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십리성당 게시판

첫 발자욱-입사소감문 손혜진

인쇄

문명영 [mymoon] 쪽지 캡슐

2003-04-17 ㅣ No.2687

성모자애복지관 발행 <뜨락> 2003년 봄호에 보니까,

우리성당 성가반주 봉사하시는 손혜진(수산나)자매님의 성모자애복지관 입사소감문이 사진과 함께 실렸더군요. 아래에 그대로 옮겨봅니다.(사진은 빼고...)

-----------------------------------------------------------------------------------------------------------------------------------

발자욱                       손혜진/사회재활팀 직업재활사

 

마치 기적처럼 하얗게 눈이 내린 날 아침.

아무도 걷지 않는 길 위에 첫뱔을 디디는 그런 마음으로,

흰 공책의 첫 장에 최초의 글씨 한 자를 막 적어가는 그런 촉감으로.

 

한 번이라도 좋으니 그런 마음으로.

이날을 맞이하게 하소서.               -- 이어령 '그런 마음으로' --

 

  처음이란 단어를 들으면 늘 생각나는 시입니다.

 

  기적처럼 하얗게 내린 눈 위에 첫발을 디디는 그런 마음으로 이 곳 성모자애복지관에 첫 출근을 하게 되었습니다. 입사 전부터 복지관과는 인연이 있어 그리 낯설지는 않았습니다.

 

  '', '직업'이라는 것은 자아실현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매개체 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 ''을 통해 저 혼자만이 아닌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나갈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야겠다는 각오로 복지관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담당하고 있는 업무는 자원봉사자 관리, 계절학교, 초등부 방과후활동 '어우러기' 등입니다. 자원봉사자 관리를 맡게 된 지금은 자원봉사를 하던 때와는 사뭇 다릅니다. 우선 마음자세부터 틀립니다.

  자원봉사를 하던 때는 책임감의 문제는 없었지만, 지금은 여러 자원봉사자들을 만나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깨가 조금씩 무거워지는 것을 느낍니다.

 

  그리고 입사한지 얼마 안되어 계절학교 '늘푸른 우리'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계절학교 담임을 맡게 되어 3주간 장애청소년들과 생활하게 되었는데, 이 시간이 저에겐 참으로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담임을 하면서 장애청소년들과 가장 가깝게 지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떤 친구는 색칠을 잘하고, 떠 어떤 친구는 종이를 반듯하게 접는 것을 잘하고, 비장애인이 보기엔 아무 것도 아니지만, 우리 친구들이 다른 누구보다 잘 하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장점을 살려주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제가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복지관 곳곳에 적혀있는 '우리는 서로에게 선물입니다.'하는 문구를 마음에 새기며, 저 또한 누군가에게 기분 좋은 선물이 될 수 있도록 오늘도 첫발을 디디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해 봅니다.



65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