수많은 경건한 유다인들은 제자들의 행동에 한편 놀라고 햔편 신기하게 여기면서 어리둥절해 했습니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가운데는 바르티아 사람, 메대 사람, 엘람 사람, 메소포타미아, 유다, 갑바도기아, 본도, 아시아, 프리기아, 밤필리아, 에집트 등등. 세계 각지에서 온 유다인들은 제자들이 전하는 말씀을 각자 자기 지방 말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오늘 독서에 바로 이어서 나오는 사도 베드로의 오순절 설교는 이런 상황에서 이루어졌고, 그 결과 3천명이 넘는 신도들이 생기게 되었다고 사도행전은 증언하고 있습니다(2,41). 그야말로 말 한 마디로 3천명의 신자를 얻은 놀라운 사건이 일어 났습니다.

 

역사적인 성령강림 사건은 두 가지 점에서 우리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첫째로, 성령강림 사건으로 제자들이 받은 언어의 특은입니다. 구약성서에서 언어의 은사는 소수의 예언자에게만 한정된 일종의 특은이었습니다. 그러나 성령께로 오심으로써 남자나 여자, 청년이나 노인, 자유인이나 노예, 유다인이나 이방인 할 것없이 모두가 서로의 말을 듣고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유사 이래 인간들 사이를 가로막고 분열시켜 온 언어적.사회적 장벽들이 성령강림 사건으로 한 순간에 사라진 것입니다. 여러분, 바벨탑 이야기를 아시죠? 하느님처럼 되려던 인간의 교만함으로 인해 인류의 언어가 갈라진, 그래서 서로 뜻을 통하고 싶어도 말이 달라 의사전달이 불가능해진 이야기를 잘 아실 겁니다. 그래서 바벨탑은 오랫동안 분열과 혼란의 상징으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성령강림 사건은 바벨탑 사건과는 달리 새로운 하느님 나라의 일치와 보편성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둘째로, 오늘 독서에 바로 이어 나오는 사도 베드로의 오순절 설교를 통해 대규모의 새로운 신도들이 모이게 된 것입니다. 사도들의 공적인 복음선포의 결실로 그리스도교가 이제 본격적인 출발을 알리게 된 것입니다. 이는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과 구분되는 신약의 교회 공동체, 종말론적 새로운 공동체의 출발을 알리는 희망적인 사건입니다.

 

이처럼 성령강림 사건은 일치의 표징이요 동시에 공동체 형성의 발판입니다. 인간 사이의 여러 장벽이 제거되고 서로 뜻이 통하는 일치된 백성 공동체가 형성된 사실은 성령강림 사건이 인류에게 준 가장 큰 선물입니다. 이 선물은 이 세상 끝나는 날까지 지속될 것이고 또 우리가 지속시켜야 할 소중한 것입니다.

 

.........

 

축일에 대한 더 자세한 설명은 나기정 신부님께서 경향잡지에 쓰신 글을 참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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