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파동성당 게시판

사순 제 5 주일 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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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교윤 [chusimon] 쪽지 캡슐

2000-04-08 ㅣ No.455

사순 제 5 주일

 

 오늘 복음은 예수님꼐서 당신의 죽음이 가지는 여러 의미들을 가르쳐 주십니다. 인간으로 오신 하느님의 아들께서 사람들에 의해 죽임을 당하시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를 알려 주시며, 당신의 모습을 따라 우리 역시 참으로 의미있는 삶을 살도록 알려 주시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오늘 복음말씀은 어쩌면 "소멸의 美"라고 할 수 있는 그런 말씀입니다. 한알의 밀알이 썩지 않으면  결코 아무런 열매도 맺지 못한다는  이 말씀은 사라져 가는 것때문에 두려워 하는 우리에게 사라져 가는 것들이 주는 아름다움을 생각하게 합니다. 자신은 사라져가면서다른 것들을 풍요롭게하고 생명있게 하는 것들은 참으로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입니다. 그것은 분해되어 없어져 버리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열매를 위해 썩어 가는 것입니다.이 모습을 우리는 예수님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에게 예수님 자신이 한알의 밀알이십니다. 우리는 그분안에서 참으로 잘 죽는 방법, 다시 말해 잘 사는 방법을 배우게 됩니다.

  

 제가 미국에 있을때 겪은 일입니다. 뉴욕 한인성당 주일학교 교사들이 여름 수련회를 가다가 버스가 전복되는 바람에 많은 아이들이 크게 다쳤습니다. 그 중 1명은 그 자리에서 사망했고, 두 아이는 촉급을 다툴 정도로 위험한 상황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응급구조대가 헬리콥터로 후송을 했는데, 의료진의 도움으로 한 아이는 생명을 건졌지만, 다른 한 아이는 도저히 가망이 없는 상태였습니다. 이 아이는 미국에서도 브라운 대학에 다닐 정도로 우수한 인재였는데 체구도 좋고 건강한 아이였습니다. 그런 아이가 호흡기만 떼어내면 그대로 사망하는 그런 상태가 되어 그 아이 부모님은 거의 정신이 없었습니다. 아이 이름을 부르고 발을 동동 굴렀지만, 정말 아무 가망이 없는 상태가 되고 만 것입니다. 이 때 그곳 의사들이 그 아이 부모님을 불러 이렇게 요청했답니다. 이 아이는 이제 포기 하시라고. 그리고 어차피 이렇게 된 것, 이 아이의 장기와 뼈등이 워낙 건장하니까 여러 병으로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는 다른 이에게 장기 이식을 하도록 요청한 것입니다. 처음에 부모는 무슨소리냐며 거절했지만, 후에 마음이 바뀌어서 장기 이식에 동의했습니다. 그 아이가 죽으면서 살린 생명이 그때 149명이나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가 뉴욕 타임지에 보도되었고, 미국의 TV 방송에서 죽은 이 아이를 기억하는 프로그램을 방영하기도 했습니다. 모든 사람들은 이것을 보고 이렇게 결론을 지었습니다. 그 아이는 결코 죽거나 사라진 것이 아니라고. 그 아이는 비단 149명에게만 살아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이안에 살아 있다고.

  

 자신을 내어 던지며 모든 이를, 모든 것을 살게 하는 것은 결코 사라지거나 없어 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영원히 살아 있는 것입니다. 또 자신의 것을 내어주며 다른 이를 살게하는 것은 진정한 사랑의 실천입니다. 사랑한다고 하면서 자신의 것을 내어 줄줄 모르고 자신에 집착한다면, 그것은 사랑하는 것이 아닙니다. 또 그것은 영원히 사는 것도 아닙니다.   

 

오늘 복음의 비유는 이 처럼 우리에게 진정으로 사랑하는 방법과 진정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 줍니다. 자신의 것에 매여 이웃을 보지 못하고 사는 사람, 또 조금도 남에게 내어 줄줄 모르는 삶은 어떤 열매도 없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그러므로 오늘 우리는 이런 점에 비추어 생각해 보아야겠습니다.

  

 우리의 생활안에서 나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다른 이를 풍요롭게 하기 위해 얼마나 나 자신을 내어 주었는가? 다시 말해 얼마나 나를 썩도록 했는가?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활기 있고, 생명력있게 생활하도록 나 자신을 얼마나 내어 던졌는가?  내가 과연 얼마만큼 '생활속에 썩어 가는 한 알의 밀알'이 되며 살고 있는가?를.

 

   그리고 또 같은 점에서 반성해보아야겠습니다.

  나자신의 주장을 굽힐 줄 모르고, 내가 만나는 사람들을 피곤하게 만들며, 나 만이 옳은 것처럼 온갖 교만과 자만에 빠져 다른 이를 숨막히게 하며 살고 있지나 않는지! 나자신에 집착하여 결코 나를 내어 놓지 않음으로써 어느 누구에게도 아무런 도움도 기쁨도 되지 못하는 그런 삶을 살지나 않는지! 생각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생활에서 부터 썩을 줄 아는 한알의 밀알이 되지 못하면, 우리에게 사랑이란 없기때문입니다. 오늘은 이점을 묵상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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