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샘터
이런 친구 하나 있었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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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 달도 침대마저도 잠이 든 밤, 홀로 잠 못 이룰 때가 있다 그 때는 아무라도 붙들고 싶어진다
사람이 아니어도 좋다 어항 속 금붕어면 어떤가, 구멍 뚫린 벽지를 갉아대는 바퀴벌레면 어떤가, 그렇지도 않다 그냥 벽이어도 상관없다
내가 던진 말을 받아 줄 메아리라도 족할, 아무 스스럼없이 전화를 걸 수 있는 사람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나에게도 한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신호음이 도착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내 마음을 다 안다는 듯, 단번에 수화기를 거침없이 드는 그런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밤이 너무 깊었지? 미안... 굳이 이런 말을 건네지 않아도 될 만큼 편안한 사람이면 더욱 좋겠다 마주 앉아 커피를 마시는 듯 물리적 거리를 생략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라면 더욱 더 좋겠다
오줌보가 꽉 차도 눈을 찔끔 감고 잠시 오줌을 유턴시킬 만큼 수화기를 놓고 싶지 않는 사람이라면 한없이 좋겠다
어느덧 두부 장수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어스름한 새벽녘까지도 서로 미안한 나머지 먼저 수화기를 내려놓을 수 없는, 그러다가 수화기를 베개 삼아 스르르, 서로 같은 꿈을 꿀 수 있는 그런 사람 하나쯤 있었으면 세상에 소원이 없겠다
- "이런친구 하나 있었으면" 김현태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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