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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왕따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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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영 [Serina99] 쪽지 캡슐

2000-08-06 ㅣ No.3443

알고 지내는 언니랑 통화를 했어요. 언니는 7년간을 미국에서 공부하고 살다가 와서 그런지 항상 무의식적으로 한국과 미국을 비교하세요..가끔은 내가 민망해 질때도 있지만, 내가 느끼는 바를 하나하나 꼬집어서 얘기하죠.

 

언니는 미국과 우리나라를 비교하면서 작은 것에 절대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어요. 잘못된 것을 그냥 넘어가지 않고 지적하고 말하고(speak out: 말 뿐이 아니라 행동으로 옮긴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고쳐나가지요. 그건은 깐깐한 게 아닌 것 같아요. 분명한 것이죠. 좋은 것은 칭찬하고 나쁜것은 고쳐나가는 올바른 태도이죠.

 

음.. 무조건 미국을 두둔하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 배울 게 있지요.

미국사람들 사실 무질서한 것 같고, 되게 자유분방한 것 같아도 생활 하나하나에서 질서가 있어요. 지킬 것은 꼭 지킨다는 말이예요.

사람이 없는 한적한 산골 길에서도 "stop" 사인에 절대적으로 차를 세우고, 화장실에서든, 햄버거 가게에서든 줄 서는 것을 기본이죠..아무리 시간이 오래걸려도 그냥 죽 줄을 서서 기다려요. 절대 새치기 하는 법이 없어요. 내가 볼때 참 바보 같다고 생각했어요. 근데..바로 그런 생활 속의 뿌리내려진 습관이 바로 무지막지해보이고  방대한 민족이 사는 나라를 지탱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번에 언니는 강남 한 맥도널드에서 너도나도 줄 안서고 새치기 하는 사람을 보고, "줄서세요."하다가 눈흘김을 당했대요. 가끔 언니는 왕따가 되기도 해요. 사람들은 언니의 말에 "여긴 한국이야"라고 말하죠.  한국이면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닌가요?

 

한 여성 재미사업가가 책을 냈어요. "나는 한국의 아름다운 왕따이고 싶다." 는 제목이죠.

 

갑자기

우리나라의 한 고등학생이 책 쓴 것이 생각나네요. "차라리 왕따가 되고 싶다"는.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직 읽어보진 못했지만 그렇게 당당하게 왕따가 되고 싶다고 말한 그 학생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존경스러웠죠. 어린 학생이지만..

 

다른 사람들이 잘못을 할 때 그 무리에 휩쓸려 한마디 말도 못하고 대충 사는 것보다는 깐깐해 보이지만 분명하게 올바르게 살면서 왕따가 되는 것 멋있지 않아요?

그런 왕따가 하나하나 모이면 더 이상 왕따가 아니겠죠?

 

차라리 왕따가 되어 살고 싶어요.

모든 사람들이 안 그래도, 나 하나부터 분명하고 올바르게 그렇게 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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