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성당 장년게시판

뚝배기 같은 사랑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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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진 [monicacho033] 쪽지 캡슐

2001-09-14 ㅣ No.3069

 요즘 웬만한 기사들은 지면을 뜷고 들어가기 힘든때이다.

 그러나 최근 추기경님의 사제수품 50주년을 맞아 언론사 종교담당 기자들과 오랜만에 가진 인터뷰는 엄청난 비극적인 기사들속에서  용케 살아나서 생명의 메시지를 던져 주며  눈길을 끈다.

 어떤 기자는  "추기경님의  어깨가 가냘프게 느껴진다 "며 "아직도 우리사회와 국민들은 그의 어깨에 기대고 싶어한다"고 추기경님의 노쇠해지심을 슬퍼했다. 어떤 기자는 "나는 용기도 없었고 착한 사람도 아니었다"고 꾸밈없이 고백한 추기경님의 말씀을 첫머리에 내세우며 기사를  썼다.  그 많은 기사들을 보며 나는 그들의 추기경님께 대한 사랑을 읽었다. 거의가 비신자들이고 그 인터뷰도 스트레스를 주는 일의 하나였건만  인터뷰 기사 에는 존경과 진한 사랑이 넘쳐났다.  

 

오늘 명동성당에서 있은 김수환추기경님의 사제수품 50주년및 팔순기념 미사에 참석했다. 추기경님은 50년전  대구에서 서품을 받으셨다고 했다. 성모님 통고  기념일과  김대건신부님이 순교하신 9월16일이 가까이 있는 날을 잡아서  1951년 9월15일에 사제가 되셨다고 했다.

 오늘 미사에는 전국 각지에서 많은 성직자와 수도자 신자들이 참석해 자리를 메웠다.

질곡의 우리 현대사에서 만약 추기경님이 안 계셨다면? 그리고 명동성당이 없었다면? 우리는 어떻게 희망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 여기까지 살아왔을까를 생각하는 많은사람들이 모였고   군사 독재에 맞서 서울대교구장으로 버텨 내신  현장에서 추기경님은 미사를 집전하셨다.

 정진석서울대교구장님은  강론에서 추기경님께 사제로서 반백년 사목 활동을 해 오실수 있었던 것을 축하드렸다.  전임 서울대교구장이셨던 추기경님이 서울대교구를  세계 수준의 교구로 발전시켰고  7,80년대 우리 사회의 인권과 민주화를 위해 올곧게 헌신 해  존경받을 어른이 적은 우리사회에서  존경을 받으실 수 있었다며 건강하시어 오래 오래 우리의 등불이 되어 주실것을 기원하셨다.

 

추기경님은 힘 있고 울림있는  목소리로  미사를 봉헌 하셨다. 이날 미사가 끝나고 있는 축하식에서는 참으로 특별한   축사가 있었다. 그것은 추기경님과 사이버로 편지를 주고 받았던 불광동성당의 주일학교 교사 김희정아네스 자매님이 뽑혀서 한 축하의  인사이다. 그는 추기경님이 건강을 염려하는 의사의 권유로 <가톨릭 인터넷 굿뉴스> 추기경님의 홈페이지에서   글을 멈추기전까지 가장 여러번 사랑의  편지를 나눴다며   그날  처음 인사를 드린다고 했다.

 그는 추기경님이 자신을 ’할아버지’라 낮추시고  손녀딸에게  이르듯 편지를 주신 인연을 밝히고 추기경님이 건강하시어  언제나 사제들과 신자들의 중심이 되어  주실것을 청했다. 또한  신자들이 추기경님께 바치는 사랑은 쉽게 달아올랐다가  허무하게 식어버리는 냄비같은 사랑이 아니라 은근히 닳아 쉽게 식어지지않는 ’뚝배기 같은 사랑’이라며 보이지않는 신자들의 마음을 대신 전했다. 그리고  혜화동 근처에만  가면 할아버지가 계신 동네라서  마음이 따뜻해졌고  추기경님 같은 분과  같은 하늘 아래 살 수 있다는 것에  행복하다며  "이 사랑 영원할 것 "을  다짐했다.  

그 자매가 소박하게 이야기 할 때,그런 사회의 스승, 어른을 목자로  모신 우리는 행복하다고 느끼며 나와 많은 이들은  눈시울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추기경님은  주교님들이  팔순 선물로 주신 촛대와 초를 기뻐하셨다. 그 기쁨에서   마지막까지 자신을 녹여 우리 사회를 비추며 예수님이 가신 길을 따르겠다는 마음을 알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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