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明洞聖堂) 농성 관련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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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균 [clement] 쪽지 캡슐

1999-04-26 ㅣ No.32

한국 가톨릭교회가 보수화되고 있다느니, 역사에 부끄러움이 없길 바란다느니 하는 발언들이 상당히 거슬린다는 점을 먼저 밝히고 싶습니다. 인식을 바꾸자는 말도 인식을 바꾸라는 명령으로 들려서 몹시 불쾌하다는 점도 덧붙이고 싶습니다. 명동성당 건물 자체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말에는 숫제 기가 막힙니다. 100년의 박해를 이겨낸 신자들이 몇달씩 노력봉사해가며, 심지어는 목숨까지 바쳐가며 (터닦기 공사 중에 신자 7명(미처 확인은 못했음) 사고사, 지휘감독 꼬스트 신부도 과로사) 지은 성당, 지난 100년간 이 나라 가톨릭 신자들의 마음 깊이 자리잡은 명동성당이 가치가 없다구요? 성당부지 팔아서 가난한 사람 도우라구요? 예수를 팔아넘긴 가리옷 사람 유다도 예수님의 머리에 나르드 향유를 부은 여자에게 그렇게 말했지요 아마?

 

명동성당은 흔히 '민주화의 성지' 또는 '약자의 마지막 보루' 등등으로 불립니다. 그렇지만 명동성당이 민주화의 성지나 약자의 보루가 된 것은 스스로 그렇게 되고자 노력한 결과가 아닙니다. 힘없고 오갈데 없는 사람들이 스스로 찾아와 하느님의 정의와 사람들의 공감을 구했던 결과가 아니겠습니까?

 

저는 지하철 노조나 기타 여러단체의 농성에 대해 옳다 그르다를 판단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말만은 꼭 하고 싶습니다.

 

정말로 여러분이 명동성당을 민주화의 성지요 약자의 보루라고 생각한다면 명동성당을 존중하고 아껴주십시오. 신자들의 출입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성당의 기본적인 성사활동에 폐를 끼치지 않으면서, 성모상 주위에서 술마시고, 떠들고, 노상방뇨하지 않으면서 자신들의 주장을 펼 수는 없습니까? 지금 명동성당 측에서 농성단에게 요구하는 것이 "정당성 없는 농성을 그만두고 나가라!"입니까 아니면 "제발 성당 내에서 기본적인 질서와 예절을 지켜달라"는 겁니까?

 

하느님은 항상 억눌린 자들의 편이라는 것을 믿으며 하루빨리 문제가 해결되기를 빌다가도

'억압받는 노동자 농성단을 도와주지 않는 성당은 폭파해버려라' 운운 소리를 들을 때면 피가 거꾸로 솟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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