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明洞聖堂) 농성 관련 게시판

4월 26일(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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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환 [franco2] 쪽지 캡슐

1999-04-26 ㅣ No.34

08:00 - 오늘 01:30, 교육 선전실장과 만났다.

      오늘 04:00가 시울시에서 제시한 복귀 시간인데 어떠한 대안이 있나?

      국민들에 대한 이야기, 경제정책에 관한 이야기, 성당측과의 약속 이야기 등...

      결론은 여러가지 갑갑한 것들이었다. 끊임없는 관심과 끊임없는 이야기들을 통해

      올바른 세상을 만들어 가자는데 함께 일치를 보았다. 그리고 모종의 일이 있을

      것인데 고민들 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 고민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기에 더 묻지

      않았다. 쌀쌀한 바람이 분다. 굳게 악수를 하고 헤어졌다.

        집행부의 움직임이 부산하다. 평상시와 다름은 없지만 뭔가 고심하는 듯 하다.

      그러나 더 이상 묻거나 그 근처를 피해 주었다. 다른 때는 성전 앞 계단에는 앉지

      않았지만, 오늘은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었지만 제지하지도 않았다.

09:00 - 사무국장과 법규부장이 찾아왔다.

      서로 반갑게 인사를 했지만 왠지 어색한 웃음이다. 그러나 그 웃음의 의미도 이해

      할 것같다. 기자회견 초안을 작성하려는데 조용한 곳이 필요하단다. 기꺼이 사무실을

      내어 주었다. 내 사무실처럼 편하게 쓰고, 필요한게 있으면 말하라고 하고 사무실을

      나가 주었다. 초안의 작성이 끝나고 computer가 필요하단다. 디스켓과 커피를 주고는

      혹 도와 줄 일이 없느냐고 물었다. 초안을 보여주며 시울시와의 중재를 요청했다.

      14:00에 기자회견을 하겠단다.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헤어졌다.

10:00 - 가톨릭 노동 사목위원회 사람들(신부 2명, 실무자 2명)과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까

      이야기를 나누었다. 협상이 잘 타결되도록 서로 노력하자는 의견을 교환.

10:40 - 한국통신 노조 집행부가 모였다.

      이게 웬 일인가? 고함과 욕설과 주먹다짐이...............

      뭔가 잘못되었다. 한 식구끼리 왜? 지금 서로 단결해도 힘겨운 일인데.........

      지도부가 와해되는 모습, 그것도 심하게....... 아!

15:00 - 기자회견이다.

      초안과는 사뭇 다르게 표현되었고, 서울시와 협상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끝내

      연락은 오지 않았다. 18:00가 협상 시간이었다. 긴장이 고조된다.

        한총련은 어제의 투석전에 대해 돌들의 출처를 해명하는 글을 붙였다. 투석전을 위해

      계단의 돌들을 깼다는 소문이 돌았나 보다. 계단의 돌들은 분명 명동성당 측이 계단

      공사를 위해 파헤쳤던 것이다. 농성이 시작되고 계단 공사가 중단 되면서 양해를   

      구하는 안내문이 어디론가 사라졌었는데, 오늘 보니 다시 나타났다. 그러게 왜 그것을

      치워서 오해를 산단 말인가?

        성당으로 오르는 계단은 그 폭이 넓고 길이가 길며, 경사가 져, 노인분들과 장애인

      들이 오르기가 쉽지 않고, 눈이 오거나 비가 내리면 미끄러워 고쳐야 한다는 건의가

      많았지만 농성 천막과 끊이지 않는 농성으로 공사를 도저히 행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천막을 버려두고 어디론가 가버린 천막 농성단들이 돌아오지 않아 사흘간의 공공를

      통해 연락이 없으면 철거한다고 했고, 사흘이 지나도 아무런 연락이 없어 천막을 철거

      한 후 이제는 공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고 모두 기뻐했다. 그리고 4월 17일(토) 첫

      작업을 시작하자 민노총의 대규모 시위(7,000 - 10,000여명)가 명동에서  

      시작으로 한총련(300여명)이 들어와 계단을 차지하였다. 그로인해 왼쪽 계단을

      파쇄하고 오른쪽 계단의 4개 부분을 팠을뿐 더 이상의 공사는 할 수 없었다. 다음날인

      4월 18일(주일) 20:30경 지하철 노조의 성당 점거(당시는 너무 황당해서:사전 협의도

      없이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와 성당 전체를 하얗게 천막으로 뒤 덮고 있었기 때문에

      성당을 점령당한 기분이었다. 험악한 분위기로.......)로 부순 돌들을 치울 겨를도

      없었다. 큰 돌들은 천막을 지지하기 위해 쓰여졌고, 작은 돌들은 그대로 방치 되었다.

      이로인해 교구청 신부 1명이 사고를 당해 발의 인대가 늘어나는 불상사도 생겼다.

      그리고 마침내는 4월 25일(주일) 꼭 1주일 만에 그 돌들로 인해 투석전이 벌어졌던

      것이다. 지금 그 돌들 위로 한총련은 4개 동의 천막을 설치했다. 이를 어떻게 해결해

      야 하는지 걱정만 태산이다. 시공사는 어쩔 줄 모른다. 공사기간 중 8일을 허비했다.

        노인들과 장애인들을 위해 한총련은 고려를 해 줄만도 할텐데......

18:00 - 서울시로부터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

      지하철 노조 부위원장과 만났다. 그동안의 여러가지 피해를 주어서 미안하다는 사과와

      많은 부분 협조해 주어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면서 오늘은 약속을 지킬 수 있게되어

      기쁘다고 했다. 또한 조노 활동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노라고 했다.

        오늘 21:00 조건없는 파업 철회를 선언하고 천막을 걷고 가겠노라고 했다. 그러나

      구속영장이 발부된 집행부원들은 당분간 이곳에 남았으면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3-5일간, 그 이후에는 자진 출두하겠으니, 그 때도 협조해 달라고 말했다.

      기꺼이 협조하겠다고 말하고, 고생했다고 한 후 굳은 악수를 하고 헤어졌다.

21:00 - 각 처에서 농성을 하던 지하철 노조원들이 속속 명동성당으로 모여들었다.

      명동성당을 가득히 메운 노조원들, 이곳 저곳에서 편파보도에 항의하는 고함들 속에서

      조건없는 파업 철회의 마지막 집회가 시작되었다. MBC는 어제 21:00 뉴스 보도로 취재

      차량이 쫒겨났다. 험악했지만 곧 평정을 되찾고 마무리 집회가 이어졌다.

        왜 눈물이 나오는 것일가?

      저들의 모습은 또 왜 그렇게 아름답게 보이는 것일까?

      코 끝이 찡해진다. 이슬이 맺힌다.

      당당히 물러날 때를 알고 결단을 내린 지하철 노조의 집행부의 결단에 찬사를 보낸다.

      무엇보다도 노조원들을 사랑하는 집행부의 모습이었기 때문에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다.

      하느님! 저들의 용기를 보세요.

      하느님! 제 믿음에, 사람에 대한 저의 믿음에 응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성당 마당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그러나 그게 무슨 대수인가?

      청소하면 그만이지. 집행부와 서로 고맙다고 악수를 나누었다.

      내일 저녁 소주나 한 잔 합시다. 제가 사죠. 아이, 신부님 제가 한 잔 사겠습니다.

      그사이 정이 들었나보다.

        지금은 23:35이다. 조용하다. 그리고는 여기 저기서 소주잔을 기울이는 모습이

      보인다. 그래도 좋아 보인다. 그들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하느님! 8일 동안 어떻게 보셨나요?

      오늘은 저도 쐬주 한 잔 하렵니다. 그리고 오늘은 팍 자렵니다.

      하느님! 조금 있다가 저하고 건배할까요?

      지하철 노조원들에 대한 서울시의 최대한의 노력을 위해서요.

      **째쟁**    ......... 히!(^.^)

 

      + 내일도 게시판은 계속됩니다.

        이 게시판은 이곳 명동성당에서 더 이상의 농성이, 더 이상의 시위가

        없어지는 그 날까지, 그래서 모두가 힘차고 기쁘게 살 그 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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