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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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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필희 [wsophia] 쪽지 캡슐

2001-09-19 ㅣ No.8265

 

며칠 밀린 일기를 쓰려니 생각이 안나 건너 뛰었습니다.

 

날마다 쓰는 것이 일기 이지만

 

제가 쓰는 일기는 날마다 쓰는 일기가 아닌

 

일주일에 서너번

 

일상의 것들이 아닌 특별한 날에 주로 쓰게 되지요.

 

때로는 아주 조그만 일도 특별하게 쓰는때도 있지만........

 

아주 슬픈날이나 아주 힘들때, 아주 기쁠때 주로 어떤 사건이

 

생겼을때의 느낌, 심정들을 쏟아 놓거나 기도형식으로 쓰지요.

 

일기를 쓰게 된 동기는 20여년전 제 짝 라파엘씨를 만나면서였지요.

 

지금은 멜로 주고 받고 하지만 그때만 해도 편지를 많이 주고

 

받았던 때였기에(지금도 주고 받은 편지를 간직하고 있지만..)

 

편지를 거의 날마다 쓰고도 (닭살커플이었기에)

 

아름다운 사랑의 느낌들을 간직하고파 일기를 쓰기 시작 했지요.

 

그때의 일기를 어쩌다 들추어 볼라치면 꼭 시인(?)이 쓴

 

글이라고나 할까요^^ 지금은 그런 문장 짜낼려고 해도 못짜 내는데

 

그땐 어쩜 그렇게 쓸 수 있었는지 사랑이 쓴 글이기에 가능했으리라

 

생각되어요

 

그치만 지금 저의 일기를 보면 많이 다르지요

 

저의 하루 생활과 관련된 이야기들과

 

그에 대한 느낌들이 나열되고, 아름다운 것 보다는

 

어쩌면 많이 퇴색해버린 자신을 보게 될때면 아 - 이젠 일기 그만

 

쓰고 싶다 할 때가 많지요.

 

어떤때는 나 죽고나서 누가 보면 어떡하나 걱정 될때도 있지만

 

나중일은 나중에 맡기고

 

언제까지 쓰게 될지 모르지만 그만 쓰지 못하고 계속 쓰고는 있는데

 

쓰는데까지 쓰야겠지여.

 

성체앞 말고는 나의 있는 그대로를 다 쏟아 놓을 수 있는 데라고는

 

이 곳 밖에 없기에.....

 

10여년전 대장암으로 링겔만 꽂은채 금식으로 거의 50일간의

 

투병속에 돌아가시기 이틀전까지 일기를 쓰신 아버님이 생각 납니다.

 

하루도 빠지지 않은 그야말로 일기였지요.

 

누가 어떻게 했고 무슨일이 있었다는  

 

거의가 기록형식이었지만......빡빡 우기다가도 아버님 일기장만

 

펴시면 꼼짝두 못했지요.^^

 

저야 지금은 아무거나 있는 노트를 쓰고 있지만

 

아버님은 새해만 가까워지면 꼭 당신께서 쓰시던 일기장을 구하시느라

 

애쓰시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아버님 돌아가시고 일기장만 해도

 

똑같은 걸로 두 박스가 넘더군요. 아직 다 읽어 보진 않았지만....

 

아버님 일기 쓰실땐 볼까봐 옆에 오지도 못하게 하던 일도 생각납니다.

 

제가 지금 그러고 있잖아여^^*

 

거의가 모두가 잠든 밤에 쓰는 편이긴 하지만....

 

이런 저런 일을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부모님께서 하셨던 일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보며 부모의 모습이 얼마나 중요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또다시 느낍니다.

 

나의 아이들이 이 다음에 자기도 모르게 나와 똑같은 일을 하며

 

살아갈 것이라는걸 생각했을때 말입니다.

 

횡설 수설 너무길었나 봅니다.

 

어쨌거나 이 가을 무엇인가 쓴다는거 참 좋다라고 생각해여

 

치매 예방두 되구여....^^*

 

좋은시간 되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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