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암동성당 게시판

나도 네 죄를 묻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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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혁 [dodeca12] 쪽지 캡슐

1999-09-21 ㅣ No.269

* 먼저 깨달음 *

 

예수께서 올리브 산으로 올라가셨다. 다음날 이른 아침에 예수께서 또다시 성전에 나타나셨다. 그러자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기 때문에 예수께서는 그들 앞에 앉아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때에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간음하다 잡힌 여자 한 사람을 데리고 와서 앞에 내세우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선생님, 이 여자가 간음하다가 현장에서 잡혔습니다. 우리의 모세법에는 이런 죄를 범한 여자는 돌로 쳐 죽이라고 하였는데 선생님 생각은 어떻습니까?" 하고 물었다. 그들은 예수께 올가미를 씌워 고발할 구실을 찾으려고 이런 말을 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몸을 굽혀 손가락으로 땅바닥에 무엇인가 쓰고 계셨다.

그들이 하도 대답을 재촉하므로 예수께서도 고개를 드시고 "너희 중에 누구든지 죄없는 사람이 먼저 저 여자를 돌로 쳐라"하시고 다시 몸을 굽혀 계속해서 땅바닥에 무엇인가 쓰셨다. 그들은 이 말씀을 듣자 나이 많은 사람부터 하나하나 가버리고 마침내 예수 앞에는 그 한 가운데 서 있던 여자만이 남아 있었다.

예수께서 고개를 드시고 그 여자에게 "그들은 다 어디 있느냐? 너의 죄를 묻던 사람은 아무도 없느냐? 하고 물으셨다. "아무도 없습니다. 주님." 그 여자가 이렇게 대답하자 예수께서는 "나도 네 죄를 묻지 않겠다. 어서 돌아가라. 그리고 이제부터 다시는 죄짓지 말라"하고 말씀하셨다.(요한 8,1-11)

 

 

* 나중 깨달음*

 

너는 죄를 짓다가 붙잡혔다. 큰 죄를 범하였다. 그러나 나는 네 죄를 묻지 않겠다. 법(소위 전통과 관습)은 너를 단죄한다. 너는 간음을 하였기 때문에 돌로 쳐 죽여야 마땅하다. 그러나 나는 누구든지 네 머리카락 한 올도 다치지 못하게 하겠다.

 

사리를 똑똑히 분별한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이 한 자리에 오직 한 사람을 치기 위해 다 모여 있다. 내 주위에 서서 돌을 던지려고 벼르고 있다. 기실 그들이 돌로 치고 싶었던 대상은 그 여인이 아니라 나 였으리라. 그러나 제일 먼저 돌을 던질 수 있는 이는 오직 죄가 없거나 죄없다고 자부하는 사람뿐이다.

 

한 사람, 그리고 또 한사람, 결국 그렇게 모든 이들이 물러가고 말것이다. 그들은 모두 마치 자신들이 의인인양 그렇게 너를 단죄하려 한다. 아니 돌로 쳐 죽이려고 온통 눈에는 살기가 서려있다. 그러나 지금은 자기 잘못을 깨닫고 슬슬 뒷걸음을 쳐 피해 간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차마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렇게 자신들의 죄와 거짓을 인정하고야 마는 것이다.

 

최고의 심판자인 나는 너를 결코 단죄하지 않겠다. 비록 너희가 나를 죽이려 할 지라도(결국- (십자가에)- 죽였지만...) 너를 단죄하지 하지 않겠다. 또한 다른 사람이 너를 단죄하는 것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너는 욕정 앞에서 약했을 뿐이다. 앞으로 죄를 범하지 않고 개과천선할 수 있는 가능성이 네게는 있기 때문이다. 내가 보는 것은 이 뿐이다. 나는 처음부터 그를 돌로 칠 생각은 없었기에, 그져 군중들과 함께 있었을 뿐...

유다와 베드로는 똑같이 스승을 팔아 넘겼지만, 한 사람은 죽음으로 또 한 사람은 교회의 초석으로 그 삶과 죽음이 결정되었다. 그것은 제자리로 돌아온 것과 그렇지 못한 선택과 결단 때문이었다.

 

사람의 눈에 비친 모습보다도 너는 착한것을 나는 안다. 그러니 너 자신을 인정하고 신뢰하면서 다시금 은혜를 주마, 모든 것을 용서하마...

내가 나무라고 싶은 것은 네게 내린 엄한 판단과 너희 선을 망가트린 거짓과 위선 뿐이다. 그것은 잘못을 저지른 그 누구에게 내리든 마찬가지이다. 예수님의 자상한 마음만이 모든 것을 꿰뚫어 본다. 거기에는 어떠한 왜곡도 위선도 용납될 수 없는 그러한 정의와 사랑이 살아 숨쉰다. 사람을 그르치는 것은 거짓과 위선, 그리고 처세로 물들여진 ’단죄’ 그것이다. 우선 자신을 보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 지금 두 주먹 불끈쥐고 금세라고 죽일것 만 같은 살기를 띄고 있는 자신의 눈 빛과 손에 들려 있는 큼지막한 돌을 보아야 한다. 오직 나만이 단죄하는데 누가 감히 그러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겠는가? 비록 그가 거룩한 자리에 있다 손 치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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