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기경님께 드리는 사랑의 편지

갑작스럽게 찾아온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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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경 [bkkim] 쪽지 캡슐

2000-02-26 ㅣ No.1250

찬미예수님,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추기경님. 지금은 토요일 이른 아침입니다. 눈이 올거라는 일기예보가 있더니 그래서인지 하늘이 낮게 가라앉아 있습니다. 이제 다음 겨울에나 만나게 될 눈을 마지막으로 만나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날씨가 너무나 건조해서 민감한 편이 아닌 저도 느낄 정도인데 추기경님께서 지내시기에는 어떠신지요? 날씨탓은 아닐텐데 제 마음이 무거워지는 책임을 물으며 공연히 하늘을 향해 눈을 흘기고 싶습니다. 이유는 저희 대흥동 본당 주임신부님이신 김명섭레문도 신부님께서 이번 서울대교구 인사이동에 포함이 되셔서 내일 미사가 저희 본당에서의 마지막 미사가 되기 때문입니다. 지난 주말에는 저희 본당 청년 모임들의 연합 MT가 있었습니다. MT시간은 좋았지만 이미 발령이 나셨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저희들은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척 무거웠습니다. 그리고 이런 말씀 어떻게 들으실지 염려가 되지만 어른들께서 주교님과 면담도 하시고 아쉬운 마음에 여러 가지 노력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지난해 봄부터 신수동 성당에 손님신부로 계시면서 대흥동본당을 위해 고생을 많이 하셨고 입당미사를 드린 것이 7월이었기에 이번 인사에 포함되셔서 떠나셔야 한다는 사실에 저희 모두 의아해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신부님은 물론 순명해야 한다는 말씀으로 오히려 저희를 다독여 주셨지만 아쉬움은 더욱 크셨을 것입니다. 연이어 나오는 말들이 신자들이 더 많으신 곳으로 가시니 영전이다, 다시 보좌신부로 가신다니 말도 안된다, 또다시 새로운 본당을 만드는 일을 맡기신다니 왜 고생만 시키시느냐 등등의 말들만 옮겨다니고 있었습니다. 이제 결과적으로 신부님은 떠나실 것이고 교구의 결정의 배경을 신부님께서 신자들에게 설명하시지는 않으시겠지만 헛된 소문은 가려지겠지요. 하지만 추기경님! 저희 신자들은 임기도 채우지 않으시고 가시는 신부님을 보내드리기가 너무도 아쉽습니다. 저희가 감히 교구의 행정에 옳고 그름을 논하겠습니까? 그저 누구보다 고생하셨고 좋은 강론 말씀과 부드러운 미소로 저희들을 돌보아주신 신부님과의 이별이 너무나 갑작스러워 버려진 듯 야속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왜 교구에서는 신자수가 아직 천이백명에 불과한 작은 본당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것을 모르시는듯 결정을 내리셨을까요? 간혹 교우들과의 갈등이 있을때 사람을 보지 말고 하느님을 보고 성당에 다니라던 어느 신부님의 말씀을 떠올리며 하느님을 뵈려고 성당에 다니지만 사람인지라 좋은 신부님은 놓아드리기가 싫어집니다. 정말 너무나 아쉬움이 크지만 저희들은 또 그 아쉬움을 새로 오실 신부님을 따라 하느님의 가르침을 배우는 것으로 대신하겠습니다. 저희 대흥동본당을 위해서 기도 드려 주시겠습니까? 더욱 화합해서 아름다운 교회가 되도록 말입니다. 할아버지께 하소연이나 하는 김보경로사 물러갑니다.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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