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북한관련

용산천막편지-그 억울한 죽음 앞에서, 그 짓밟힌 평화 앞에서

인쇄

강성준 [praxis] 쪽지 캡슐

2009-07-12 ㅣ No.9989

 

6월 15일 전국 사제 1,265인의 결의에 따라 '전국사제시국기도회'를 개최합니다.

 

 

 

제4차 전국 순례 사제시국기도회

 

7월 13일(월) 수원교구 안양 중앙성당, 오후 8시 

 

 

 

<20일 전주교구 중앙주교좌 성당, 27일 광주교구> 

 

 

  

 

신부님의 용산천막편지   

그 억울한 죽음 앞에서, 그 짓밟힌 평화 앞에서

 

 

용산에서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인간으로써 인간답게 살고자 인간의 존엄성을 부르짓던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데, 한번 살아보기 위해 발버둥 치고자

망루에 올랐던 이들이 산 채로 불에 타 죽었습니다.

이 나라의 한 복판 서울 한 가운데 용산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인권이 짓밟히고, 평화가 무너진 사건이었습니다.

  

7월 11일 서울역에서 용산참사 해결을 위한 범국민추모의 날 행사를 마치고 용산참사 현장을 향해 행진을 하고 있습니다.

 

 

혹자는 그렇게들 말합니다...

재개발을 노리고 보상금 몇 푼 더 받으려다가 죽은 거 아니냐고.

맞습니다... 보상금... 그 몇 푼 돈 때문에 사람이 목숨을 걸었습니다.

평생을 살아온 터전을 잃고 쫓겨나야 하는 것도 모자라,

살아온 만큼의 보상금도 지급하지 않는 재개발 업자들의 욕심에 목숨을 걸었습니다.

그러나 목숨 건 사람을 목숨 걸고 막으려한 장본인이

재개발 업자가 아니라 이 나라의 심부름꾼인 정부라면, 공권력이라면

이 나라에서 우리가 목숨 걸고 지키고 가꾸어야 할 가치는 도대체 무엇일까요?

사람이 사람을 보지 못하고,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고, 돈과 재물만 보는 사회라면,

그것이 과연 우리가 몸담아도 될 사회인지 되물어야 할 판인데도,

용산은 점점 우리의 기억에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을 파견하시며, 평화를 빌며 인사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평화란 평평하게 되어 합쳐지는 것을 말합니다.

물이 아래로 흘러 평평함을 이루듯이 높은 사람 낮은 사람, 있는 사람 없는 사람 할 것 없이 똑같은 가치를 나누고 대화할 수 있음에 행복할 수 있는 것을 말합니다.

 

하느님께서 당신의 고귀한 생명을 우리 인간에게까지 나누어 주고자 당신의 외아들을 세상에 내려 보내주셨던 바로 그것이 평화입니다.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께서 당신의 고귀한 지위를 포기하고 친히 낮은데로 임하셔서 인간이 되어 우리와 함께 세상에서 살아가셨던 것, 그것이 평화입니다.

병든 이들을 치유하고 마귀를 쫓아내는 권능을 예수님께로부터 거저 받은 제자들이 사람들에게 거저 베푸는 것이 평화입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우리는 평화의 진짜 의미를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저 조용히, 남들 하는 대로, 나 살기 편한 대로 따라가는 것이 평화인 줄로 잘못 이해하고 있습니다...

돈으로 재물로 사서 누릴 수 있는 것이 평화인 줄로 착각하고 있습니다.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왔다는 예수님의 복음은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평화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라는 의미입니다.

그분께서 자신을 낮추어 인간을 배려하고, 인간을 하느님의 위치에까지 높여서

서로 눈높이를 맞추셨던 것처럼 우리도 그런 평화를 실천하라는 의미입니다.

높고 낮음, 있음 없음, 천하고 고귀함의 차이를 두지 말고, 하느님의 눈으로 보아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모든 사람을 사랑하라는 의미입니다.

 

 

용산에서 사람이 죽었습니다.

사람이 사람 대우를 받지 못한 채 죽었습니다.

그 억울한 죽음 앞에서, 그 짓밟힌 평화 앞에서

우리는 평화를 부르짖고, 평화를 실천해야만 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고, 우리가 따르고자 하는 평화를 심어야 합니다.

우리가 하느님으로부터 거저 받은 평화를 이웃에게 거저 나누어 줄 수 있을 때,

그때 하느님의 나라는 우리 앞에 한 걸음 더 다가와 있을 것입니다.

 

오늘은 수도회 신부님들이 오시는 날. 

 

 

 

 

 

김용해 신부님. 

 

 

이인주, 심백섭 신부님.

 

이종진, 김정열 신부님.

 

김정욱, 권효섭 신부님.

 

김상용, 김현득 신부님.

 



38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