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동성당 게시판

***[신앙의 대화]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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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열 [c.y.kim] 쪽지 캡슐

1999-12-28 ㅣ No.2786

† 찬 미 예 수 님 !

 

욕심의 결과

 

나는 어렸을 때 욕심을 부리면 손해만 본다는 귀중한 경험을

했다.그것은 나에게 귀중한 교훈이 되고 있고 누구에게든

욕심에 관한 얘기를 할 때면 으례히 이 경험을 얘기한다.

 

초등 5학년 때인가 집에서 한 20여 리나 떨어진 성당에 큰 첨례가

돼서 갔는데 그때는 아침 일찍 나서서 걸어야 하는 형편이었다.

성당엔 사람들이 꽉 들어 찼는데 생전 처음 간 성당이라 그런지

굉장히 으리 으리 하다고 느꼈다.

 

미사후엔 어린이들에게 빵을 나누어 주고 있었다. 어린이들이

굉장히 많았다. 바글바글한데 큰상자에서 두 개씩 나누어 주고

있었다. 나도 손을 벌리고 발끝에 힘을 주며 빵을 타기 위해

안간 힘을 다 쓰고 있었다.

 

앞에 애들이 다 타고 내 차례가 왔는데 가만히 보니 빵은 큰것과

작은 것이 있었다. 빵 나누어 주는 아저씨는 작은 것을 두개 집어서

내게 안겼다. 난 조그만 것에 흥미가 없었던지 저걸로 달라며 큰 것을

요구했다. 그 아저씨는 마음이 좋으신지 얼른 큰 것을 내게 안겼다.

 

난 얼굴이 함박만 하게 되어 빵을 움켜 쥐고 나왔다. 우리 친구들은

작은 것을 들고 있었다. 난 기분이 좋았다. 다른 애가 하나만 바꾸자면

어떻게 하나 하고 얼른 빵을 감추고는 성당을 떠났다. 모두가 허기

졌던지 빵을 입에 넣고 씹기 시작했다.

 

다른 애들은 "야 ! 맛있다. 앙꼬가 기차게 맛있는데" 하며 재빨리

하나를 냉큼 해 치웠다. 나는 슬그머니 빵 하나를 입에 물었다.

굉장히 큰 빵이었다. 한 입 듬뿍 깨물었건만 앙꼬는커녕 팥고물도

없었다. 빵은 딱딱했다. 맛도 꽤나 없었다.

 

다른 애들은 손에 묻은 앙꼬를 쪽쪽 빠느라고 야단이었다. "에이 !

괜히 욕심을 부렸어" 하며 후회했다. 빵을 씹기는 하나 돌 자갈을

씹는 것 같았다. 누구에게도 얘기할 수 없는 가슴 아팠던 그 때의

어린 마음을 지금도 상상 해 보면 눈에 선 하다. 난 다시는 욕심을

부리지 않기로 결심했다. 아마도 그래서 지금 사제로서 이 글을

쓰게 됐는지도 모르겠다.

 

<신앙의 대화>

 

욕심이란 결국은 후회스러운 것이다. 치부하기 위해 남을 헐뜯고

남에게 해를 끼치고 도가 지나쳐서 남의 목숨까지 대수롭지 않게

여긴 사람들이 많았고 지금도 있다. 물질뿐만이 아니라 권력 명예 등의

순 인간적인 것만을 생각하기 때문에 남을 생각할 짬도 없이 나만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남의 돈을 따먹으려고 화투 짝을 잡는 사람이 얼마나 많고 패가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 이런 욕심을 역이용해서 남의 돈을 뜯어

내는 뺑뺑이 돌리기,속임장기, 총소리가 수두룩하다.

 

욕심 있는 자는 언제나 눈에서 증오의 빛이 솟아난다. 그의 마음은

사랑이란 두 글자가 의미하는 모든 것을 다 부인한다.

 

세월은 쉴새 없이 흐르고  나의 갈길은 다가오는데 부질 없는 것에

욕심을 쏟는다면 이보다 더한 어리석음이 어디에 있겠는가 !  우리는

진실한 것에 욕심을 부려야겠다. 그 욕심은 우리를 살찌우게 할 것이다.

 

우리의 욕심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 남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차원의

욕심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남들보다 더 착한 일 사랑의 실천을

많이 해야겠다. 남들이 하루에 한번을 하면 나는 두번을 하리라는

욕심은 나를 살찌우고 이 사회를 살찌울 것이다.

 

--<최기산 신부 지음> [등잔불] 중에서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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