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들의 소가 웃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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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자 [dj615] 쪽지 캡슐

2001-08-10 ㅣ No.2287

마들의 소가 웃겠다

 

 

 

나를 먹여 주고 길러 주는 쥔님께서 승진하셨다.

 

집안은 온통 경사 분위기-축하 전화와 화분은 와 이리 많이 오노-C

 

 

 

내 것은 비 맞은 호박꽃이나 싸구려 뼈다귀 장난감 하나가 없으니...

 

평소에 별명인 밴댕이에 걸맞게 질투, 시기, 분노가 하늘 끝까지 솟구쳐올라

 

쥔님을 향해 폭발하여 물어 댈 듯이 짖어 댔다(멍대리라도 시켜 줘요-옷).

 

 

 

그러자 쥔님께서는 나를 부드럽게 쓰다듬으시며 차분하게 말씀하셨다.

 

"녀석! 네가 짖는다고 사람인 내가 덩달아 짖을 수는 없단다.

 

이..이럴 수가! 약이 잔뜩 오른 난, 옆집 친구를 꼬드겨 같이 짖게 만들었다.

 

그랬더니 승진 축하 꽃다발을 안보이는 곳으로 치우던 쥔님께서 말씀하시길...

 

"아무리 시끄럽게 짖어도 이 더운 날 삼계탕처럼 대할 순 없단다."

 

이 말씀을 듣자, 강아지 인내의 한계를 느껴(생애 최고의 혈압과 분노...)

 

또 다른 친구를 시켜, 세 마리가 악- 악을 써 댔다(내 친구들은 왜 짖는지도 모른다).

 

마치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으라는 유다인의 악마구리처럼...

 

그러자 쥔님은 강아지 눈물샘에 고장난 수도꼭지를 달아 주시는 말씀을 하셨다.

 

"어이구- 불쌍한 내 새끼들! 나의 사랑이 모자랐구나. 이제부터는 너희들 짖는 소리까지 사랑해 주마-"

 

그리곤 날 이렇게 꼬-옥 껴안아 주시는 게 아닌가? (다른집의 친구들 같으면 엄청 더운 날, 구수한 된장과 싱싱한 야채로 곱게 포장해서 뜨거운 개 목욕탕(?)에 보내 주는걸 해마다 여름이면 매일 본다.)

 

 

 

난 바보처럼 울어 버렸다. 이 감동적인 순간, 나는 왜? 유행가 가사가 생각나는 거야? "사랑은 아무나 하나. ㅠㅠ..."

 

아무래도 제가 말썽을 부린 이번 일로 『마들평야의 소가 웃을 얘기쥬?』

 

옛날엔 가문에 먹칠했다고 개 족보에서 빼 버렸다는데......

 

 

 

쥔님께 들은 얘기 하나

 

 

 

"남들로부터 오해나 비난을 받을 때 기뻐합시다. 예수님을 닮아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힘들고 괴로울 때 감사합시다.

 

키레네사람 시몬처럼 예수님의 십자가를 대신 지고 가기 때문입니다.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잔칫집에 각설이 타령 패가 있어야 더 흥이 나는 법이다".

 

 

 

N.W Gladi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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