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동성당 게시판

*** [신앙의 대화]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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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열 [c.y.kim] 쪽지 캡슐

1999-12-22 ㅣ No.2714

† 찬 미 예 수 님 !   

 

참다운 은수자(隱修者)

 

   지금은 수도원이나 수녀원이 있을 뿐 옛날처럼 은수자들이

있다는 소식은 못 들은 것 같다. 혼자 외로이 산속에 들어가서

열매나 따먹으면서 은수하다가 죽어 간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몇 년간 하다가 나오는 사람도 있었나 보다.

 

  예전에 한 은수자가 산속에 들어가서 기도와 단식으로써

신앙을 불사르고 있었는데 개울 옆에 초막을 짓고 먹는 것이

라곤 오로지 산포도였다. 깊은 산속인지라 음산하고 사나운

동물들이랑  뱀 종류가 많이 있을 법도 했다. 사실 이를 하얗게

까고 으르렁대는 사자나 호랑이 표범 산돼지들을 상상 해 보라.

생각만 해도 몸서리가 처진다.

 

  주등이를 땅에 대고 꼬리를 잘잘 끌면서 퀴퀴한 냄새를 맡으러

다니는 여우는 또 어떤가 ! 살모사, 구렁이, 독사, 능사, 청사 등등

독을 품은 원한의 뱀들은 또 어떤가! 이런 무시 무시한 곳에서

은수를 하던 그 사람은 눈을 감고 포도 알갱이를 가끔씩 씹으면서

기도했을 것이다. 이렇게 몇 년을 지내던 그 은수자가 하루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누구보다도 더 못 먹으면서 더 위험한 곳에서 은수를 했으니

이젠 좀 고향에 내려가 볼까?"

 그의 이러한 생각은 갑자기 이러났으면서도 인간 본능인지라

걷잡을 수 가 없었다. 다음날 아침 자신 만만하게 자리를 훌훌 털면서

내려오는데 아뿔사!  조그만 언덕 하나 너머에 웬 사람이 허술한 초막을

짓고서 은수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자세히 보니 마침 음식을 먹을 시간인지 개울에서 무얼

건지고 있는데 처음 보기엔 가재라도 잡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 그는 정신을 잃을 뻔했다.

 

  그가 가지고 있는 것은 가재가 아니라 자기가 위에서 먹고서 버린

포도 껍질이었다. 그는 그 껍질을 줏어 먹으며 은수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옷도 자기보다 남루했고 집도 자기 것보다 허름했던 것이다.

 

<신앙의 대화>

 

   자기가 제일이라고 생각할 때 이미 그는 제일이 아니고 마지막인

것이다. 아담과 하와가 타락한 이유도 교만이었으며 바리세이 율법학자가

예수님께로부터 힐난을 받았던 것도 교만 때문이었다.

 

   자기를 생각하다 보면 자기에게 도취돼 남은 보이지가 않게 된다.

남은 지금 내가 버린 껍질을 먹고 있다는 사실을 항시 기억해야 하겠다.

바다가 위용을 떨치는 이유는 낮은 곳에 있기 때문이라는 말은 다시

음미해 볼 말이다.

 

  주님은 영원한 사랑의 핵심인지라 주님을 따라야 주님의 제자다. 그런데

주님은 제자의 발을 씻기셨다.

 

          --<최기산 신부 지음> [등잔불] 중에서

사랑합니다!

 

** 대림절에 준비하는 마음으로 성찰하면서 감히 글들을 올리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1999/12/22 김춘열(데오도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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