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우동성당 게시판

사랑하는 사람이 또 생기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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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siyu1715] 쪽지 캡슐

2000-08-25 ㅣ No.1022

<<삽질한 글>>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아침에 이를 닦고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으며

내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걸 알았습니다.

참으로 따뜻하고 행복합니다.

언제가부터 저는

행복이 TV드라마나

CF에서만 존재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제는 거울을 통해서 보이는

제 눈동자에서도 행복이 보입니다.

많은것이 달라 졌습니다.

어쩌면 이렇게도

좋은 일들만 생길 수가 있는지

그렇게 늦게 오던 버스도

어느새 내앞에 와

어서 집에 가 전화를 기다리라는 듯

나를 기다려주고..........

함께보고 느끼라는 듯

감미로운 사랑 애기를 테마로 한 영화들이 속속 개봉되고......

읽어보고 따라 하라는듯

좋은 소설이나 시집들이 눈에 띄고 있습니다.

얼마 안있으면 그의 생일이 찾아 옵니다.

그의 생일날 무슨 선물을 건네줄까 고민하는

내 모습이 참 예뻐 보입니다.

언제나 나를 떠올릴 수 있게

메모와 지갑을 겸할 수 있는

다이어리 수첩을 사줘볼까?

하며 이런저런 고민을 하는 내 모습이

그렇게도 행복하게 느껴질 수가 없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아침에 이를 닦고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으며

내게도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걸

알 수 있을 때 문득문득 불안해지고는 합니다.

사랑하면 안되는데

또 그렇게되면 안되는데...

버스가 너무 빨리 와 어쩔수 없이 일찍 들어간 집에서

평소보다 더 많은 시간

전화기만 만지작 만지작 쳐다보고 있으면 안되는데........

감미로운 사랑애기를 테마로 한 영화가 개봉될

때마다 아직도 흘릴 눈물이 남아 있는지 확인하게 되면 안되는데......

읽을 만한 거라고는 선물받았던 책 밤새도록 뒤적이며

울고 또 울게 되면 안되는데.....

입을 맞추고 싶다가도 손만 잡고 말아버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생일 선물 하나 고르는데

이번에 또 잘못되더라도

기억속에 안남을 선물을 고르려고 노력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이번에 또 그렇게되면

죽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해서인가 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또 생기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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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보고 다들 놀라시진 않았는지????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고야 말았다는 말.....

슬프지 않으세요????

요즘 사랑이라는 말을 들으면 따스함보다는

슬픔이 먼지 떠오르는 건 왜일까요?


지금 비가 시원스럽게 내리고 있습니다.

거리의 먼지 뿐 아니라 제 마음 속에 쌓인 찌꺼기까지 씻겨 내려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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