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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친구 하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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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국 [skpaul] 쪽지 캡슐

2004-02-29 ㅣ No.491

 

 

별도 달도 침대마저도 잠이 든 밤,

홀로 잠 못 이룰 때가 있다

그 때는 아무라도 붙들고 싶어진다

 

사람이 아니어도 좋다  

어항 속 금붕어면 어떤가,

구멍 뚫린 벽지를 갉아대는 바퀴벌레면 어떤가,

그렇지도 않다 그냥 벽이어도 상관없다

 

내가 던진 말을 받아 줄

메아리라도 족할,

아무 스스럼없이 전화를 걸 수 있는 사람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나에게도 한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신호음이 도착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내 마음을 다 안다는 듯,

단번에 수화기를 거침없이 드는

그런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밤이 너무 깊었지? 미안...

굳이 이런 말을 건네지 않아도 될 만큼

편안한 사람이면 더욱 좋겠다

마주 앉아 커피를 마시는 듯

물리적 거리를 생략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라면 더욱 더 좋겠다

 

오줌보가 꽉 차도 눈을 찔끔 감고

잠시 오줌을 유턴시킬 만큼

수화기를 놓고 싶지 않는 사람이라면

한없이 좋겠다   

 

어느덧 두부 장수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어스름한 새벽녘까지도

서로 미안한 나머지

먼저 수화기를 내려놓을 수 없는,

그러다가 수화기를 베개 삼아 스르르,

서로 같은 꿈을 꿀 수 있는

그런 사람 하나쯤 있었으면 세상에 소원이 없겠다

 

         - "이런친구 하나 있었으면"   김현태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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