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따기의 잠깐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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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원 [pious] 쪽지 캡슐

2000-01-13 ㅣ No.986

제가 신학생때 저의 보좌신부님이 제게 이런 별명을 지어주었습니다. 삐따기라는 별명입니다. 모든 일에 삐딱하게 대하고 생각하는 저를 걱정스럽게 보며 지어준 별명입니다.

사실 제가 좀 삐딱하기는 합니다. 저는 돈많은 사람을 보면 이상하게 얄미워 보입니다. 그리고 저 사람이 정말로 정직하게 번 것일까 생각하면서 그 내면에 담긴 욕심에 혼자 기분 나빠하기도 합니다. 공부 잘하는 사람을 보면 이상하게 저 사람이 정말로 인생의 참 행복을 느끼며 살까? 하고 혼자 생각하면서 나는 공부는 저 사람보다 못하지만 그래도 인생을 제대로 살고 있다고 위안해 보기도 합니다.

그리고 권력이 많은 사람들을 보면 속으로 비웃으며, 그의 권력에 힘겨워 했던 많은 사람들의 명복을 빌어주기도 합니다.

 

그래도 약간의 양심은 있어서 남들처럼 가난한 사람을 피하거나, 차나 스포츠나 취미에 욕심을 부리지는 않는 것으로 위안을 삼습니다. 그것마저도 제대로 못하면 이건 정말 끝장이다. 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오늘 예수님을 보면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싫어하고 무서워하는 나병환자를 만지시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러고 보면 예수님도 좀 삐딱했던 것 같습니다. 돈많고 똑똑한 사람들과 별로 친하지않고, 오히려 사람들이 피하는 사람들과 이렇게 친근하게 만나니 말입니다. 그런 걸 보면 제가 삐딱한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예수님도 오늘 계약의 궤를 무슨 부적처럼 생각하는 이스라엘 사람들의 삐뚤어진 믿음에 저처럼 혀를 내둘렀을 것 같습니다.

 

신년을 맞아 점보는 신자들도 많고, 부적을 만들어 오는 분들도 있더군요. 참 저같은 삐따기들은 사람들 만나 좋은 마음 먹기 참 어려운 시대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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